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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애 Mar 29. 2024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될 때

정의와 선의의 보편적 기준에 대하여 

아프리카 말라위에 있을 때 인연을 맺은 국내 한 엔지오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막 침공되었을 때 내가 베를린에 거주하는 것을 알고 연락이 왔었다. 한국에 석달을 있다가 막 베를린으로 돌아갔던 차였는데, 베를린 등 유럽 중심에서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난민들을 도와줄 현지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는 요청이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석달의 시간 동안 베를린과 바르샤바를 오가며 우크라이나 내외 난민과 피난민을 지원했다. 


그런데,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지금까지 3만 명이 넘는 가자 안 사람들이 사망했는데 독일 내 정부나 여러 기관들의 반응이 우크라이나 때와 너무 다르다. 물론, 하마스가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정당 방위라고 합리화하겠지만 그러기엔 그들의 공격 범위와 대상이 너무나 야비하다. 독일은 나치 시절 유대인 학살과 박해로 공적인 입장을 취하기가 애매하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백번 이해한다. 


다행히 (?) 5개월 만에 독일 정부에서도 이스라엘 무기 지원 및 공급에 대해서는 금지 조치를 취했고, 가자 지역으로도 역부족이지만 인도주의적 지원을 보내고 있다. 내가 평소에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나름 지적이고 배운 독일 친구들도 이번 상황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럽고, 또 개인적인 윤리적 관점으로 바라봐서 조금 놀랐지만 그런대로 그것이 그들의 숙명이려니하고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내가 더 배신감 (?)이 드는 것은 나와 같이 우크라이나 인도주의 사업을 같이 했던 몇몇 우크라이나 출신 친구들이다. 


나 역시도 우크라이나와 아무 연고가 없지만 민간인 구조와 지원을 위해서 일했는데, 그때 같이 일했던 친구들의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이스라엘 국기가 새겨진 바탕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 이스라엘 국민 중엔 러시아계 유대인이 30% 정도 차지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와 섞여 있기에 이스라엘-하마스, 가자 상황에 대해서는 그래도 더 가까운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민족주의, 국가주의, 모든 것이 얼마나 복잡하게 섞여 있는지, 어떨때 거리를 두고, 어떨때 동질화하는지는 보면 이를 이해하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이미 사후 분석밖에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북한 인권에서,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까지 인권과 인도주의는 영영 없는것 보다는 낫지만 어떻게 잘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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