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요 며칠 비가 내리고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오늘은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안될 만큼 어두컴컴한 하늘에 오랜만에 해가 얼굴을 비쳤다.
6시 50분.
눈을 떴는데 아침에 목이 아파서 병가를 냈다. 감기 때문인지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잠을 자는 습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감기몸살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와 영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타이레놀 하나를 먹고 나서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그렇게 푹 자고 났더니 기분이 좋아졌고, 그냥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10시 30분.
집을 나섰다. 창 밖에 건물들 사이의 틈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 조각에, 또 내 방을 환하게 비추는 햇빛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도저히 그냥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눈만 떴음에도 기분이 좋았던 걸 보면 타이레놀의 효과가 좋았던 것 같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에는 빛이 잘 드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줘야지. 그런데 해가 너무 뜨거워 선글라스를 꼈다. 주섬주섬 다이어리와 노트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10시 55분.
평상시에 눈여겨본 카페가 있었다. 창을 바라보는 바 형태의 자리가 있었으며, 언제나 창문을 활짝 열어두는 곳이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해가 뜨면 뜨는 대로 온전히 날씨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 같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가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자리를 잡고 싶었다. 그런데 갔더니 휴무였다. 그냥 근처 동네를 돌아다녔다. 마음에 드는 또 다른 곳 2군데 모두 문이 닫혀있었고 오랜만에 오전에 산책했다고 위안을 삼으며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11시 16분.
이게 무슨 일인가. 내가 딱 원하던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통창인데 날씨가 좋아서인지 창문을 열어두었고 한 여성분이 앉아서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차분한 느낌의 아늑한 동네카페. 바로 들어갔다. 아쉬운 마음에 산책을 조금더 하려고 들어선 골목길에 숨겨져 있었다. 뜻밖의 행운. 바로 창가 옆에 자리 잡고 커피와 디저트를 시켰다.
11시 30분.
커피와 애플시나몬 티그레.
솔직히 맛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커피만 마시려다가 배고파서 하나 시켜본 디저트가 이렇게나 맛이 좋을지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고소했다. 내용물은 달지 않고 사과와 시나몬의 향이 입안에 퍼졌다. 원두를 내리는 커피 향도 너무나 좋았다. 갑자기 모든 게 감사하게 느껴졌다. 오늘 아침에 몸살기운이 있었던 것도, 눈여겨본 카페가 문을 열지 않았던 것도, 날씨가 좋았던 것도, 또 평소 다니지 않던 골목으로 들어갔던 것도 모든 게 다 이곳에 오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뜻밖의 일들이 모여 하루가 된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완벽했던 오전이었다. 그렇게 나는 다이어리와 노트를 펼쳐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12시 35분.
쑥과 말차 맛 티그레를 추가로 구매했다. 내가 받자마자 따듯하게 먹어서 맛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식혀서 먹어봤는데도 맛이 좋았다. 사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분 좋게 집으로 향했고, 때마침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평상시와 다른 편안함 그리고 아늑함을 안겨주었다. 어제 끓여놓은 참치찌개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청소를 했다.
2시 10분.
브런치를 켰다. 새로 산 키보드의 소리가 너무 좋기도 하고, 여유 시간이 남기도 해서 오늘의 일과를 담아볼까 생각했다. 브런치는 내가 온전하게 글로서 세상을 담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다. 이런 플랫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나름대로 예쁘고 꼭 필요한 기능만 있어서 번잡스럽지 않다. 요즘에 조금씩 유료화되고 광고도 뜨고 하는 게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더 발전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애정하는 브런치가 있어 좋다.
3시 15분 (현재)
업로드하는데 약간의 인터넷 문제가 생겼다. 노트북 사고 싶다는 생각이 또 들기 시작한다. 대학생 때 구매한 레노버 노트북을 이제는 보내줄 때가 된 건가 싶다. 여기에 윈도 11까지 설치해 사용할 줄은 몰랐다. 마트에서 과일이며 맥주며 시식행사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서 샀던 내 노트북 부디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란다.
10월의 카페, 뜻하지 않은 시간대에 우연히 발견한 이곳에 가을의 향기를 듬뿍 담았다. 오늘의 경험이 또 나를 어디로 어떻게 데려다 줄지 모르겠다. 항상 고맙고 감사한 날들이 가득하길 바라며 남은 하루도 잘 마무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