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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날 Jul 14. 2024

나만 고양이 없어!

언제나 고양이_2

학교에서 돌아온 은찬이가 팔과 다리를 흔들며 콧소리를 낸다.


-엄마. 나 고양이 기르게 해 줘, 나만 고양이 없어.!

-고양이가 왜 필요한데? 세 가지 이유를 대봐~

-음.. 고양이가 있으면 외롭지 않아,

 고양이가 있으면 안 심심해.

 고양이를 안으면 너무 행복할 거 같아.

 끝!!!


아들 셋도 모자라 고양이라니.

하지만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엄지 여사도 조용히

고양이를 원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등교하고 나면 커피를 한잔 타서 휴대폰의 고양이 카페에서 사진과 글들을 한참 구경하고는 했다. 역시 우리 막둥이랑은 타이밍이 잘 맞아... 하면서도 뭔가 좋은 구실이 필요함을 느꼈다.


엄지 여사는 설거지를 하면서 계획을 짜고 있다.

모두에게 득이 될만한 이유를 걸 수 있을까.

좀 치사하지만 아직 초등학생이니 먹힐 듯싶은데...


-은찬아~ 그럼 이번 달에 백 점을 다섯 번 맞도록 해봐. 쪽지시험, 단어 시험 포함해서 어떤 테스트든 백 점이 다섯 번이면 엄마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게.

-진짜..? 나 진짜 백 점 다섯 번 맞는다 엄마~~!!


은찬이는 그렇게 백 점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영어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고

엄지 여사는 슬슬 랜선 집사가 아닌 실제 집사가 되기 위해고양이 카페에 진지하게 입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솜사탕 구름이 되어간다.


하교한 은혁이와 은겸이가 차례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은찬이는 더 신나게 자랑을 한다.


-형아, 엄마가 나 백 점 다섯 번 맞으면 고양이 키운대~~

-뭐...???? 엄마!!!! 진짜예요????


엄지 여사의 웃음을 보고 둘째 은겸이가 더 좋아했다.


-야 오은찬!!! 너 백 점 꼭 맞아라!!!!


은혁이는 막냇동생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어주며 말한다.

-어이구 우리 막내 좋은 일 하시네요~


은혁이는 곧 고등학생이 된다. 고등학생이 되면 공부시간이 더 길어질 것이고 늦게 들어오는 날에도 고양이가 반겨줄 거라는 생각에 동생과 엄마의 협상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엄지 여사는 아이들이 하나 둘 커가면서 일이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드는 바람을 가끔 느낀다.

아이들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노래했지만 강아지는 너무나 정신이 없을 것 같았다.

나 좀 보세요라는 눈빛을 하고 온몸으로 흔들어대는 강아지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고양이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왠지 고양이는 나를 성가시게 굴지 않을 거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면 고양이... 와 살아봐도 괜찮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예쁜 고양이들을 숍에서 데려오는 것과 유기묘인 성묘를 입양하는 것, 아니면 길고양이의 아가를 입양하는 것 등... 고양이를 사고파는 일에 대해서 소극적이지만 반대를 하며 마음은 입양 쪽으로 이미 정해져 있었다.


어릴 때 본 고양이는 노랗거나 까맣거나 얼룩이 거나 그게 전부였는데 입양 카페에서 본 버려진 아름다운 고양이들은 눈을 황홀하게 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함께 할 고양이는 아기여야 할거 같았다.

그렇게 아기 고양이를 찾고 있었고 고양이 하면 떠오른 노란 고양이, 그리고 수컷, 세 가지의 조건으로 입양 카테고리를 들락거렸다.


보름쯤 지나고 은찬이의 백 점이 한 번 남았을 때였다.


-엄마, 나 고양이 이름 정했어.

-응? 뭘로 정했어? 근데 너 백 점 채울 자신 있는 거야~?

-당연하지~ 내 고양이니까 내 맘대로 정할 거야. 백점이라고. 백점이..!! 어때 엄마? 오백점!!


으응.... 별로인데.. 엄지 여사는 생각했지만 아이의 기쁜 표정을 닫을 수 없어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백점이 주인님~ 어여 백 점을 채울 준비나 하세요~


아 예쁜 노란 고양이에게 백점이란 이름은.... 안 어울린다.


띠링~ 엄지 여사의 휴대폰에서 알림이 울렸다.


밥솥의 알람도 같이 울렸다.

-쿠쿠가 맛있는 밥을 완성했습니다. 밥을 잘 저어주세요!


나만 고양이 없어!

나만 없진 않은데 유행어처럼
마음에 메아리가 되던 말.

길고양이의 사색을 한참 바라보던 어떤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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