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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칼라 Sep 18. 2020

매년 퇴사 서류에 사인하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올해도 어김없이 퇴사 시즌이 다가오는구나...



재작년 초부터 같이 일해왔던 팀원들의 계약 만료가 결정되었다. 나는 매년 동료들의 퇴사 서류에 사인을 해야 한다. 물론 그들이 자의로 선택한 퇴사 결정은 아니다. 2년이란 시간을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들은 마지막까지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시간 동안 그들은 정직원이 되고자 '진짜 정직원'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 그것도 항상 계약 만료의 불안감을 가진 채로 말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매년,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상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왜 아등바등 제 몸 사리지 않으면서 '회사일'을 했을까


회사가 고용 일로부터 그들 모두에게 정직원 전환이라는 열매를 동기부여 삼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회사의 대리인들은 그들에게 '회사 안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는 공수표를 던졌다. 공수표의 힘은 정말로 대단하다. 사실이 아닌 약속을 마치 사실처럼 믿게 만드는 욕망의 힘을 10년 넘게 봐오고 있는 중이다.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뭐...


정규직이 된다면?


예전에 방영된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인 장그레의 독백 대사 중 가장 마음을 아프게 했던 질문이다. 이처럼 계약직 직원이 회사에서 이루고자 하는 가장 큰 소망은 '정규직'이다. 회사에서 소위 말하는 정규직으로 구분된 사람들은 고용 계약에 만료 날짜가 찍혀 있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직장인들이 받게 되는 심리적인 안정감 차이는 굉장히 크다. 


얼마 전 사회적인 이슈가 있었던 '인천 국제공항 정직원 전환 갈등'과 같은 사태를 살펴보자. 


여행객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을 본사 소속의 청원경찰로 직접 채용하는 방안이 논란의 핵심이다. 인천공사에 따르면 보안검색 직원은 경비업법상 특수경비원 신분 유지를 위해 공사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될 예정이었으나, 청원경찰로 전환해 직고용하기로 했다. 항공산업과 부동산 임대업 등을 하는 인천공사가 보안검색 직원을 직고용할 경우 경비업법상 특수경비원 신분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하 생략>

[출처: 중앙일보]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후폭풍… 노조 "헌법소원 등 총력 저지" 


이 기사는 계약직 직원 1902명을 청원경찰로 직접 채용하고자 하는 인천 국제공항의 결정을 인천 국제공항 정규직 노조가 총력 저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어떤 이는 정직원이 되어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하게 되는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은 참 모순적이다. 그것도 '같은 사업장' 내에서 말이다.


정규직이 되지 않는 길을 간다면?


나 역시 회사와 고용 계약이 된 직원일 뿐이고, 나의 주된 역할은 그들의 역량을 모아 목표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의 비전을 공유해 줄 수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각자의 정체성을 만들고 적절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나의 월급 값이다. 하지만 필요한 순간마다 통제를 해야 하고 회사의 대리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것이 한국 조직문화에서 말하는 '관리자'의 주된 역할이다.


하지만 월급 값을 성실히 수행하는 와중에도, 각자가 보유한 커리어 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왜? 우리는 어떤 직장의 정규직이 되는 길보다는, 내 인생의 정규직이 되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설정된 계약기간 2년은 길어 보이지만, 한 분야에서 숙련을 익히기에는 턱 없이도 짧은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점을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리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개인의 장단점과 능력을 발견할 때쯤이면 이별을 고해야 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찾아야 하는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희망 고문을 하며 흘려보내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것은 때로는 불만은 쌓이고 표출되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것이 현재 직장인들의 세계에서 만연되고 반복되고 있는 현상이다.


계약 기간의 노예? 진짜 실력을 갖추면 두려울 필요 없다!


고용 계약은 지원자가 소유한 능력을 바탕으로 맺어야 하고, 검증에 따라 고용의 연속됨을 결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계약의 기간을 설정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한 형태는 사실상 절감 효과가 없다. 불만이 표출되면 팀 전체가 감당해야 할 피로감과 비용은 훨씬 더 커진다. 그것을 찍어 눌리는 것이 관리자라고 말하는 회사는 앞으로 희망이 없다. 이것은 한 개인과 회사에서 만들어낸 고용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분열되는 양극화의 가장 기초되는 문제이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누가 시작을 했는지 모르겠지만(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시작), 본인의 파이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며 우리 모두가 사회의 구석지고 어두운 곳에 버려놓은 문제이다.


ESG(Environment, Safety, Governance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 구조(Governance)를 뜻함)가 매우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는 내외부의 환경을 중시하고 사회적인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그리고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경영이 검증된 기업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이런 요소들이 기업의 브랜딩을 만드는 키워드가 되고, 실제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소식들을 매일매일 접하고 있다. 대형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도 본인의 가치(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1인 기업이든 대형 기업이든  가치(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사람의 역할이다. 그런 사람을 뽑는 작업은 '고용(채용)'이다. 뛰어난 인재를 고용하는 그 자체가 기업의 가치를 키우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고용 계약서에 계약 기간이 명시된다면? 그것은 정규직/비정규직을 구분하여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꼼수일 뿐이다. 정말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근거가 되어야 하고, 인재와 조직의 성장을 함께 도울 수 있는 계약의 형태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원치 않는 퇴사 서류에 사인하는 일도, 그것을 두려워할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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