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고양이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우리 집에는 함께 사는 고양이가 셋 있다.
나는 고양이는 한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사람이다.
단순히 강아지랑은 다른 건가, 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처음에는 두 마리, 이후 한 마리가 더 늘어 세 마리와 함께 사는 집사가 되었다.
갑자기 고양이라는 동물과 살게 되면서, 게다가 새끼도 아니고 이미 자의식이 다 자리잡은 성묘로 만나서 우리는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내 책이나 종이, 물건들에 오줌을 싸고 헤어볼을 토해서 정말 싫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토피도 생겼다. 허벅지 뒷부분이 너무 가렵다가 심하게 짓무르기도 했다.
그렇게 만난 것이 벌써 십 이년 전이다. 6~7세로 만난 야옹이들은 이제 고등학생 나이가 되었고, 나도 40대가 되었다.
고양이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그때부터 영상도 찾아보고, 사료와 모래에 대해서도 공부하면서 점점 고양이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뭐가 귀여운 것인지도 공부를 통해 알게 되었다.
고양이들에게 이름이 있지만 별명도 따로 지어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같이 노는 방법도 만들어갔다.
이제는 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고양이가 나를 사랑해주는 게 어떤 것인지를.
밍밍이는 올해 봄 HCM 진단을 받고 하루 세 번 약을 먹기 시작했다. 코를 고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뒷다리는 점점 약해진다.
띵똥이는 눈이 안 좋아서 가끔 안약을 넣고 자다가 악몽을 꾸는지 소리를 지르면서 깬다.
이쁜이는 이제 털이 빠지면 잘 자라지 않는다. 전화 통화를 하면 내가 혼잣말을 한다고 생각하는지 계속 대답을 해준다.
밍밍이가 심장발작을 일으킨 날은 4월 16일이었다. 아침에 갑자기 쓰러져서 소리를 지르면서 울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최대한 가까운 동물병원을 검색해서 전화를 걸고 밍밍이를 케이지에 넣고 달려갔다. 병원에서는 잇몸과 눈을 뒤집어보고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이미 가망이 없다고 했다. 탈수가 심하니 수액주사를 놔주는 것 밖에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집에서 보내줄건지 병원에서 보내줄건지 물었다. 나는, 그래서 나는 물었다. 지금 아픈건가요. 지금 병원에서 보내주는 게 덜 아픈 건가요. 의사 선생님은 자신이 대답할 수 없다고 했고 우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밍밍이와 이틀 동안 함께 누워있었다. 해야할 일도 하지 않고, 밍밍이 옆에만 누워 있었다. 울고, 웃고, 사진을 찍고, 기도하고, 같이 잠들었다가 밤에 깨서 살아있는지를 확인했다. 밍밍이는 이틀만에 다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밥도 먹기 시작했고, 물도 마셨다. 다른 병원을 찾아서 다시 검사를 받았다. 그곳에서 HCM약을 처방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말했다. 이건 호스피스약이에요. 치료제가 아니에요.
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늙은 고양이와 함께 사는 일은 마음 속에 커다란 오뚝이를 품고 사는 일 같다.
자다가 끙끙거리면서 잠꼬대를 하면 오뚝이가 쿵, 쓰러진다.
좋아하던 간식을 코앞에 대도 먹지 않으면 또 쿵, 쓰러진다.
그래도 오뚝이는 항상 다시 일어난다. 나는,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서 야옹이를 사랑하고, 밥을 주고, 화장실을 치운다. 야옹이도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 물을 할짝이고 꼬리를 종아리에 감싸준다. 언젠가는 우리가 헤어지겠지만. 그때까지 우리는 다시 일어난다. 헤어짐은 막막하여 견딜 수 없이 서글픈 마음이 되어도. 그럼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