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이른 시간인 듯 하지만 어제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며 낮잠을 잔 것과 그러고서도 오후 10시쯤 일찍 잠자리에 누운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빠른 기상시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눈이 떠진 시간이 몇 시든 간에 나는 일어날 생각이 없다. 그저 이대로 있을 것이다.
몸은 충분히 쉬어서 괜찮은 것 같지만 이놈의 정신이 문제다.천하에 무가치하고 쓸모없는 놈. 매일 아침 '일어나야 하는데...'라고 생각은 하지만 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마땅한 이유가 없다.
무직. 해야 할 일 없음. 하고 싶은 것 없음. 오늘 예정된 일정 없음.
되려 일정이 있으면 더 큰 문제다. 나가기 직전까지 그 일정을 취소할까 말까 끊임없는 고민을 반복하다가 때로는 취소하고 때로는 일어나 고양이 세수만 하고 집 밖으로 나간다.
예를 들어 오늘처럼 8시에는 일어나야 준비를 하고 나갈 수 있는 일정이라면 눈이 떠진 6시 전후의 시간부터 정신이 들 때마다 시계를 확인하며 일정을 취소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며 억지로 눈을 붙이기를 열댓 차례는 반복한다. 심지어 그 와중에 코로나 자가 키트 검사로 양성이 뜨는 꿈까지 꾸었다. 애지간히도 가기 싫었나 보다.
중간중간 눈을 뜨고 시계를 확인하면서 드는 생각은 아래와 같다.
'아, 아직 7시도 안 됐구나 다행이다.'
'아 30분 정도 남았네?'
'8시 5분 전이구나 지금이라도 못 간다고 전화를 할까?'
'8시 반이네.. 아... 아....'
그렇게 오늘은 일어나서 나름대로의 외출 준비를 마치고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다.
그 저항을 뚫고 나온 스스로가 기특하고 대견하다. 하지만 동시에 아침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는 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내가 한심하고 원망스럽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또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거지..? 나. 나아질 수는 있는 걸까..?
그 일이 있은지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다 되어 간다.
그 사이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 나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년 전에 쓰다가 차마 마무리하지 못한 글을 발견했다. 오늘의 나와 뭐가 다르지? 오히려 시간이 지났는데 같은 상태라는 게 더 끔찍해.
나.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걸까?
이대로 시간만 흐르고 나는 지금 상태 그대로일까 봐. 혹은 나아지더라도그게 너무 늦어져버리는 것은 아닐까그것이 무엇보다 무섭고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