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로그까지 갔던 날
자동차로 먼 거리를 어디든지 직접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굉장한 통제감을 느꼈다. 일일이 복잡하게 시외버스와 기차를 계산하지 않아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시내버스 없이도 빠른 시간 내에 최고의 동선으로 다녀올 수 있다. 바다를 보러 가고 싶을 때 친구를 데리고 훌쩍 떠날 수 있다. 장을 보고 나서 무거운 짐을 트렁크에 실을 수 있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을 들고 가지 않을 수 있고, 거리가 멀어도 운동화 대신 좋아하는 신발을 신을 수 있다. 코로나로 답답한 일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 1시간을 달려 양양의 북카페에 도착한 어느 날이 떠오른다. 솔숲이 우거진 풍경이 통창을 가득 채우고, 솔잎보다도 가느다란 빗방울이 세차게 통나무 계단을 때리던 하루가 있었다. 눈물날 듯 투명하고 거대한 창문을 앞에 두고 빈백에 누워 졸던 시간. 조용히 <키르케>를 읽다 눈 마주치면 웃어주는 친구 너머로 클래식 음악이 둥둥 마음을 때렸다. 처음으로 여행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간이 주는 환기를 온 귀를 열고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