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올해 수능 날짜가 12월 3일이라는 것. 나의 전시 시작일이 12월 2일이니까 꽤나 비슷한 기간이다. 수능을 앞둔 학생들만큼 치열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 역시 매일 같이 그림 앞에서 고민하게 된다. 정말 공들여 그린 그림이 한 순간 별로인 것처럼 보일 때도 있어서 힘이 빠질 때도 있고, 또 어떤 날을 다시 마음을 다잡고 집중하게 되고, 매일 매일의 내 자신이 참 다르다. 그렇게 들쭉날쭉한 내 자신을 대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쓸 뿐이다.
어른이 되면 더이상 입시라는 것에 시달리게 되지는 않지만, 삶의 시험기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거 시험임' 하는 그런 Warning sign 없이 바로 치르게 되는 시험들일 뿐. 인생을 살아가면서 시험은 계속 된다.
그래서 그런 건지,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도 시험을 치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전시회를 위한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나의 부족함을 배워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오랜 시간동안 그림을 그려왔지만, 작품을 프로페셔널하게 다루는 법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 달리 말해 그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아왔다. 나에게 있어서 그림은 그리는 것이지 파는 상품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회는 다르다. 내가 아무리 이름없는 무명작가라도 보러오는 관객이 있고, 때에 따라선 그림을 사고 싶어하는 고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살아왔다고 볼 수 있다.
그림에 가격을 매기는 법,
작품에 흠집이 가지 않게 보관하는 법,
마지막 바니쉬 작업할때 먼지와 붓털이 표면에 달라붙게 하지 않게 신경쓰는 것
캔버스 뒤에 제작년도를 잘 표기해두는 것
내 그림을 알뜰살뜰 하게 다루는 것을 전혀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정말 속상했던 것은 그림을 잘못 보관하는 바람에 그림에 변형이 일어났다는 것을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깨달았던 것이다. 물론 나 나름대로 종이에 싸서 잘 보관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이유 모를 원인으로 인해 한 작품의 색이 요상하게 변해 버렸고, 난 그것을 보며 한동안 입을 벌리고 있어야 했다.
여러모로 무식했다.
이것을 비유하자면 자식을 잘 돌보지 못하는 칠칠맞은 엄마랄까.
앞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림을 잘 보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소중하게 잘 다루어 주어야 겠다.
어쩌면 그림뿐만 아니라 이것은 인생에도 적용되는 교훈같다.
바쁘기만 하고 실속이 없었고
내 자신을 소모시키기만 하고 소중히 다루는 법을 잘 몰랐다.
또 그림 외에 다른 것은 모르고 무심하게 방치하고 살았다.
이번 전시가 꼭 내 자신뿐만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하지만 사실 '나 자신'이라는 이기적인 득실을 벗어나기 힘든 거 같다.
사람들이 세상을 위해 뭔가 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 자신의 이기적인 동기를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시회는 어쨌든 내 개인적인 욕망이다.
이런 나의 개인적인 욕망이 누군가의 삶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그림 한장이 가지는 영향력, 힘이 있다면 뭘까?
전시 :
12월 2일- 11일
오후 1시- 오후 7시
서우 갤러리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