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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미누나 Jan 08. 2023

등의 언어

- 내가 등에 집착하는 이유 - 

"뭘 쓰고 싶은가요?"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어떤 형식의 글을 써야 할 지 고민이 먼저 앞섰다. 근 몇 년 동안 난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쏟아내고,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스물 아홉, 치기 어린 감정과 글과 대한 허기, 개인적으로 겪어온 사람간의 일과 치열하게 다투었던 내 안의 고민. 어쩌면 쓰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아 무엇부터 적어 내려가야 할 지 몰랐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도 같다. 그것을 모두 합쳐 통일된 주제로 나타내야겠다는 생각에 고민이 앞섰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먼저 나를 먼저 생각해보기로 했다. 스스로 지탱할 직함으로는 4년차 IT 회사 서비스 직장인이 있다. 동시에 20년도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수필부문 신춘문예 등단 이후 첫 소설집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무릇 남들 앞에서 내가 작가임을 표현할 때는 쑥스러움이 더욱 앞선다. 나는 생을 모두 문학에 바친 정통 예술가도 아닐뿐더러, 일상의 굴레에 진력이 나 가끔은 글을 저 멀리 치워두고 현실을 살아가는 생업인이도 했으니. 예술에 몸바쳐 일평생을 희생한 숭고한 문인이라 하기엔 양아치 같은 면이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모습 역시 인정하기로 했다. 바람은 폈지만(직장인으로서의 나) 이는 내 스스로의 삶을 지탱하기 위한 어떠한 방편이었으며, 직장생활을 유지했기에 마음의 안정과 일종의 환기, 생활인으로서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와중에 글은 언제나 내게 다시 돌아오라 손짓했으며, 아무리 딴짓을 해도 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었다. 그래서 늘 글에게 고마웠고, 미안했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라 글이라 다행이었다. 어쩌면 심리학과 문학을 공부했던 학부 때보다 졸업 후 직장인이 된 지금에서야 더 애절하게 글을 탐닉했던 것 같다.

 

"제발 날 네게서 쫓아내지 마."

 

글과 멀어질 까봐. 영영 내 안에서 글이 사라질까 봐. 그 세계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기 위해 회사를 다니면서도 부단히 읽고, 쓰려 노력했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에 등의 언어와 관련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이 글은 한창 젊은 날의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나와 같은 20-30대 직장인에게도, 제 이름 석 자를 잃어버린 채 누군가의 무엇으로 살고 있을 40-50대 우리네 부모님에게도, 미래를 향해 발돋움할, 아직은 걱정과 고민이 많을 10대 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난 등의 언어를 쓰고자 한다.         

 

"누군가의 등에서 언어를 읽어본 적 있나요?"

 

코로나의 확산으로 근래에 없는 재난을 겪는 와중, 우리는 누군가의 등을 볼 여유조차 갖지 못한다. 심지어 앞에 있는 사람조차도 얼굴을 보기보다, 휴대폰이나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하고 서로의 온기, 생기, 어조를 느낄 새 없이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니까. 등의 언어를, 표정을 읽는다는 것은 상대가 뒤를 돌아 내게서 멀어질 때까지 찬찬히 기다려줌을 의미하고, 그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 인 人이라는 한자 역시 사람이 서로 등을 맞대고 보는 형상을 의미한다고 하지 않던가. 곰곰이 서로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것, 그것이 우리라는 존재를 더욱 사람답게 만드는 일이라 확신한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유를 알아가는 것, 삶을 반추하며 그것에 대한 생각을 찾아가고 싶다.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내 경험담이 될 것이며,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동시대적 고민이기도 할 것이다. 

 

Self-concept(자기개념)

 

앞으로 써 내려갈 글에는 작가로서의 나, 직장인으로서의 나, 자식으로서의 나, 친구로서의 나, 연인으로서의 나 등 다양한 Self-concept(자기개념)이 나올 예정이다. 자기개념은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인지하고 있는가 하는 개념적인 자기 인지의 총체를 뜻한다. 이것이 다양할수록 인간은 더욱 건강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며, '수많은 나' 중 어떤 한 가지가 붕괴되어도 금방 회복하고 '다른 나'를 지탱해 나아갈 수 있다. 이야기의 흐름은 이십구 년 동안 수많은 내가 보았던 무수한 등으로부터 언어를 읽어내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때때로 이 글은 슬플 수도, 기쁠 수도, 공감이 될 수도, 함께 분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등을 발견하고, 내가 봤던 누군가의 등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단 한가지만 바라고 싶다. 

 

내 글을 읽으며 누군가가 힘을 얻길, 그 삶을 사는 자가 당신 혼자가 아님을 말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글이 나만 중요한 세상이 아닌, 상대를 배려하고 마음의 여유를 품은 채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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