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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포그래피 야학 May 19. 2020

06_문자정렬

기호에서 시대의 이념으로

일러두기

1. 앞의 글들을 우선 읽기를 추천합니다.

2. 본문 안에서 타이포그래피 용어는 띄어 쓰지 않았습니다.

3. 윤문이 되지 않은 글입니다. 


¶ 문자정렬

‘문자정렬’은 타이포그래피 사전에 따르면 ‘글을 읽기 쉽게 맞추어 배열하는 일’이라고 되어 있다. 문자정렬은 각각의 낱글자를 보기 좋게 한쪽 기준에 맞추어 정리하고, 정렬 기준을 이해한 독자들이 글줄 머리를 쉽게 찾게 한다. 그렇다면 이는 ‘문자를 정렬’이 아니라 ‘글줄을 정렬’하는 일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왜 문자정렬이라고 하는 것일까? 다시 한번 금속활자로 돌아가 보자. 금속활자를 글줄 머리에서부터 글줄 끝까지 일정하게 양끝맞추기로 짜기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때 판 위 금속활자를 낱글자 단위로 짠다고 해서 ‘판 짜기’라고도 말한다. 판 짜기를 할 때 금속활자를 찾아서 선택하고(문선, 文選)하고 판 위에 금속활자를 심는(식자, 植字)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글줄 끝에 다다른다. 그때 마지막 음절의 금속활자 낱글자가 글줄 끝 판면에 애매하게 걸쳐 끼워지지 않는다. 다음 줄로 내리자니 공간이 남고, 그렇다고 부족한 공간에 억지로 식자하자니 낱말사이를 다른 글줄과 다른 간격을 써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행 구분하고 마지막에 남은 공간을 메우기 위해 글줄을 앞에서부터 일정하게 벌려 놓는 작업을 하는데. 이를 ‘배자(排字)’라고 한다. 배자는 ‘글씨를 쓰거나 인쇄할 판을 짤 때 글자를 알맞게 벌여 놓는’ 다는 의미이다.


글줄정렬이 아니라 문자정렬이라고 하는 이유는 각각의 정렬 방식에 따라서 배자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단락 안에서 각 줄마다 일정한 배자를 갖지 못하고, 매번 다른 배자를 갖는다면 우리는 글을 읽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문자정렬의 중요한 특징은 각 글줄의 배자가 정렬 방식마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하는 것이며, 이는 ‘문자정렬’이라는 용어로 낱글자들간의 정렬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이러한 배자의 문제는 앞서 이야기한 서양의 고전주의 타이포그래피와 현대주의 타이포그래피를 구분하는 이념과 양식으로 작동한다.


¶ 문자정렬의 5가지 방식

현재 문자정렬에는 다섯 가지 기본적인 방식이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양끝맞추기’, ‘왼끝맞추기’, ‘가운데맞추기’에 ‘오른끝맞추기’, ‘엇갈리기’를 포함한다. 이를 ‘판짜기오형식’이라고도 한다. 5가지 방식의 문자정렬 이외에도 한국, 일본, 중국의 문자적 특징을 가리키는 CJK 문자권에서는 내려짜기(세로짜기)방식이 있고, 그림이나 사진의 외곽 라인을 따라서 글자를 조판하는 ‘에워싸기’ 방식도 사용되고 있다다만 이러한 판짜기오형식의 종류와 분류는 고전과 현대가 약간 다른데, 고전 타이포그래피에서는 ‘엇갈리기’대신 ‘강제양끝맞추기’를 문자정렬 방식의 기본적인 방식으로 포함한다. 


다섯 가지 문자정렬 방식중 본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양끝맞추기와 왼끝맞추기인데, 이 두 가지 정렬 방식은 타이포그래피의 고전주의 양식(대칭)과 현대주의 양식(비대칭)을 대표한다. 그래서 두 가지 정렬 방식의 차이와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아름다움의 기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해하는 것과 같다. 변증유물론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이유들이 타이포그래피 양식의 차이를 만들었는지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왜 신 타이포그래피 운동이 하나의 이념으로써 자리 잡았는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다.


¶ 양끝맞추기

양끝맞추기는 단락의 각 글줄길이를 단너비에 맞게 인위적으로 일정한 길이로 맞춰 판짜기 하는 방법이다. 양끝맞추기 판짜기를 하다 보면 각 글줄이 일정하게 맞춰 끝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양끝맞추기는 영어로 ‘justification’이라고 하는데, 균등하게 배치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언어의 가족유사성을 갖고 있는 단어로는 공정하다는 의미의 ‘justice’가 있는데, 이 점을 미루어 봐도 양끝맞추기는 각 낱글자를 서로가 공정하고 균등하게 간격을 벌려주는 일이란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양끝맞추기는 그만큼 각 글줄의 배자를 일정하게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속활자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양끝맞추기 판짜기 방식이 쉽지 않았는데, 특히 라틴알파벳은 글줄 끝에 걸친 낱말(단어)을 낱글자별 분리 하더라도 음절별로 구분하고 하이픈을 사용해야 했다. —‘하이픈’은 라틴알파벳의 낱말을 글줄에 의해 분리해야 할 때 낱말이 연결되어 있음을 표시하는 기호— 또한 라틴알파벳에서는 낱말이 낱글자로 분리가 되더라도 음절별로 분리가 되어야 했다. 음절에 포함된 글자 길이에 따라서 분리되는 공간이 각 글줄마다 차이가 생긴다. 이때 가장 긴 글줄과 짧은 글줄의 차이 공간을 ‘하이픈영역(낱말별분리영역)’이라고 한다. 하이픈 영역을 최소화하는 일은 언제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타이포그래퍼들은 하이픈영역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끝맞추기 판짜기에서 각 글줄 끝을 낱말 별로 분리하지 않고, 낱글자 별로 분리해서 하이픈영역을 최소화하려고 하였다. 하이픈영역이 최소화되어야 각 글줄의 배가 일정하게 형성될 수 있고, 이는 판면 전체가 고른 밀도와 질감을 갖기 때문이다. 금속활자의 이러한 배자 작업은 상당한 시간과 기술을 요구했는데, 특히 단락배자의 경우 판짜기 중간에 윗 글줄과 아랫 글줄의 배자가 서로 다르면 다시 판짜기를 진행해야 했다.


문자정렬 방식에 따라서 배자를 처리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단락 안에서 생기는 모든 하이픈영역의 빈공간을 단락 안에 있는 모든 글줄이 균등하게 나누어 해결하는 ‘단락배자’ 방식과  글줄의 하이픈영역 문제를 해당 글줄 안에서만 해결하여 균등하게 나누는 ‘글줄배자’방식이다. 인디자인에서는 단락배자를 ‘단락 컴포져’, 글줄배자를 ‘싱글라인 컴포져’의 설정으로 제공하고 있다. 대체로 양끝맞추기에서는 단락 안에서의 일정한 배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단락배자’를 사용한다.


양끝맞추기는 동일한 판면에 가장 많은 낱글자를 넣을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많은 양의 글일수록 책의 페이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현대에 들어서도 텍스트가 많이 들어가는 신문이나 잡지는 양끝맞추기 방식을 선호한다. 페이지의 수를 줄이는 것은 책을 제작하는 비용을 절감하는 일이기도 하다.


¶ 강제양끝맞추기

강제양끝맞추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양끝맞추기’와 단락 마지막 줄을 처리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양끝맞추기는 문자를 양끝 맞추기한 뒤 단락 마지막 줄을 왼끝 맞춰 처리하는데 반해 강제양끝맞추기에서는 마지막 줄도 단락 끝 기준에 맞추어 강제로 양끝맞춤을 하는 방식이다. 이는 판면(text block, 활자가 놓여진 면)의 형태를 극단적 대칭 구조로 만들어 고전주의 타이포그래피가 요구한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다. 그래서 강제양끝맞춤 방식은 단락 마지막 줄에 형성된 하이픈영역을 자연스럽게 두지 않고 단락에 포함된 글줄마다 일정하게 배자하는 번거러운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단락배자 과정을 통해 마지막줄 하이픈영역을 강제로 맞춘다 하더라도 넓어진 낱말사이 덕분에 자칫 판면 안에서 낱말들 간의 연관성이 떨어져 보인다. 그래서 현대적 의미의 판짜기오형식에서는 제외되었다. 


¶ 양끝맞추기, 대칭의 미학

양끝맞추기는 구텐베르크 이후 금속활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본문 판짜기 방식이다. 20세기 초 왼끝맞춤을 주장한 ‘신 타이포그래피 운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약 5세기 동안 주된 본문 판짜기 방식으로 사용되었다. 현재도 왼끝맞추기와 더불어 양끝맞추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본문 판짜기 방식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타이포그래퍼들은 어려운 배자 작업을 하면서까지 ‘양끝맞추기’방식을 사용했을까? 이는 앞서 이야기한 고전주의 타이포그래피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념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대칭이거나 기하학적 구조에서 찾았던 그리스·로마 시대 아름다움의 기준은 르네상스 시대 타이포그래피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이러한 대칭적 구조가 아름다움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대칭적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짧은 글이나 제목 등에는 대체적으로 가운데 맞추기를 사용하였는데, 글줄의 가운데를 중심으로 접었을 때 데칼코마니처럼 완전한 대칭이 되는 구조를 갖기 때문이다. 많은 양의 글을 다루는 본문은 가운데맞추기 할 경우 글줄머리를 찾기 어려워 강제양끝맞추기 혹은 양끝맞추기로 판짜기를 했고, 이는 가운데맞추기와 더불어 판면의 형태를 대칭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양끝맞추기는 번거로운 단락배자 작업 과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본문 판짜기 형식이었다. 



¶ 한글 양끝맞추기

라틴 알파벳에서 양끝맞추기는 하이픈영역의 넓이에 따라서 배자가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라틴 알파벳은 글줄 끝 판면에 낱말이 걸칠 때 음절별로 낱글자 분리하고 하이픈을 넣어 처리 하는데, 음절별로 속해 있는 낱글자의 수가 각 낱말별로 차이가 커서 하이픈을 사용하여도 하이픈영역이 들쑥날쑥하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라틴 알파벳은 글줄길이가 짧아질수록 배자할 글줄의 공간이 부족해지고, 글줄마다 배자 차이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에 되도록 짧은 글줄길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글의 경우 유일하게 낱글자가 언어의 한 음절과 완전히 대응하는 문자이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한글에서 양끝맞추기를 할 때 하이픈영역은 라틴 알파벳보다 각 글줄의 차이가 적다. 글줄 끝을 낱글자별로 분리했을 때 생기는 하이픈 영역은 최대 낱글자 한자 정도의 활자틀너비 차이만을 갖는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한글이 양끝맞추기에서 라틴 알파벳보다 각 글줄 배자에서 더 유리하다. 


한글이 양끝맞추기에서 라틴 알파벳보다 유리하지만 조심해야 하는 것도 있는데, 그것은 글줄 머리나 끝에 낱말에서 분리된 낱글자 하나만 남는 경우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는 낱자 한 자가 완전한 음절을 이루면서 낱글자별 분리를 하면 생기는 현상이다. 만약 이러한 현상이 반복된다면 이는 수직으로 연결되어 흐름을 만들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단락 끝 마지막 글줄에 만들어져 ‘다.’만 놓이게 되는 현상을 '외자남기'라고 한다. 외자남기는 시각적으로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에 이를 발견하면 윗 글줄의 배자를 조절하여 포함시켜야 한다. 윗 글줄의 배자를 조절할 때는 다른 글줄의 배자를 고려하여 눈에 띄지 않게 조절해야 한다. 대체로 자간이나 글자폭을 1~2%정도 조절하면 사라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2%이상 배자를 조절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이럴 땐 단락에 포함된 글줄에서 낱글자를 끌어올릴만한 글줄을 찾아 추가로 배자 조절을 하는 것이 좋다.


¶ 왼끝맞추기

‘왼끝맞추기’는 20세기 이후 신 타이포그래피 운동에서 주장되었던 문자정렬 방식이다. 낱글자를 판면 왼쪽을 기준으로 맞추고 오른쪽은 자연스럽게 흘려두는 방식이다. 그래서 왼끝맞추기는 ‘오른끝흘리기’라고도 한다. 왼끝맞추기가 신 타이포그래피 운동에 중심이 되었던 이유는 타이포그래피 식자 작업과 가독성에 있어서 양끝맞추기보다 기능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금속활자를 상상해 보자. 판을 들고 식자를 하는 과정에서 글줄 끝에 이르러 낱말이 애매하게 판면에 걸치게 되었다면, 자연스럽게 공간을 남겨두고 글줄만 구분해서 다음 줄부터 식자를 하면 된다. 이러한 작업은 양끝을 맞추기 위해 번거로운 배자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효율적인 판짜기를 가능하게 한다. 양끝맞추기에서 각 글줄의 배자가 달라보이는 부분도 ‘글줄배자’만 신경쓰면 되기 때문에 금속활자 식자 작업이 한결 수월하다.


뿐만 아니라 글줄 끝을 흘리며 마무리할 때 낱말별로 구분하여 문장을 낱말로 마무리한다. 그러면 낱말이 중간에 잘려 읽기 흐름이 끊기는 걸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낱말별로 분리하면 띄어쓰기 공간처럼 다음 글줄을 찾는 행위도 쉬어가는 것이 된다. 이와 더불어 왼끝맞추기의 일정한 글자사이와 낱말사이는 더 유리한 가독성을 확보하며, 판짜기 작업도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왼끝맞추기를 신 타이포그래피 운동의 중요한 방침으로 삼았다. 판면의 형태가 가운데를 중심으로 비대칭적으로 구성되어 ‘비대칭 타이포그래피’라고 불렀다. 비대칭 타이포그래피는 그리드 시스템과 더불어 현대주의 타이포그래피를 대표한다.


다만 왼쪽맞추기 방식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오른쪽에 흘려진 형태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일이다. 자연스럽게 만든다는 것은 특정한 형태로 보이지 않게끔 하는 것이다. 우리는 글을 읽는 행위에 집중할수록 시각적 경험이 아닌 청각적 경험으로 전환된다. 이때 우리의 눈이 익숙해 보이는 특정한 형태를 발견하게 되면 글을 읽는 청각적 경험은 곧바로 시각적 경험으로 전환되어 글을 읽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별자리는 배치되어 있는 몇 개의 점(별의 위치)을 보고 우리가 익숙한 형태로 변환해 인식하게 한다.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형태를 발견하면 그것을 익숙한 형태로 변환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는데.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이는 숲 속으로 사냥을 떠나거나 수렵 및 채집을 떠날 때,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오는 길의 시각적 정보를 기억하기 위해서 생긴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 두려움을 극복하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정보를 기억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어째든 문자정렬 오른끝의 흘림을 가능한 특정한 패턴이나 형태를 갖기 않게 해야 독자는 글을 읽는데 더 집중할 수 있다.


흘림의 형태는 너무 과도하거나 혹은 그 차이가 너무 적어도 안된다. 그래서 오른쪽 글줄 흘림은 하이픈영역의 차이가 없어 애매하게 흘려져 있어 왼쪽맞추기와 양끝맞추기가 분간이 되지 않거나 비슷한 글줄길이가 3줄 이상 연속적으로 등장해 연결되어 수직으로 연결되어 보이는 현상을 피해야 한다. 또한 반복적인 글줄길이의 패턴이 만들어져 흘림의 형태도 특정한 패턴처럼 보이면 안된다. 이러한 흘림은 독자에게 시각적으로 주목할 만한 지점을 만들어 글을 읽는 행동을 지속적으로 방해한다. 그래서 흘림은 대체로 활자틀 너비의 4 배수 이내에서 규칙이 보이지 않게 흘려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보다 적으면 양끝정렬과 구분하기 힘들고, 이보다 넓으면 차이나는 글줄이 넓은 하이픈 영역을 만들어 그 여백이 시각적 경험으로 인지된다.


타이포그래퍼들은 오른끝 흘림의 형태를 조절하기 위해 언제나 문장의 읽히는 맥락과 활자의 흘림 형태에서 치열한 고민을 해왔다. 라틴 알파벳에서는 오른끝 흘림의 형태를 조절하기 위해 낱말별로 분리되는 왼끝정렬의 경우에도, 낱글자별로 분리하고 하이픈을 넣어 적절한 흘림의 형태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타이포그래퍼들은 항상 좋은 형태와 문장의 맥락 사이에서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인지 고민하며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래서 왼끝맞추기에서는 흘림을 중요하게 신경 써야 하며, 흘림의 형태에 따라서 더 보기 좋은 판면이 만들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기능적 작업을 주장하며 등장한 왼끝맞추기도 ‘흘림’을 고려하여 판짜기 하는 시간만큼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 양끝맞추기와 왼끝맞추기의 시대적 인상

양끝맞추기와 왼끝맞추기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 정렬 방식인가를 넘어 정렬 방식의 변화로 드러난 시대적 이념 파악하는 일이다. 이는 대칭과 비대칭의 형태로 대표되며 타이포그래피 바라보는 대립적 관점을 만들었다. 이러한 대립적 관점으로 20세기 초 다양한 논쟁들이 있었으며, 논쟁을 했던 유명한 타이포그래퍼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 일화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시각 문화가 갖고 있는 미적 기준의 변곡점이며, 타이포그래피를 접하는 대중들에게 시대적 인상을 전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의식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지만 전체 타이포그래피를 무의식적으로 느낀다. 이러한 점은 타이포그래퍼가 언제나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며, 시각 언어가 갖고 있는 개개인과 사회의 경험을 학습하거나 직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타이포그래피를 이루는 양식들의 언어는 사소해 보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사소해 보이는 결정들이 모여 하나의 양식을 이루어 시대를 관통하거나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데,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시각 언어를 새롭게 형성할 수도 있다. 디자이너 혹은 타이포그래퍼에 의해서 만들어진 다양한 시각 결과물은 우리 주변의 시각 문화를 만들고 이러한 문화는 ‘이미지 사건’을 만든다. ‘이미지 사건’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시각 언어가 된다. 그래서 타이포그래퍼들은 언제나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며, 그것들이 이루는 경험에 대해서도 공감하거나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학적 태도와 관점을 가질 때 타이포그래피의 시각 문화를 더 확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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