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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과장 Aug 11. 2023

칼로 물을 베는 방법

신혼, 덜 싸우는 비법

인생은 인스타가 아니다. 피드에 오른 연애와 결혼 과정은 행복해 보이지만, 현실은 기쁘고 화나고 속상한, 다양한 모습이 함께 한다.


이젠 오롯이 혼자 누리던 고요함 보단 뭐든 함께하는 일상에 익숙해져야 한다. 함께 노는 재미만큼 안 싸울 순 없어도, 덜 싸우는 방법은 있다. 이제 100일 남 풋내기 신혼인 연애 대장의 비법 공개!

하나. 기대 버리기


갈등의 씨앗집안일과 같은 작은 것들이다. 청소, 빨래, 요리, 쓰레기 버리기, 물건 놓는 방법, 제품 사용법, 나 빼놓고 하는 회식.


혼자 살면 하고 마는 것도 둘이 살면 공정한 행동의 잣대를 들이다. 나는 이만큼 하는데, 뭐지? 끝나지 않는 생활 업무의 양적 질적 불합리함, 사랑으로 이겨내라기엔 너무 긴 세월이다. 


최고의 방법은 스스로 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기 때문에 결혼 이전의 상대방 어느 정도의 레벨로 정리하고 살았는, 나와 레벨이 비슷한지 사전 확인중요하다.


만약 너무 사랑하는데 그의 공간은 차마 함께 있기 어려울 것 같다, 결혼과 동시에 많은 것들을 내가 할 각오를 가지고 결혼해야 갈등이 없다. 아마 남편은 나의 옷방을 정리하며 어느 정도의 결심을 하고 결혼한 듯하다. 고마워.


이상적인 건 둘이 함께 같은 양을 감당하는 것이지만 정확히 나누긴 불가능하다. 애초에 상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는 0의 기준치를 가지면, 스스로 하는 것에 놀라움과 고마움을 가지게 된다.

둘. 고마움과 칭찬


상대방의 자발적인 행동은 순간의 고마움과 칭찬으로 이끌어낸다. "너무 깨끗하다." "남다른 것 같아." "어쩜 이렇게 잘해?" 남편의 집안일에 대한 나의 리액션 일부러 그러는거 멋적게 웃지만 기분 좋은 듯 하다.


이 정도도 안 하는 사람 있어?

그럼, 자기는 특별하지. 

(안 살아봐 사실 나도 잘 모름)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자발적으로 곧잘 하는 걸 보면 잘한 행동 앞에서 칭찬하고 고마워 하는 건 중요다.


결혼하고 나서 그에게 가장 칭찬을 받았던 날은 스스로 빨래 양을 감지하고 돌려놓그가 오기 전에 널어놓은 날이었다. 나 역시 그의 칭찬을 계기로 업무 영역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사실은 그가 날 칭찬으로 조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징글징글하게 내 기준에 상대방이 아무것도 안 할 것 같다면, 업무영역이 굳어지기 전에 서로의 업무 영역을 나누는 게 좋다.


우리 팀에 누가 온다고 가정해보자. 얼른 업무분장부터 재정비하는 게 먼저이. "반가워요. 이 것이 당신의 일이에요.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문의주세요." 그때 인수인계자의 미소는 진심이다. 업무는 처음부터 나눠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정확히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해주세요.


남자에게 부탁은 두루뭉술하면 안된다. (사실은 지시 가깝지만) 부탁은 명확하고 짧아야 하며, 부탁한 만큼 본인 역시 무언가를 하고 있음을 어필하는 것이 좋다. 


나름 군생활 결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점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귀관의 임무는 이제부터 이것이다.

셋. 불만은 소통으로


결혼 초반엔 이런저런 얘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나 사람은 본래 모습으로 회귀한다. 집안 일을 어느 정도 마치고 켜는 컴퓨터이지만, 어느 순간 식사 후 남편의 게임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내가 간과한 그의 장점. 집돌이는 겜돌이일 가능성이 높다.


결혼 50일째 되는 날, 밥을 먹고 자연스레 게임하러 들어가는 남편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게임에 빠진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것? 홀로 식탁에 앉은 이 모습이 나의 미래인가?


그가 30분인가 1시간 정도 게임을 하고 있을 때, 그에게 가서 조용히 이야기했다. 퇴근해서 밥 먹고, 바로 게임만 하는 삶을 살 거라면, 오늘 먹은 저녁이 내가 차려주는 마지막 저녁이라고. 다행히 그는 알아들었고, 이제 더 이상 PC 게임을 하지 않는다. (단, 수많은 취미 중 집 구석에 붙어있는 게임이 그나마 양반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


모바일 게임 틈틈이 하지만, 게임에 할애하는 절대 시간이 상당히 줄었다. 매일 밤, 아무 이유없이 아프다던 그의 손목 통증도 사라졌다. 저 망할 놈의 게임이 범인. 아내 말 잘 들으면 신체의 건강은 물론 만사 형통다.




불만은 얘기 안 하면 모른다. 곪기 전에 잘 이야기하고 적정선을 찾는 수밖에 없다. 단, 가볍게 이야기하면 고쳐지지않고 반복된 잔소리가 될 수 있다.


작은 불만은 가볍게 넘어가되,

커질 수 있는 불만은 짧고 강한 메시지와 임팩트를 남기.

안 고치면 진짜 나락 갈 것 같은 서늘함이 가끔 필요하다.

넷. 매일 함께 더 나아지기


연애 초반에 신랑이 다이어리를 하나 사 왔다. 데이트 일상이나 혼자 있는 날에 적은 나에 대한 짧은 감상이었는데, 재미있기도 하고 귀여워서 매번 같이 보자고 했다.


그렇게 읽을 바엔 같이 쓰자며 5년짜리 일기장을 사 가지고 왔다. 다이어리 한 장에 5년치 동일한 날짜가 적혀있다. 그날의 일을 두 줄씩 같이 쓴다.


한 권을 다 쓰려면 5년이 걸린다. 10권 정도 쌓이면 엄청난 추억이 될 것 같아 열심히 쓰고 있다. 가끔 밀릴 때도 있지만 신혼부부에게 강력추천. 


 싸운 날 글씨 개발 세발, 가관이다. 반드시 후회할 거다! 잊지 않겠다!그래도 음 날이라도 꼭 쓴다. 나중에 보면 그저 웃긴 페이지 된다.


매일 기록하고, 같이 반성하고, 함께 사람이 되어간.





인간에 대한 기대가 적은 편이라 나는 안 싸울 줄 알았는데, 짧은 기간 꽤 많이 싸웠다. 특히 인테리어 공사를 앞두고 엄청 다퉜. 서로 다른 취향과 제한된 예산은 갈등을 동반한다. 스트레스도 최고치를 찍는다.


그래도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 결국 다시 앉아 의견을 이야기하고 조율하고 상대 의견을 수용하면서 하나하나 함께 완성해 간다. 논쟁 핵심이나 잘잘못보다 중요한 건,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투인 것 .


함께 쌓아가는 울고 웃긴 그 많은 피드들이 모여, 다른 하나의  계정 들어 다. 괴로움보다 즐거움이 많다는 게 현재까지의 감상. 


함께  같 미래를 만들어간는 건, 값진 경험이다.


by. 연애훈련대장, M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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