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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았다는 것은
사랑받았다는 것이다.

by 코끼리

모양과 형태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사랑 속에서 자랐다.


이 순간 숨 쉬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보살핌이 필요하다. 혹여나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다고 한들, 그 신생아 시절 아무것도 못하는 그때 누군가의 손길이 없었다면 인간은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로서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인 셈이다.


사람은 여느 동물들과 달리, 뇌가 크고 빨리 자라서 엄마의 뱃속에서 다른 신체 부위가 자라날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아주아주 덜 자란 상태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다. 실제로 신생아는 눈물샘도 없어서 목청 터지게 울어도 눈물이 안나는 신기한 존재다. 목을 가누는 것부터 시작해서 밥 먹기, 소화를 시키기, 방귀를 뀌거나 잠을 자는 것도 모두 누군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최근에 언니가 출산을 했다. 이 어린 생명체는 눈만 끔뻑이기만 할 뿐 2-3시간마다 챙겨주는 밥만 먹고 잠만 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사랑과 귀여움을 칭찬을 독차지한다. 그리고 한 가족의 일상은 180도 변한다. 언니네 집에 놀러 가보니 물건이 올라가 있는걸 극도로 싫어했던 언니의 탁자 위에 아이의 물건들이 보였다. 처음 보는 소독기와 분유제조기가 생겼고 집안의 온도가 달라졌다. 아주 잠깐의 외출도 아이의 허락(?)이 필요했다. 세상 둔감했던 언니는 아기의 칭얼거림만 듣고도 배가 고픈 건지 잠투정을 하는 건지 온도가 맞지 않는 건지 재빠르게 알아차렸고 민첩하게 움직였다.


사랑의 모양과 형태는 모두 달라도 아이를 키우기 위해 포기해야 하고 배려해야 하는 것들이 생겨난다. 예전과 똑같을 수는 없다. 이 모든 배려와 희생은 하나의 마음이고 사랑이다. 나 또한 이러한 사랑을 받고 살아남은 한 인간으로서, 지금껏 받아온 사랑을 나누고 베풀고 싶다. 비록 작고 보잘것없는 마음이라 하더라도 그 마음들이 더해져 세상을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다.


2025년 한 해가 마무리되는 이 시점에 축복처럼 찾아온 어린 생명이 조금 더 큰 사람이 되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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