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고 싶어
숨 막히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
무서워서. 하루라도 빨리 포기하고 그만두고 싶은 감정이 턱끝까지 차오른 지 수일이 지났다. 정확히는 수일이 아니라 몇 주가 흘렀다. 이 굴레를 끊어내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고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나날이 반복된다. 불안에 떨며 일을 하고, 퇴근하고 나서는 무언가에 홀린 듯 폭식을 하고, 자괴감에 젖어 내일을 걱정하며 잠에든 후,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간까지 거듭해서 스누즈버튼을 누르며 아침을 맞이한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는 시간이 그대로 멈추길 바라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 주지 않는다. 졸리다. 눈이 감겨온다. 10시간 가까이 잠을 자도 언제나 졸리다. 그리고 또 회사에선 불안에 떨겠지. 겨우겨우 퇴근시간을 맞이하고도 또 안절부절못하며 먹을 것으로 공허함을 채우는 하루가 반복되겠지.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그나마 괜찮은 상태일 때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매 순간 심장이 조여 오고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을. 더는 느끼고 싶지 않은데. 방법을 모르겠다. 어떤 게 정답인지 도저히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