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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심플 Jun 26. 2021

자전거는 없지만 자전거를 자주 탑니다

따릉이 타기



렸을 때부터 나는 좋아하는 것이 없었다.

그 흔한 덕질도 깨작깨작, 게임도 깨작깨작하던 내가

'재밌다'라고 느낀 것이 있다면

놀이기구 타기였다.


방학 때 방문한 에버랜드에서 모처럼 사람이 없어

T익스프레스를 제일 앞자리에서 3번을 연달아 타던 날,

나는 돈을 벌면 시즌권을 끊어 매주 와야지 다짐했다.



하지만 정작 직장인이 되어보니

1시간 줄을 서 기다리고 1분 탈 체력도,

그거 조금 타겠다고 5만원이 넘는 자유이용권을 살 돈도 없었다.



흔히 고가의 상품과 성능은 비슷하지만

저렴한 상품을 '저렴이'라고 하는데,

내게 놀이공원의 '저렴이'는 따릉이(공유 자전거)였다.



바람을 가르고, 풍경을 보기도 하면서

내 체력이 버티는 한 오랫동안 탈 수도 있었다.


'시즌권'도 무척이나 저렴해서

하루는 2천원, 30일 7천원, 1년해도 4만원이다.

(2시간 기준, 지역마다 차이 있음)





내가 따릉이 타기를 좋아한다고 하니 주변에선

그렇게 좋아하면 차라리 자전거 하나 사는 게 낫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정정해준다.

나는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게 아니고

따릉이 타기를 좋아한다고.




만약 자전거를 사게 된다면

자물쇠와 같은 장비도 사야 할 것이고,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자전거를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마치 점심시간의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의 한계로

맛집이라도 1시간 위치에 있는 곳을 가지 않듯이,

자전거를 소유하게 되면

체력의 한계나 이동루트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타고 싶을 때 타고,

목적지에서 반납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도 하고,

멀리 갔다가도 힘들 땐 버스 타고 집에 오기도 하고 있다.




출근이 적성에 맞지 않는 나는

흔히 노예 같다는 자조적인 농담을 자주 하는데,

실제로 자전거가 저렴해지면서

서민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기 때문에

사회주의자들은 자전거를 평등의 도구로 생각했다고 한다.


따릉이를 타며 그 정도로 거창한 생각을 하진 않지만

내게 있어서 따릉이는 회사라는 감옥을 잊게 해 주기 때문에

주말에 하루는 꼭 타려고 한다.


다만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

매번 안장을 조절해야 하는 점,

인기가 많아 퇴근시간엔 탈 수 없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릉이 타기

재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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