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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벌엄마 Jun 14. 2022

아이 학습의 적기는 언제일까?


어느 날 옆집 엄마는 말한다. 우리 00이는 “내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스스로 한글도 떼고, 책도 읽는다”라고,

덤덤하게 은근슬쩍 자랑을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 집 엄마는 정말 아무것도 안 했을까?

내 아이는 밥도 스스로 떠먹지 않아서 밥도 떠먹여야 하는데, 한글을 스스로 떼고, 

읽기 독립까지 하다니 허탈한 마음이 든다.

혹시 그 집 아이는 지능이 좋은 게 아닌가? 의심해본다.

그리고 내 아이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본다. “너는 언제 스스로 할래?”라고 마음속으로 물어본다.

아이에게 공부의 때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한글에 관심을 갖는 때, 숫자에 관심을 갖는 때가 교육의 적기라고 한다.

그때 아이에게 한글도, 숫자도 가르쳐주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관심을 갖는 때는 아이마다 다르니 잘 관찰하라고 한다.

아이를 처음 키우는 나는 아이의 어떤 행동이 학습에 관심을 가진 건지 알 수 없었다.

아이가 한글에 눈길을 준 것이 관심을 가진 건가? 숫자를 읊었는데, 몇 번이나 읊어야 관심을 갖고 있는 건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아이가 눈길을 한 번 주길래 한글에 관심이 생긴 건가? 싶어 들이대면 아이는 이내 외면하였다.

답답한 나머지 육아강연에 가서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우리 애는 노는 거 빼고 도무지 관심이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해요?”

전문가들의 대답은 하나같이 아이가 관심 가질 때까지 기다려 주라는 것.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내일모레 8살, 초등학교 입학을 남겨두었는데, 아이가 한글에 관심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그래도 기다려 줘야 하는 것일까? 속이 탔다.

차라리 입학 전에 한글은 받침 없는 것까지, 숫자 세기는 50까지만 무조건 떼고 오라고 가이드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그것에 때가 있다는 것도 초보 엄마인 나에게는 어렵고 애매했다.

“저 숫자 배우고 싶어요”라고 말을 해주면 좋으련만 아이는 아무 말하지 않는다.

생활 속에서 엄마의 눈치로 아이의 관심사를 파악해야 하는 거다. 그야말로 직장상사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파악해야 하는 부하직원 같은 느낌, 상사의 바뀐 표정에서 어떤 뜻이 담겼는지 알아서 알아내야 하는 어려움과 비슷하다.

엄마인 나도 하루의 삶이 있다. 종일 아이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아이의 시간은 흘러간다.

그 흐름 속에 시기적절하게 아이에게 학습을 주어야 한다.



엄마와 함께 하는 공부

6세 중반 한글 떼기를 시작했다. 아이의 때를 맞추지 못하는 나의 선택이었다.

꾸준히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매일 10분, 한 장씩 한글 전문 학습교재로 둥이들과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오늘은 가갸거겨, 내일은 나냐너녀 진도대로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는 원리를 공부했다.

그렇게 하길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둥이들은 한글을 뗐다.

의외의 결과였다. 나는 놀랐다. 내 아이는 한글에 관심이 있었는데 나만 몰랐던 것일까?

전에는 통 글자로 한글을 알려주어서 아이가 어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지금이 한글 교육의 적기였던 것 일가?

한글을 떼고 나니 둥이들은 마트에서 배송되어 오는 큰 종이봉투의 글씨를 읽고, 편의점에 가서 자신이 고르는 아이스크림의 이름을 읽기 시작했다. 놀이터에서 “올라가지 마세요,”라는 글씨를 보면 읽고, 그대로 행동을 했고, “금연”이라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았다. 둥이들은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한글을 읽을 줄 몰랐지만 읽을 줄 안다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다.


매일 10분, 1장씩 공부했던 루틴이 그간의 환경과는 달랐음을 느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매일 학습을 한 것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전에는 아이 눈치 봐가며 아이의 컨디션이 좋고, 나도 기분 좋은 날 학습을 했다. 아이도 나도 힘이 드는 날은 하지 않았다.

가끔씩 공부를 했다. 진도와 같은 체계 없이 손에 잡히는 데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았던 것이다.

학습을 통해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과도하게 밀어붙이기식 학습은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하지만 매일 꾸준히 조금씩 반복되는 학습은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나는 아이들과 매일 10분, 하루 한 장으로 한글 떼기를 한 후, 영어 파닉스도 3달 만에 뗐다.

나와 아이들만의 공부 방법을 찾은 것이다. 이게 바로 엄마표 공부 루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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