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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애 Jul 09. 2021

요셉 보이스 탄생 100주년 전시에 다녀와서

베를린 시립 미술관 - Hamberger Bahnhof Museum


플러서스에 대해서라곤 백남준, 뒤셀도르프, (신)다다이즘 정도가 다였다. 요셉 보이스에 대해선 즉흥과 실험음악을 2대로 나란히 이끌고 있는 애인 길레름과 그의 아버지, 얼네스토를 통해서 두세번 들은 적이 있는게 다였다. 쿠사마 전시회를 보려고 했는데, 매번 온라인 예약에 실패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길레름이 요셉 보이스 전시 포스터를 길거리에서 봤다면서, 당장 내일 아침에 가자고 했다. 큰 기대와 설렘없이 간 전시. 장소는 베를린 중앙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시립 미술관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함버거 반호프 미술관이었다. 


한국 대중들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은 요셉 보이스는 현대 예술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다. 독일과 유럽 예술에서 그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텍스트에선 그의 작품해설과 그의 작품과 정체성에서 샤먼을 연결지은 것과 백남준 작가가 90년에 보이스 추모굿을 한 자료가 유독 많이 보였다. 


2021년, 올해 보이스 탄생 100주년 전시에서의 포커스는 매우 구체적이고, 혁신적이었다. 전시 타이틀은 “말로써 시작된다고… (“Von der Sprache”) 정도가 되겠다. 그가 무엇, 무엇이었다가 아니라, 그는 무엇, 무엇을 했다, 그의 행위성에 초점을 둔 기획이 눈에 띄었다. 그가 한 것은 조각활동이다. 전통적 석고 조각이 아닌 사회에서 인간의 정신, 사고, 육체가 하나로써 상호 소통을 통해 재조직되는 조각 이론을 바탕으로 말이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팅을 작업한  니나 샬렌베르크 (Nina Schallenberg) 는 로뎅, 로소와 같은 전통 조각 예술가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최근 작업들은 침묵과 소리에 관한  조형적 요소에 대한 프로젝트를 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전시 감상 후에 조사를 통해서 알게 되었지만, 이걸 알고나자 왜 그녀가 유닛0부터 유닛8의 주제를 그런 식으로 구성했는지 더 이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해석과 평소 보이스가 실제로 한 말들은 나에겐 너무나 익숙한 언어였다. “생각과 말”은 개개인의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것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라고 말한 한나 아렌트의 주장과 매우 밀접했기 때문이다. 보이스는 모든 개인은 예술가 (“Jeder Mensch ist ein Künstler”) 라고 했다. 그러나 사회 안에서 고정된 것으로 보이는 옳고 그름 안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있기에, 새로운 사고, 새로운 예술, 새로운 사회의 가능성이 배제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에게 용어란 매우 중요한 구조이지만, ‘한 측면에만 기울어서 보면 그건 문화적 삶의 죽음과 같다’고 했다. 거기서 그는 고립된 예술 작품으로서의 조각이 아닌, 사회와 삶을 아우르는 조각 이론을 정립한다. 사회와 삶, 그리고 예술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중요한 도구가 그에게는 언어로 간주된다. 그는 무대, 공연에서만의 언어가 아닌, 글쓰기와 뒤셀도르프 예술대학 교수로서 강의를 하면서 언어를 통한 소통과 창의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하고, 보여주었다. 



단 한번, 전시를 갖다온 것만으로 그에 대해서 다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한번 정리를 거쳐야 나만의 지식과 경험이 되기에, 그리고 그렇게 남긴 이 흔적이 누군가에게도 보이스를 알게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끝이 아니고, 앞으로 나에게 남은 과제를 풀 것이다. 아렌트와 보이스 사이의 관계를 더 탐색해보는 것이다. 당장 내 논문도 제대로 시작 못했는데, 탐구해보고 싶은 것은 왜이리 많은지.....


* 대형 설치물과 공간 전체를 작품으로 구성한 것을 비롯해 영상과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남겨두었는데, 관심있으신 분들은 보시길 바래요. 

https://www.instagram.com/hanjia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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