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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현 Dec 08. 2020

식당에서 밥 먹을 때의 예의에 관하여

with you guys, with myself

팬데믹으로 인해 잠시 식당에서의 외식은 멈춤이다. 그래서 그런지, 문득 예전에 외식했을 때 떠올랐던 생각들이 떠올라 글로 적어 봄이다.


예전부터, 카페, 식당이나 술집에서 “아무거나”라는 외침이 싫었다. 뭐~ 별거 아닌 일로 예민하게 군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대놓고 포기하는 것 같아, 싫다. 식당에서 단체로 메뉴를 통일하는 분위기도 싫다. 이 또한 합리성에 너무 민감한 거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500원, 1000원 비싸다고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는 것을 눈치 봐야 하는 것도 우습다. 

2015.12. 플로리다 디즈니 한개로 나눠먹는 모습

엄마가 되고 나서, 아이가 4살부터일 때 같이 밥을 먹게 되자, 3인 가족의 식사 오더는 3인은 많고, 키즈 메뉴가 없는 곳에서는 2 메뉴를 시키곤 했었다.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맵지 않은 거 하나와 신랑이 먹고 싶던 것. 그렇게 3~4년쯤을 보냈나 보다. 당연하게, 엄마인지라 아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게 하고 싶은 모성과 돈을 아끼고 싶은 주부의 마음이 었으리라.

    

위의 경험들은 아주 사소하지만, 사소하다고 간과하지 않았어야 했다. 어느 순간, 나는 내가 먹어본 음식을 맘껏 골라본 자유의 권리마저 버린 채 몇 년간 방치했었다. 책이었던가? 유튜브였나? 기억은 잘 나진 않지만, 그냥 세일하는 할인메뉴나 기획 세트 말고,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그냥 먹으라고 했다. 맞다. 자기 계발 책을 무수히 읽었건만, 왜, 정작 본질적인 것을 소홀히 했을까?


성장하고 꿈을 이루는 것! 꽤 멋지다. 하지만, 정작 진정한 성공은 자신의 본질적인 욕구와 행복이 채워져야 가능하다.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고, 최선을 다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며 사는 것이야 말고, 참 성공이 아닐까? 


고작 먹을 거가 아니다. 먹는 거, 참으로 소중하고 중요한 순간이며 행복해야 한다. 몇 년간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못된 버릇을 가진 탓도 있었다. 아이를 데이케어에 보내고, 수업을 듣고 수업을 마치면 과제하느라 점심은 건너뛰기 일수고, 책상에 앉은 채 컵라면이나 소시지 핫도그와 커피로 때웠더랬다. 시간을 쪼개, 할 일들을 해나가는 성취감만 앞섰지, 내 몸이 상하는 것도 모른 채 그렇게 말이다. 그래서인지, 공부를 마치고 나서는 기쁨은 한 달 헛헛함 마저 들었을지도 모른다. 

2016.01. 키웨스트에서 드물게 각자 시켜먹은 올바른 아침


그래도 현명했던 좋았던 순간들도 꽤 많았다. 다행히도. 돌이켜보면 잠시 싱글맘 되어, 스트레스에 짓눌려 공부를 하던 와중에도, 텍사스에서 먹었던 진한 고기 육수의 쌀국수로 나의 외로움을 달랬으며, 멕시칸 브리또 집에서 새우 아보카도 브리또를 먹으면서 쩅한 햇살을 느끼면 과제를 끝낸 그때들이 있었다. 기왕이면, 더 자주 누렸어야 하지 않은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꽤 감사했던 순간들이다. 


가격 말고, 남 눈치 말고, 식구들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상황들 말고, 오롯이 나를 위한 맛집(요즘은 투고를 하더라도요^^)과 혀 끝과 영혼을 달래줄 그런 소울 푸드 몇 개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단체 중 (내가 더 내면 되지) 혼자서 비싼 메뉴를 시키더라도, 당당히 먹고 싶은 것을 먹을 당당한 자유가 나에 대한 내 삶에 대한 식사의 예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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