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강아지와 산책하다 전봇대와 나뭇가지 사이를 지날 때 주로 감각한다.
거미줄이 가져다주는 끈적한 당김이 있다. 손가락에 닿으면 가볍게 끊을 수 있을 만큼 유약하지만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결코 흩어지지 않는 질긴 감촉. 때로 지나치게 가벼운 것은 뭉근하게 나에게 자리잡아 오래도록 남는다. 사람을 살피는 일이 그렇다. 늘 나를 지탱하던 게으른 일상을 소중하게 여길 것인지 권태로 여길 것인지가 그렇다. 모든 고민이 그렇다. 떨쳐내기 미심쩍은 버릇과 말투가 그렇다. 자기 확신을 갖고 일에 매진하는 무의식이 그렇다. 어떤 험담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