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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현 Jul 11. 2020

그리운 사람보다는 흔한 사람이 될게

40 딸과 쿨한 엄마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연락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의 생각은 이러했다. "얘, 일주일에 2번씩은 통화해야지." 그 말을 듣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밀려져 왔다. 우리 엄마의 멘트로서는 꽤나 어울리지 않아서, 


우리 엄마는 활동적이신 분이다. 나랑 달리, 몸짱이신데도 항상 운동을 하신다. 스쿼시, 배드민턴, 골프, 탁구, 볼링, 포켓볼, 수영 등 정말 못하는 게 없으시다. 요즘 걷기만 겨우 하고 있는 나로서는 매일 운동을 꾸준히 하시는 엄마가 대단하시기만 하다. 그리고, 항상 그림을 그리시기에 바쁘셨다. 유화 그림을 25년 넘게 그리시며, 전시회도 계속하셨다. 그림도 가끔 팔리시는데, 나도 어서 돈을 벌어 엄마의 그림을 사드리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하다. 1년 안에는 꼭!


항상 바쁘시고, 농담 가득한 우리 엄마는 내게 쿨한 분이셨기에, 더욱더 나는 엄마의 그 말에 놀랐던 거다. 40을 바라보는 나는, 몰랐구나. 우리 엄마도 살가운 딸내미가 그리우시다는 것을. 요즘 문뜩 나는 연락을 자주 못 드렸던 것 같다. 작년부터, 책을 쓴다고 혼자 바빴고, 책들을 파묻혀 자기 계발에만 여념이 없었다. 


통화할 때마다 "잘 있니?" 하시는 목소리가 꽤 오랜만에 만난 사람한테 드는 느낌이다. 그리움이 느껴졌다. 오전 시간에는 나는 핸드폰 무음으로 해놓고, 지 일 하기만 했더랬다. 스벅에서 책을 쓰다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잠깐 드렸을 뿐인데, 엄마가 그러신다.

고마워~ 전화 줘서~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아려왔다. 나는 부모님을 살갑게 챙겨드린 다고 했는데, 그런 것 보다, 그냥 자주 짧더라도 자주 전화를 드려야 하는 게 맞구나. 나는 엄마의 딸인데, 나의 안부전화에 저런 말을 들음에, 정말 자신이 조금은 미워졌다.


나의 전화를 반가워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오버랩된다. 바쁘고, 재미있었던 엄마의 4,50대 & 지금 책 쓰고, 수학연구와 콘텐츠 크리에이터 재미에 푹 빠진 나의 지금 말이다. 엄마는 지금도 멋지게 사시지만, 그때보다 시간이 여유로우실 것이며, 출가한 자녀들로 인해 가끔은 적적하실 것이다. 도시에서 사시다가 전원생활을 하시기에, 만족스러운 전원 라이프를 사시면서도 북적북적한 도시가 가끔은 그리우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초등생 아들 하나를 키우면서, 전업주부로서 아득바득 나의 시간을 만들어 내가 할 수 있는 여러 일들과 하고픈 일들에 풍덩 빠져 지내느라 나는 늘 바쁘다. 하지만, 이제는 바쁘게 살지 않기도 마음먹고, 실천해 보기로 한다. 정말 지혜로운 사람 그리고 멋지게 행복하고 성공한 인생은 타이트하게 바쁜 삶 속에 있지 않으리라. 


나의 삶을 단순화하고, 무엇이 더 중요한지 숲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장착하고 살리라. 내 옆에 중요한 사람들이 내가 필요할 때 늘 있어주고, 

그들에게 나는 그리운 사람이 아닌, 늘 옆에 있는 흔하고 편한 사람 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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