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생이 하늘나라로 간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때 일이 생생해서 슬프다가도 어느 때는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잊고 살 때도 있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우리 옆에 있다가 떠난 이를 기억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지내다 보니 한참을 잊고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이 새삼 미안했다.
그래도 순간순간 잊지 않으려고 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으나 어딘가에 꼭 살아 있을 것 같은 동생을 생각하며 그리운 마음을 표현했다. 잘해주지 못하고 늘 아픈 말만 했던 것이 제일 마음에 남아 미안하고 미안한데 동생을 떠올릴 때마다 잔잔한 미소로 웃기만 하니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작년 동생이 우리 곁을 떠나던 날을 잊을 수 없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눈부셨던 그날, 길가에 길게 늘어선 벚꽃 나무 길이 얼마나 예쁘던지 그 길을 끼고 한참을 달리는 장례차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동생을 떠나 보낸 그 찬란한 슬픔의 봄이 오래도록 내 인생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올해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날이 쌀쌀해서 아직 꽃은 피지 않아 조금은 쓸쓸한 봄날이다.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일이 제일 슬픈 일이겠지만 동기로 태어난 동생을 먼저 보낸다는 것도 뭐라 표현할 길 없는 슬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헤어져 있지만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자주 생각한다는 사실에 위로가 된다. 해마다 봄이 되면 우리 가족은 동생을 생각하며 그 찬란한 슬픔의 봄을 이야기할 것 같다.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