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통 무슨 얘길 해요?"
사람들은 심리상담을 받으며 무슨 말을 할까? 시시콜콜하게 회사에서 있었던 일? 미묘하게 사람들한테 생기는 섭섭함?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 그런 사소한걸 여기서 이야기한다고?
그렇다. 그런데 바로 그런걸 이야기 하는게 심리상담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다 그걸 기억해와서 이야기하는 거지? 심리상담도 결국 내가 내 입으로 '말'을 해야 한다. 선생님은 그 '말'들 속에서 길을 안내해주고 찾아주는 친절안 안내자일 뿐 내가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꿰뚫어보는 무당이나 초능력자가 아니다.
"메모장이나 수첩에 적어오시는 분도 있고 상담을 적어가시는 분들도 많아요"
이 당연한 말이 그때 나에겐 굉장히 신선했다. 아 말을 하려고 적어온다고? 그 뒤로 나에게 벌어지는 의문들, 상황들을 적으려 애썼고, 말하려 애썼다.
하지만 나에겐 장벽이 있었다. 나는 말하는게 귀찮다. 그래서 쓰기도 귀찮다. (그래서 과연 이 시리즈도 잘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늘 머릿속으로만 생각이 많고, 그 생각들은 정리되지 않은 채 떠다닌다. 그렇게 흘러가버리니 정리되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것들은 말로 구체화 될 수 없었다. 그런 나를, 말하는것도 쓰기도 귀찮은 나를, 나는 스스로 게으르고 사회성이 없다고 꾸짖으며 살았다. (물론 여전히 그렇다.) 내 안에 죄책감만 차곡 차곡 쌓으면서.
심리 상담을 통해 이것부터 풀어야 입이 트일 것 같았다. 하지만 심리상담은 이런 주제를 통해 이뤄지는 건 아니었다. 그냥 꾸역꾸역 회차를 쌓아나가면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온다. 나에게 벌어진 한주에 있었던 사건 사고를 통해 조금 조금씩, 아주 조금씩 미세하게 나에대해 깨달으며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