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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jin Mar 11. 2024

사랑하는 이의 뒷모습은 슬프다

뒷모습에 관하여

이 글은 2022년 4월 12일에 처음 쓰고, 2024년 3월 11일에 수정하고 덧붙인다.



머지않은 과거에 나는 철저히 외로움을 온몸으로 거부했다. 짧은 찰나라도 혼자 남겨졌다는 기분을 견디지 못했다. 이게 핑계가 될 수 있나 싶지만 그래서 과거 연인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길에  먼저 돌아섰고, 전화도  먼저 끊었다떠나가는 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홀로 남겨지는 기분이었고, 먼저 끊어진 통화에 남은 잠깐의 정적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먼저 떠나가는 쪽을 택했고, 전화를 끊을 때면 늘 그보다 한 발 먼저 종료 버튼을 눌렀다.


늘 나를 배웅해 주던 이가 왜 헤어지고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느냐고 물었다. 늘 내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를 지켜봤을 이였다. 언젠가 한 번쯤은 등 뒤에 있는 자기를 뒤돌아 봐주길 기다렸단다. 다시 뒤돌아 봤을 때 그가 그 자리에 없을까 봐 또 그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는 게 싫어서 나는 뒤돌아 보지 않았다. 그가 내게 무심하다고 토로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매번 내 뒷모습을 지켜보던 이가 느꼈을 슬픔에 가슴이 사무치게 아팠다. 첫사랑이었다. 그리고 종종 뒤돌아 여전히 그가 그 자리에 서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한번 손을 흔들었다. 늘 그는 그 자리에 있었고, 여전히 나는 먼저 뒤돌아 떠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관계에 마음이 먼저 떠난 이는 결국 그였다.


그래서였을까. 늘 거기 있을 것만 같았던 그가 더 이상 나를 바라봐주지 않게 된 이별은 아주 오래도록 고통스러웠다. 그를 사랑할 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때론 너무 행복해서 불안했고, 너무 사랑해서 두려웠다. 언젠가 깨지게 될까 봐 그의 마음이 내게서 먼저 떠나갈까 두려운 나머지 늘 한편에 그와의 이별을 간직했다. 늘 내가 먼저 돌아서고 뒤돌아 보지 않았던 건 이별의 연습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짜 이별은 연습으로 대비할 수 있는 정도의 결코 가벼운 상흔만 남기지 않았다. 


뒷모습에는 그날의 즐거움을 뒤로한 채 헤어지는 아쉬움이 묻어 있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또다시 혼자됨에 대한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다시 마주하게 될 다음 날의 현실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뒷모습은 어딘가 늘 짠하고 슬프다. 지금은 누군가(친구든, 호감이 있는 이성이든)와 헤어질 때 되도록이면 먼저 돌아서지 않고, 그의 돌아서서 가는 길의 한 발자국을 지켜봐 주려한다. 그러나 그 사람의 뒷모습도 그리 오래 지켜봐 주지 않고 나도 서둘러 뒤돌아 떠나간다. 그러나 만약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땐 그의 뒷모습을 아주 오랫동안 지켜봐 줄 작정이다. 그의 어깨를 털어주고 토닥여 주고, 또 그의 어깨가 내게 기대 쉴 수 있도록 품도 넉넉히 내어 줄 거다. 지켜볼 그의 뒷모습이 조금 덜 슬프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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