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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아이 Dec 26. 2022

점점 살이 찐다

1년간의 폭식과 칩거생활. 그 한 해를 마무리하며...

펑펑 눈이 내린다.

며칠 전 지하 주차장에서 짧은 거리를 내달릴 일이 있었다.

몇 주 만에 처음으로 지면에서 양발을 떼고 달린 것이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선 부위의 살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뱃살은 떨리기 시작한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 육중함은 또 전과 달랐다. 아프기까지 했다.

매일매일 최고 무게를 갱신하고 있다.

우울하지는 않다. 그저 먹을 뿐이다. 관성이다. 제지하지 않을 뿐이다.


내가 이런 생활을 1년이나 지속할 줄은 몰랐다.

체중계와 거울이 무섭다.

젊은 날의 모습이 영원하지 않을 것을 아는데

그 찬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볼품없는 자신을 바라보며 한탄할 뿐이다.


폭식을 멈추고 활동량을 늘리면 해결될 문제이다.

그 간단하고도 명료한 해결책을 실행하는 게 왜 나는 그리도 어려운 것일까.

나약한 내가 싫다. 그렇게 1년째 자괴감 속에 폭식의 길을 걷고 있다.

이제는 자괴감이 처음보다는 덜하다.

좋은 변화인가 싶으면서도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는 것이 무섭다.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오랫동안 만나지 않은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기가 꺼려진다. 분명히 날 보자마자 이전과 달라졌다고 생각할 터이다. 체형뿐 아니라 낮은 자존감에서 나오는 말투나 분위기 또한 를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하리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고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사람들. 주변에 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들을 보며 한심하다고 느꼈던 때가 있었다. 그게 내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은 지금의 나처럼 무기력했던 것일까.


지난날의 나를 성한다. 사람은 절대로 타인을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그들의 사정을 100퍼센트 알고 있지도, 이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해가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 나름의 상황과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깨달음을 전에도 얻었던 것 같은데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올해도 이렇게 저물어간다. 힘들었지만 그 와중에 좋은 일들도 있었다. 하지만 외적으로 보여지는 내 모습은 살이 많이 쪘다. 억울하다. 만나는 모든 사람을 붙잡고 내 속사정을 털어놓을 수도 없는 일이다. 나는 아직 내 모습과 망가진 생활패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과연 1년 후의 내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다. 금증을 안은 채 멍하니 비스킷과 초콜릿을 씹어 넘긴다. 이 순간이 행복하면서도 암울하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지 며칠이 흘렀다. 한동안은 그저 이렇게 지내고 싶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 계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스스로 만든 계기들은 너무나도 많이 무너져 내렸다. 뭐가 됐든, 내가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다시 에너지와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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