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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과장 Jul 22. 2023

괜찮은 남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런던 3040의 연애와 결혼

Hi, 카카오톡으로 온 반가운 메시지. 13년 전, 국 횡단여행을 함께한 그룹의 외국인 친구였다.


그녀는 긴 머리에 늘씬한 몸매,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있어 투어 그룹 내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인도계 영국인이다. 그땐 그녀도 나도 이십 대였는데, 거의 마흔이 다 되어 만나다니...


하루간의 서울 나들이를 함께하며 나눈 영국 마삼오 대원들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너의 13년은 어땠니?


뭐부터 말해야 할까? 이직, 글, 결혼. 두서없이 말하는 동안 13년 동안 내 뇌에서 입으로 나오는 회화 회로가 상당히 고장 난 것은 확실했다. 여러 가지 단어 중 그녀가 가장 격하게 반응한 건 나의 결혼이었다.


네가 결혼을 하게 될 줄이야! 축하해.

런던 사람들은 어때?

런던 사람들은 거의 결혼을 하지 않아.

나도 결혼은 하고 싶은데, 이건 거의 사회적인 문제 수준이야.

그녀는 인기가 많았다. 투어그룹에서 만난 친구에게도 고백을 받았었고, 상당한 부자하고도 만났었다. 페이스북으로 가끔 보는 그녀의 일상에 연인이 없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연애고수에게도 결혼은 어려운 일이다. 이제야 결혼할 경제적,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데..


우리 나이 여자들은 매력적인 사람이 많은데, 남자친구가 없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

결정적으로 괜찮은 남자는 다 결혼했어.


먼 나라에 사는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대한민국에 사는 내 친구들의 문장과 정확히 일치했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소개팅 문화와 결혼정보회사에 대해 말해주면, 영국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지만 1년에 6회 미팅에 거의 800만 원, 너무 비싼 가입비에 가입할 생각은 안 해 봤다고 한다.

런던에선 주로 바, 작은 파티에서 만나고, 요새는 어플에서도 많이 만나지.


영국에 돌아가면 만날 여러 명의 후보들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아이폰 안에 싱그럽게 웃고 있는 런더너들의 모습도 한국의 마삼오 대원들을 닮아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함께할 상대방을 찾는 건, 어느 나라에 살든 인간의 본능이자 평생 과제인 것 같다.


난 나중엔 싱글맘이 되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


그녀는 용감했다. 좋은 사람을 찾고 알아보는 데 적극적이고, 더 나아가 훗날 생길 아이에 대해서도 실질적이고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생각과 실행. 육아는 나의 당장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일 수 있다고. 낳고 기르는 결정에 따라, 잃는 것에만 걱정을 했던 나를 돌아보았다.

보톡스는 어디가 저렴하니?DMZ를 보러? 한국 왔다는 그녀에게 보여준 서울도 딱히 멋지지 않아 살짝 미안했는데, 한국에 온 여성 여행자들에겐 다른 포인트가 있었다. 고품질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구매하고 받을 수 있는 한국은 거의 천국이다.


넌 왜 안 늙은 것 같지?한국 여성의 미모 수준을 올려준 강남, 명동, 성수의 의료시술과 네일, 화장품, 맛집을 현지인 포인트로 알려주었다. 그녀가 보다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돌아가, 더 멋진 사람을 만나길 바라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좋은 곳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만나자.

그땐 다섯 명 이상 일지도...


by. M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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