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특별할 것 없이 누구라도 인정하는 이병헌의 연기지만, 그 포텐의 출발점이 된 영화가 있다. 희대의 명대사 “나한테 왜 그랬어요?”를 탄생시킨 《달콤한인생》이란 영화다.
영화 속 이병헌은 조직폭력배로 등장한다. 늘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게 일을 처리해내는 그는 원칙주의자이다. 그래서 적이 많다. 융통성 없는 그의 완벽한 일 처리 이면에는 적으로부터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던 것.
그래서인지 그는 잠을 잘 때조차도 불을 쉽게 끄지 못한다. 동이 틀 무렵까지 조명을 켜고 끄기를 반복한다. 어둠 속에서 적을 마주하는 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어둠은 곧 위험이다.
사실 어둠을 위험의 신호로 보는 건 비단 영화 속 이병헌의 역할인 조직폭력배에 국한되는 건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어둠을 피하려고 한다.
굳이 밝은 길을 놔두고 어두운 길로 다니지 않고, 밝은 곳을 놔두고 애써 어두운 곳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치과를 내원하려는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치과 입구가 어둡다면 들어가기 싫다. 얼굴에 무언가 다가오면 눈을 깜빡이게 되는 것처럼,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본능과 같은 것이다.
안전이 보장된 놀이공원 ‘귀신의 집’에 들어갈 때도 우리는 주저하게 되지 않는가. 인간의 본능이 어둠을 위험의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어두운 곳은 안전하지 못한 곳이란 느낌이 심리적 방어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GIS 전문가 송규봉은 그의 책 《지도 세상을 바꿔서보는 프레임》에서 조명과 범죄에 관련한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한다.
1990년대 중반, 당시 뉴욕은 범죄율이 상당히 높았다고 한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뉴욕을 ‘위험한 도시’로 인식해가는 분위기가 만연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뉴욕의 경찰청장으로 윌리엄 브랜튼이 부임한다. 그리곤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그가 부임한 이후로 뉴욕의 범죄 발생 건수는 41%, 강력범죄는 60%가 줄어드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실제 이 일로 인해 그는 ‘가장 위대한 경찰상’을 영국 여왕으로부터 받기도 하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에 대하여 송규봉은 윌리엄 브랜튼의 대처는 “매우 간단하고 상식적인 처방”이었다며 “위험지역에 순찰차를 돌리며 조명을 밝힌 것이 핵심이었다”고 말한다.
즉 조명을 밝히면 어둠이 사라지듯이, 밝아진 그곳에 ‘위험한 느낌’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실제 위험’이 사라지게 된 실증적 사례이다.
따라서 치과 입구는 밝아야 한다. 밝은 조명으로 환한 입구를 만들어줘야 방문자들은 이곳이 안전하다고 느끼고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전문가 박상익 역시 점포의 “밝은 조명은 범죄와 사고를 최소화하고 매출을 극대화한다. 밝은 조명은 투자이며 낭비가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 한 치과의 경우 내부와는 달리 치과 외부 환경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임대한 건물이기 때문에 굳이 치과 내부가 아닌 다른 공간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에 인색했다.
치과 외부에 있던 화장실은 노후화돼있었고, 꽤 어두웠다. 특히 치과에 들어오는 입구 쪽 조명은 불이 들어오지 않아 날씨 상태에 따라 꽤 어두워질 수 있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그대로 방치되었다.
당시 이 치과의 어두웠던 입구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런 작은 약점의 요인들이 여러 문제와 결합되어서 그 치과는 ‘왠지 가기 싫은 곳’이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고객의 무의식을 통해 전달되는 그 심리적 방어기제에 주목해야 하는 것.
《골목식당》이란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이 가게 운영이 어려운 한 가게 사장님에게 “손님을 쫓아내는 말투”라고 지적한 걸 본 일이 있다.
가게 운영이 어려운 사장님이 손님을 ‘밝게 맞이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손님을 환영하지 못한 것이다.
치과 입구는 고객과의 만남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어두운 입구 조명으로 인해 방문해오는 분들을 ‘환영받지 못한 손님’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어둡게 해서 위험한 느낌을 줘선 안 된다.
필요하다면 추가공사를 해서라도 조명을 밝히자. 밝은 조명으로 밝게 맞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