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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 Feb 06. 2021

복직 준비 2탄 - 돌봄 도시락 준비

#돌봄교실 #도시락 #급식도방학

복직 D-5 돌봄 교실 대기 순위 3번 -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육아휴직을 할 때는 '일 년 동안 끼고 물고 빨고 지내야지' 하는 생각에 복직 이후의 생각을 접었나 보다.

복직하는 2월이 겨울방학이라는 생각을 왜 안 했을까? 부랴부랴 학교를 찾아 돌봄 대기를 걸어두었지만 '지금 있는 아이들이 나가지 않는 이상은 TO가 없어요.' 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에 기대를 내려놓았다. 또 시어머니의 사랑에 기대야 하나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기댈 언덕이 있으니 생각을 접었나?


그런데 전화가 왔다. 나는 무려 대기 3번인데 갑자기 3명이 훅 빠지기라도 한 걸까?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라는 말을 믿는다. 사실 '두드리면 퍼부어주신다.'는 말을 더 믿는다. 책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든 생각이다. 실로 그런 것이 이번 일은 이 말이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류 접수할 때 덜덜 떨면서 기다렸던 차가운 학교 복도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렸다. 당일배송도 불사하는 가장 빠른 쇼핑몰을 통해 보온도시락과 겨울 털실내화를 샀다. 유치원 방학 돌봄 때 쓰던 허세 작렬한 네모난 보온도시락에서 실용적인 클래식한 보온도시락으로 바꾸어 주었다.

미국 엄마들이 쓴다고 하는 예쁜 네모 도시락은 아들 어깨에 뽕달아주겠다고 꾸역꾸역 샀는데, 딱 미국식 런치 - 샌드위치 정식에나 어울릴 법했다. 실용성도 없고, 부피는 큰 데다 각이 져서 설거지도 불편한 그냥 예쁘기만 한 도시락 이제 안녕.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던 우리 모자에게 아침형 루틴 일상을 잘 꾸려갈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에 덜덜 떨면서 도시락 밑준비를 했다. 사실 '도시락을 싸고 새벽 출근을 할 수 있을까?'가 더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도 맛에 큰 문제가 없는 멸치볶음과 메추리알을 만들어 놓고, 김치는 아이가 먹기 좋은 크기로 송송 썰어 바로 싸줄 수 있게 준비했다. 밑국물은 아침에 바로 만들어 넣어주는 계란찜, 감자조림을 위해 만들어 두니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국을 잘 먹지 않기도 하고 뚜껑을 열 때 쏟기라도 할까 봐 뜨거운 국은 아직 두렵다.

아이도 다음날이 돌봄 교실 첫 등교이다 보니 새로 산 보온도시락의 뚜껑을 제대로 여닫을 수 있을지, 무거운 보온 도시락과 보온 물병을 매고 학교와 학원을 두루 전전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우선 보온도시락의 사용법을 익혀보기 위해 예행연습으로 새로 산 도시락에 점심을 주었다.

"밥 다 먹고 물티슈로 책상도 닦아야 돼." 하니 "엄마 나 유치원 때 다 해봤어." 한다. 괜한 걱정병이 도졌었구나.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하고, 회사에 아침 간식으로 준비한 김밥 픽업도 늦지 않아야 할 텐데... 하며 새벽 3시부터 깨어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2월 1일을 맞이했다.


am 5:30 어제 미리 앉혀둔 밥솥의 버튼과 전기포트의 버튼을 ON

                 슬로우 미러클 과제 - 아이에게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려고 시작한 인증 프로젝트 30분

am 6:00 밥솥의 알림음이 울리면, 포트의 물에 보리차를 우리고, 밥을 퍼서 도시락에 담기.

                 금방 할 수 있는 반찬 한 두 가지를 만들어 냉장고 반찬과 함께 담아 도시락 싸기.

                 보온병에 뜨거운 물과 실온의 물을 적당히 섞어 뚜껑을 닫고 흔들어 한번 따라먹고 온도 확인.

                 그리고 내방으로 가 도시락 쪽지 써서 뚜껑에 붙이고, 괜히 인증사진 하나 찍으면 이 기분 마치 자랑스러운

                 대한의 어머니가 된 듯하다. 뿌듯 장렬

am 6:30 갓 지은 밥에 아침 조금 먹고, 10분 뚝딱 출근 준비 : 스티브 잡스처럼 출근복을 정했고, 화장은 하지 않는다.

am 7:00 출근


이렇게 복직의 아침 루틴이 만들어졌다. 일과 삶의 블렌딩. 이번에는 삶을 놓치지 않고 일과 잘 블렌딩 해야지.

돈 주는 만큼만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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