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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로 돌아온 개구리
Apr 04. 2021
뒷모습을 보는 뒷모습을 보며
초등학교 선생님들 중에서는 근무 중인 학교로 자녀들을 데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김 선생님께서도 자녀와 같이 차를 타고 학교에
오곤 했
다.
아이는 1학년 때부터 김 선생님과 함께 이곳에 왔는데 이젠 2학년이 됐다고 제법 키도 크고 의젓해 보인다.
출근길, 등굣길이 같음에도 모자는 1학년 담임인 엄마가 가야 할 건물과 2학년인 아들이 가야 할 건물 사이쯤에서 늘 인사를
한
다.
출근 시간이 우연히 맞아 그 순간을 여러 번 보았는데
,
볼 때마다
선생님의 뒷모습에 새삼 엄마의 사랑이 어떤 건지 알게 된다.
아이가 2학년이 되었음에도 엄마는 늘 아이 걱정으로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엄마의 배웅은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됐다.
하염없이.
감동적인 명화 한
편을 본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진다.
배웅을 마친 선생님께서 돌아서려는 찰나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김 쌤. 오늘도 애틋하네요. 하하"
"안녕하세요, 강 쌤. 네, 그런데 애가 2학년이 되더니 뒤를 안 봐요. 호호호"
"아, 엄마가 이렇게 보고 있다는 걸 알아야 감동이 두 배일 텐데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네, 강 쌤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가야 할 길을 향해 돌아선다. 따뜻해진 마음만큼 발걸음이 가볍다.
계단을 오르는데 김 쌤이 했던 말이 다시 떠오른다.
"2학년이 되더니 뒤를 안 봐요."
아, 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계속 지켜본다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아이는 엄마가 지켜보는 걸 알고 있었을 테고,
엄마의 배웅에 대한 최고의 응답은 가야 할 길을 향해 주저함 없이 걸어가는 것,
그것이라는 걸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게 아니더라도 아이는 돌아설 마음보다 나아갈 마음이 크다는 거니
멀어지는 아이가 점점 작아지더라도 이전만큼은 작아 보이진 않을 것이다.
조만간 배웅하지 않고 인사하고 함께 돌아서는 엄마의 모습을 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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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 선과 악, 조화로움과 무질서. 그 사이에 있는 것들에 대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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