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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 파파야 향기 Mar 06. 2022

[詩의적절]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낸 것 같아 후회될 때 


요즘 나의 주변에서 뭔가 들썩거리는 움직임이 많다. 소소하고 작은 일부터 큰 일까지 이 세상이 시끄럽다. 

하루가 멀다하고 많은 말들이 쏟아진다. 국내에서는 자신이 이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며 적임자라고 자신을 뽑아 달라고 아우성이다. 거기에 나을 것 없는 상대가 또다른 상대에게, 아니 서로가 서로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고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고 애걸복걸이다. 또 주변 사람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산에 불을 질러 많은 이들이 불을 끄는 일에 목숨을 걸고 불길을 막아서고 있다. 나라 밖에서는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상대로 무력으로 짓밟고 있어 전세계가 난리다. 힘없고 가난한, 애꿎은 사람들만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말 내내 집에 틀어박혀 딴짓중이다. 이상하게도 딴짓은 해도해도 끝이 없다. 마치 현실을 회피하기로 작정한 패배자처럼 딴짓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보다 못한 노모가 날씨가 화창하니 산책이라도 하고 오라고 옆에서 잔소리를 퍼부어도 건성으로 대답할 뿐 당췌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그렇게 뒹굴뒹굴거리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주말을 보냈다.


어두컴컴해지는 저녁이 되서야 슬슬 후회가 밀려온다. 이 시간에도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나는 무기력하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많은 것들이 더 이상 전과 같지 않을진데 나는 왜 이러고 있나 후회가 밀려 올 때 파블로 네루다의 시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사랑이여, 모든 것을 위해 건배하자

추락하는 것과 꽃피는 모든 것을 위해 건배


어제를 위해 그리고 오늘을 위해 건배

지나간 날들과 다가올 날들을 위해 건배

빵과 돌을 위해 건배

불과 비를 위해 건배


변화하고 태어나고 성장하고

소멸되었다가 다시 입맞춤으로 돌아오는 것들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공기와

우리가 살고 있는 대지를 위해 건배


오늘 내가 흘려 보낸 시간 속에서도 나를 통해 추락하기도 하고 꽃피기도 할 무엇인가가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들과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오늘 나의 기분까지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고 싶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들이니까. 그러니 모든 것을 위해 건배~!





하루가 지나면 우리는 만날 것이다.

그러나 하루 만에 많은 일이 일어난다.

거리에서는 포도를 팔고

토마토는 껍질이 변한다.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던 소녀는 

다시는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는다.


아무 예고 없이 우편배달부가 바뀐다.

이제 편지들은 더 이상 전과 같지 않다.


황금빛 잎사귀 몇 개로 나무는 다른 나무가 된다.

이 나무는 더 풍성해졌다.


오래된 껍질을 지닌 대지가 그토록 많이 변하리라고

누가 우리에게 말해 주었는가?

어제보다 더 많은 화산이 생겨나고 

하늘은 새로 생겨난 구름들을 가지고 있으며

강물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세워지는가!

나는 지금까지 수백 개의 도로와 건물들,

그리고 배나 바이올린 모양의 섬세하고 가느다란 다리들의 

준공식에 참석했었다.


그러므로 내가 당신을 만나

당신의 꽃향기 나는 입술에 입맞출 때

우리의 입맞춤은 또 다른 입맞춤이고

우리의 입술은 또 다른 입술이리라.


그러나 사랑이여, 모든 것을 위해 건배하자

추락하는 것과 꽃피는 모든 것을 위해 건배


어제를 위해 그리고 오늘을 위해 건배

지나간 날들과 다가올 날들을 위해 건배

빵과 돌을 위해 건배

불과 비를 위해 건배


변화하고 태어나고 성장하고

소멸되었다가 다시 입맞춤으로 돌아오는 것들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공기와

우리가 살고 있는 대지를 위해 건배


우리의 삶이 시들어 가면

그때는 우리에게 뿌리만 남고

바람은 미움처럼 차갑겠지.


그때는 우리의 피부를,

손톱을, 피를 시선을 바꾸자.

당신이 내가 입맞추면 나는 밖으로 나가

길에서 빛을 팔리라.


낮뿐 아니라 밤을 위해서도 건배

영혼의 사계절을 위해 건배.

-파블로 네루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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