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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날 Jul 15. 2024

책 선생입니다만

1_입문기

나는 아이들의 독서 선생이다. 문해력을 책임지는(?) 독서선생. 혹은 논술 선생.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면 시작은 아주 단순했다. 책 육아를 해왔다는 자부심과 책을 읽고 몇 가지의 질문을 주고받는 것이 책 육아의 전부가 아닐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더 깊이 있는 책 교육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메일을 확인하다가 팝업창에 독서지도사라는 것이 있는 것을 알았다. 독서를 어떻게 지도하는지 알려 준다니 호기심에 이런저런 과정들을 알아봤다. 무료과정과 유료과정이 있는데 좀 더 전문적인 느낌과 누리집과 홍보 자료를 살피고 나름 전통 있는 독서지도사 전문과정이 있어서 일단은 등록을 했다. 싸지 않은 수강비였지만 온라인과정으로 신청하고 수강을 시작했다. 강의는 배속으로 들으면 제대로 수강완료가 뜨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제 속도로 듣자니 왜 이리 느리게 느껴지는지 답답함에 배속으로 듣고 한 번 더 흘려듣기를 했다. 나중에 자격시험을 볼 때 오히려 반복해서 들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교재와 강의 수준

교재는 제법 두꺼운 책이 두 권이고 강의는 여러 강사들이 돌아가며 맡은 과정을 전달한다. 어린이의 발달과정에 따른 독서지도법을 들을 때는 아이들 키울 때 알아두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마음이 들었다. 강사들은 모두 전현직 독서지도사들로 실제 경험한 일들을 함께 나누며 진행을 하니 실감되는 내용도 많았다. 대부분의 수강자들은 엄마들이었고 처음엔 나처럼 내 아이를 위해 수강을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연봉 얼마의 잘 나가는 독서지도사가 된다고 격려를 한다. 상술인 듯 아닌 듯 상술인 줄 알면서도 꿈을 꾸게 되는 시간들을 마치면 자격시험에 응시하게 된다.


과제

과제는 한주에 하나씩 서평을 쓰는 것인데 강사들에게 첨삭을 받는다. 와...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은 시험에 들었었다. 한 번도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그래도 학생 때는 제법 입상도 한 나인데... 엄청난 지적을 받게 된다. 세상에 내가 이 정도였다니. 우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그 글을 다시 보니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띄어쓰기나 글의 구조가 과제의 의도에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손글씨가 아닌 PC로 글을 쓰고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익숙하지 않았었는데 처음에 그렇게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나서 조금씩 틀을 잡아갈 수 있었다. 빨간 글씨로 쫙쫙 그어진 첨삭기호들은 정말 어질어질했었다.

두 번째 과제는 강사의 칭찬을 받았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그때 좌절해서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수강비가 이래서 중요하다.. 돈이 아까워서 오기가 생기고 내가 기필코 이 과정을 마치리라 다짐했다.


자격시험 준비

자격시험은 두 권의 책과 강의내용을 범위로 한 객관식시험과 실제 수업을 계획하는 계획안, 그날 주어진 주제에 따라서 서평을 쓰는 것이다.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일단 객관식 준비는 강의안 중 중요 부분을 발췌하여 암기를 한다. 시험 공고가 나면 어느 단원에서 몇 문제가 출제되는지 공지를 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가장 많이 나오는 단원 위주로 공부를 하고 한 문제 출제되는 단원은 가볍게 훑었다. 문제는 계획안 작성이었는데 수업시간표를 안배하고 수업의 내용 또한 배운 것을 기본으로 창의적으로 계획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미 유치원 교사 경력이 있는 나로서는 어렵지 않은 부분이었지만 꼭 들어가야 할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주어진 책은 4권, 4권 모두 서평으로 작성하여 과제로 제출한 것이니 내용파악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시험에서 4권 중 어떤 2권이 시험에 나올지 알 수 없고 어떤 주제로 작성해야 하는지도 당일 시험지를 통해 알게 된다.

일단 시작해야 할 것은

- 4권 모두 수업계획표를 작성해 두기

- 4권의 내용을 충분히 기억해 두기.

  등장인물 중심으로 한 번 /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며 한 번 /주제를 생각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며 한 번.

나는 휴대폰에 녹음을 하며 나의 계획안을 들었다. 왜냐하면 계획안의 필수요소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인데 정말 좋은 방법이었다. 4권 중 한 권은 정보를 알려주는 책이었는데 그 책이 알려주는 정보에 대해서도 잘 기억하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여 생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암튼 약간의 감이 있다면 충분히 해 볼만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다.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수강생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회사는 그들에게도 책선생으로 일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들었다. 과정을 마쳤으니까. 자격증이 있고 없고는 어디서도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이왕 시작한 것 자격증을 따야지 생각해 열심히 달렸는데 1등도 없고 꼴등도 없다. 자격증 취득은 이일을 하는데 필수조건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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