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인스타가 아니다. 피드에 오른 연애와 결혼 과정은 행복해 보이지만, 현실은 기쁘고 화나고 속상한, 다양한 모습이 함께 한다.
이젠 오롯이 혼자 누리던 고요함 보단 뭐든 함께하는 일상에 익숙해져야 한다. 함께 노는 재미만큼 안 싸울 순 없어도,덜 싸우는 방법은 있다. 이제 100일 남짓 풋내기 신혼인 연애대장의 비법 공개!
하나.기대감 버리기
갈등의 씨앗은 집안일과 같은 작은 것들이다. 청소, 빨래, 요리, 쓰레기 버리기, 물건 놓는 방법, 제품사용법, 나 빼놓고 하는 회식.
혼자 살면 하고 마는 것들도 둘이 살면공정한 행동의 잣대를 들이댄다. 나는 이만큼 하는데,뭐지?끝나지 않는 생활 업무의 양적 질적 불합리함, 사랑으로 이겨내라기엔 너무 긴 세월이다.
최고의 방법은 스스로 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기 때문에 결혼 이전의 상대방이어느 정도의 레벨로 정리하고 살았는지, 나와 레벨이 비슷한지 사전확인이 중요하다.
만약 너무 사랑하는데 그의 공간은 차마 함께 있기 어려울 것 같다면,결혼과 동시에 많은 것들을 내가 할 각오를 가지고 결혼해야 갈등이 없다.아마 남편은 나의 옷방을 정리하며 어느 정도의 결심을 하고 결혼한 듯하다. 고마워.
이상적인 건 둘이 함께 같은 양을 감당하는 것이지만 정확히 나누긴 불가능하다.애초에 상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는 0의 기준치를 가지면, 스스로 하는 것에 놀라움과 고마움을 가지게 된다.
둘. 고마움과 칭찬
상대방의 자발적인 행동은 순간의 고마움과 칭찬으로 이끌어낸다. "너무 깨끗하다." "남다른 것 같아." "어쩜 이렇게 잘해?" 남편의 집안일에 대한 나의 리액션에 일부러 그러는거냐며 멋적게 웃지만 기분은 좋은 듯 하다.
이 정도도 안 하는 사람 있어?
그럼, 자기는 특별하지.
(안 살아봐서사실 나도 잘 모름)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자발적으로 곧잘 하는 걸 보면잘한 행동 앞에서 칭찬하고 고마워하는 건 중요하다.
결혼하고 나서 그에게 가장 칭찬을 받았던 날은 스스로 빨래 양을 감지하고 돌려놓고 그가 오기 전에 널어놓은 날이었다. 나 역시 그의 칭찬을 계기로 업무 영역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사실은 그가 날 칭찬으로 조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징글징글하게 내 기준에 상대방이 아무것도 안 할 것 같다면, 업무영역이 굳어지기 전에 서로의 업무 영역을 나누는 게 좋다.
우리 팀에 누가 온다고 가정해보자. 얼른 업무분장부터 재정비하는 게 먼저이다."반가워요. 이 것이 당신의 일이에요.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문의주세요."그때 인수인계자의 미소는 진심이다. 업무는처음부터 나눠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정확히 언제,무엇을,어떻게 해주세요.
남자에게 부탁은 두루뭉술하면 안된다. (사실은 지시에 가깝지만) 부탁은 명확하고 짧아야 하며, 부탁한 만큼 본인 역시 무언가를 하고 있음을 어필하는 것이 좋다.
나름군생활이결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점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귀관의 임무는 이제부터 이것이다.
셋. 불만은 소통으로
결혼 초반엔 이런저런 얘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나 사람은 곧 본래 모습으로 회귀한다. 집안일을 어느 정도 마치고 켜는 컴퓨터이지만, 어느 순간 식사 후 남편의 게임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내가 간과한 그의 장점. 집돌이는 겜돌이일 가능성이 높다.
결혼 50일째 되는 날, 밥을 먹고 자연스레 게임하러 들어가는 남편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게임에 빠진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이것? 홀로 식탁에 앉은 이 모습이 나의 미래인가?
그가 30분인가 1시간 정도 게임을 하고 있을 때, 그에게 가서 조용히 이야기했다. 퇴근해서 밥 먹고, 바로 게임만 하는 삶을 살 거라면, 오늘 먹은 저녁이 내가 차려주는 마지막 저녁이라고.다행히 그는 알아들었고, 이제 더이상 PC 게임을 하지 않는다.(단, 수많은 취미 중 집 구석에 붙어있는 게임이 그나마 양반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
모바일 게임은틈틈이하지만, 게임에 할애하는 절대 시간이 상당히 줄었다.매일 밤,아무 이유없이 아프다던 그의 손목 통증도 사라졌다. 저 망할 놈의 게임이 범인. 아내 말 잘 들으면 신체의 건강은 물론 만사 형통하다.
불만은 얘기 안 하면 모른다. 곪기 전에 잘 이야기하고 적정선을 찾는 수밖에 없다. 단, 가볍게 이야기하면 고쳐지지는 않고 반복된 잔소리가 될 수 있다.
작은 불만은 가볍게 넘어가되,
커질 수 있는 불만은 짧고 강한 메시지와 임팩트를 남기자.
안 고치면 진짜 나락 갈 것 같은 서늘함이 가끔 필요하다.
넷. 매일 함께 더 나아지기
연애 초반에 신랑이 다이어리를 하나 사 왔다. 데이트 일상이나 혼자 있는 날에적은 나에 대한짧은 감상이었는데,재미있기도 하고 귀여워서 매번 같이 보자고 했다.
그렇게 늘 읽을 바엔 같이 쓰자며 5년짜리 일기장을 사 가지고 왔다. 다이어리는한 장에5년치 동일한날짜가 적혀있다. 그날의 일을 두 줄씩 같이 쓴다.
한 권을다 쓰려면 5년이 걸린다. 10권 정도 쌓이면 엄청난 추억이 될 것 같아 열심히 쓰고 있다. 가끔 밀릴 때도 있지만 신혼부부에게 강력추천.
물론싸운 날 글씨는 개발세발, 가관이다.반드시 후회할 거다! 잊지 않겠다!그래도 다음 날이라도 꼭 쓴다. 나중에 보면 그저 웃긴 페이지가 된다.
매일기록하고, 같이 반성하고,함께사람이 되어간다.
인간에 대한 기대가 적은 편이라 나는안 싸울 줄 알았는데,짧은 기간 꽤많이 싸웠다.특히 인테리어 공사를 앞두고엄청 다퉜다. 서로 다른 취향과 제한된 예산은 갈등을 동반한다.스트레스도 최고치를 찍는다.
그래도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결국 다시 앉아 의견을 이야기하고 조율하고 상대 의견을수용하면서 하나하나 함께 완성해 간다. 논쟁의핵심이나잘잘못보다 중요한 건,기분을 상하게 하지않는말투인 것 같다.
함께 쌓아가는 울고 웃긴 그 많은피드들이 모여,다른하나의삶의계정을만들어간다. 괴로움보다 즐거움이 많다는 게 현재까지의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