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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날 Jul 17. 2024

나도 고양이가 없었어.

언제나 고양이_3


설거지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엄지여사는 은형제들을 키우며 생긴 습관들이 있다.

밥을 빨리 먹는 것, 잠귀가 밝다는 것.


터울이 많지 않은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밥을 씹다가 그냥삼켜버리며 산 것  같다. 은혁이와 은겸이가 노는 뒷모습이너무 예뻐서

-아, 하나님.. 하나만 더 있으면 완벽할 거 같아요..


혼자 생각하다 정신이 번쩍 들어 흩어버렸는데 엄지여사의 하나님은 엄청난 속도로 그 중얼거림에 예스로 응답을 했다. 셋째는 당연히 딸일 거라고 생각했고, 태명도 꽃님이라고 지었다.


그러나 예쁜 꽃남이가 태어났고 잠깐 울적했으나 남편인 오혜성 씨의 말에 웃었다.


-아들 셋이면 말이야, 야구 농구 축구 다 된다구~ 나중에 애들 노는 거 보면 당신 엄청 행복할걸~!!

오혜성 씨도 속으로는 아들 셋이 두려웠지만 엄지여사를 위해 더 흥분하며 축하하고 좋아해 줬다.


그리고 그렇게 오늘이 되었다.

북적거리는 식탁과 더 북적거리는 빨래통,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빨래..

그래도 잠깐잠깐 아이들이 주는 웃음거리는 여전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관심거리를 찾아 몰입했고 엄지여사는 일은 줄어들지 않았어도 마음에 공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혼자 있고 싶어 졌고, 혼자 있어도 될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았다.


-나만 고양이 없어!

은찬이의 말을 듣는 순간


-맞네. 내가 고양이가 없었어.

그전부터 구경하던 고양이 카페를 더 자주 들락거렸고 키워드 알림을 설정했다.


"아기 고양이" " 치즈 고양이"


"띠링~"  치즈 고양이 알림.

밥솥 알림과 섞여서 밀려버렸지만 엄지 여사는 휴대폰을 보고 혼자 두근거렸다.

쓱쓱 젖은 손을 대충 닦고 소파로 털썩 기대어 휴대폰 잠금해제.


-아기 고양이 분양합니다.
길고양이를 집으로 들여 키우기 시작했는데 임신한 줄 몰랐어요.
다섯 마리를 다 키울 수 없어 분양합니다

태어난지 한 달 된 고양이들, 엄지여사가 원하던 치즈와 수컷, 딱 맞는 조건이다.

사진 속 고양이는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라는 광고 카피처럼 띠링띠링 울리며 엄지여사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지역은 공주.. 공주까지 거리를 검색하고.. 일단 오혜성 씨가 퇴근하기를 기다린다.


오혜성 씨의 전화,

-오빠 간다~ 뭐 사갈까~?

-아니 빨랑 와~ 조심히~

-어라 오늘 왜 콧소리가 느껴지지~^^ 당신이 기분 좋으니 나도 좋다. 빨랑 갈게~


퇴근길 오혜성 씨는 오늘은 엄지여사의 목소리가 어떨지 긴장하며 전화하곤 한다.

어느 날은 은혁이가 학원 갈 시간에 잔다고 속상해 있고,

어느 날은 은겸이가 뭐에 삐졌는지 말을 안 한다고 속 터진다고 한숨 쉬고,

어느 날은 아들 셋 다 데리고 나가라고 소리쳤다.


그런데 오늘은 엄지여사의 목소리에 비눗방울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날은 뭔가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듣는 날이라고, 감이 좋아진 자신을 칭찬하며 듣고 있는 노래의 볼륨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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