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늘 하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린 파파야 향기 Mar 28. 2022

[詩의적절]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누군가가 그리울 때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리 비록 개울처럼 어우러져 흐르다

뿔뿔이 흩어졌어도

우리 비록 돌처럼 여기저기 버려져

말없이 살고 있어도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으나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도종환,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오늘은 동생이 하늘나라로 간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때 일이 생생해서 슬프다가도 어느 때는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잊고 살 때도 있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우리 옆에 있다가 떠난 이를 기억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지내다 보니 한참을 잊고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이 새삼 미안했다.


그래도 순간순간 잊지 않으려고 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으나 어딘가에 꼭 살아 있을 것 같은 동생을 생각하며 그리운 마음을 표현했다. 잘해주지 못하고 늘 아픈 말만 했던 것이 제일 마음에 남아 미안하고 미안한데 동생을 떠올릴 때마다 잔잔한 미소로 웃기만 하니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작년 동생이 우리 곁을 떠나던 날을 잊을 수 없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눈부셨던 그날, 길가에 길게 늘어선 벚꽃 나무 길이 얼마나 예쁘던지 그 길을 끼고 한참을 달리는 장례차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동생을 떠나 보낸 그 찬란한 슬픔의 봄이 오래도록 내 인생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올해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날이 쌀쌀해서 아직 꽃은 피지 않아 조금은 쓸쓸한 봄날이다.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일이 제일 슬픈 일이겠지만 동기로 태어난 동생을 먼저 보낸다는 것도 뭐라 표현할 길 없는 슬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헤어져 있지만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자주 생각한다는 사실에 위로가 된다. 해마다 봄이 되면 우리 가족은 동생을 생각하며 그 찬란한 슬픔의 봄을 이야기할 것 같다. 오래도록....

매거진의 이전글 [詩의적절]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