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파게티를 꺼내 든다. 짜파게티는 발음할 때 터지는 바람만큼이나 불량함과 새침함을 한껏 머금은 음식이다. 주말 아침이면 평소 잘 먹지 않던 라면, 비빔면 혹은 짜파게티와 같은 음식을 조리한다. 간혹 저녁에는 피자, 치킨과 같은 배달 음식을 주문해 먹기도 한다. 평소에는 나름 건강한 식단을 먹으려고 골똘히 고민해 탄단지 비율을 조율하지만. 일주일에 단 이틀뿐인 주말에는 꼭 맛있지만 몸에는 덜 건강한 무언가를 먹어도 될 것만 같다. 그래. 오 일 동안 열심히 일했고, 글썼고, 운동했으니 오늘만큼은 마음껏 먹자꾸나. 다사다난했던 평일을 지나 소중히 받아 든 주말을 보란 듯이 마음껏 즐기고 싶은 마음인가 보다. 먹기 전 경건한 마음으로 물을 끓인다.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면 후레이크와 면을 두 동강으로 쪼개 넣는다. 적당히 익은 면을 집게로 들었다 놨다 하며 차가운 실온과 어느 정도 맞닿게 만든다. 온도 차로 더욱 탱글탱글해진 면발은 영문도 모른 채 짜장 소스로 뒤덮인다. 올리브유를 넣어 들들 볶아낸 짜장면에 젓가락을 꽂는다.
한 입 먹으며 주말에 대해 생각한다. 통상적으로 주말은 위안이자 치유다. 어떤 이에겐 소중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걱정 없이 단잠에 빠질 수 있는 시간이다. 일상에 진력이 난 사람들이 일상의 굴레를 다시 재정비해 나갈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그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가족 구성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밥을 먹고, 대화를 하고, 다급한 일로부터 조금은 벗어나 한시름을 놓는 시기이기도 하다. 일상에 침잠해 들여다보지 못했던 누군가의 이야기를, 감정을, 눈빛을 기억하고 신경 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달려오다가 잠시 멈출 수 있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휴일이 있어서 다행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 땐 휴일 없이 살 수 없도록 만든 게 아닐까, 쉼이 다시 또 시간을 건너갈 수 있게 해 주니까. 평일을 건너며 느꼈던 기쁨, 놀라움, 서운함, 애잔함, 슬픔 혹은 연민 등 다양한 감정을 소화해 한층 성장할 수 있게 하니까. 그렇다면 참 현명한 일이라고 짜파게티를 먹으며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