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짜장 Jun 27. 2021

셰프님의 철학

[폭식 칼럼] 제 3화. 와인바

요리사와 셰프의 차이

    요리사의 사전적인 의미는 '전문으로 요리를 하는 기술자'이며, 영어로는 'Cook'이라고 한다. 반면에 셰프는 프랑스어 'Chef'에서 따온 말로, 주방장 혹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사전적 의미에 사견을 조금 덧붙이자면, 두 단어의 차이는 곧 요리에 대한 애정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창조한 요리에 대한 애정은 요리에 대한 욕심에서 비롯된다. 요리에 대한 욕심은 두 가지 측면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는데, 첫째는 요리 본연의 맛에 대한 집착이다. 채끝 스테이크의 최상의 맛을 끌어내기 위한 신선한 재료, 산뜻함으로 지방의 느끼함을 잡아줄 수 있는 소스나 퓨레 그리고 다양한 풍미와 식감을 더해주는 가니쉬(곁들임) 정도를 예로 들 수 있다. 둘째는 외적인 요소에 열과 성을 다하는 섬세함이다. 메인 디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와인 페어링, 그에 걸맞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내/ 외부 인테리어 그리고 요리를 담는 모양새까지 신경쓰는 섬세함이 이에 해당한다.

    최상의 맛을 향한 집착과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섬세함. 그 속에는 셰프님의 철학이 담겨 있다.


셰프님의 철학

    글이나 그림 뿐 아니라, 요리 또한 일종의 예술 작품이다. 음계를 조합하여 음악을 만들듯이 여러 가지 재료를 조화롭게 조리하여 하나의 예술을 그려내는 것이 요리이다. 여느 예술 작품이 그렇듯, 셰프님은 그들만의 철학을 음식에 녹여내고, 손님들은 셰프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자신들의 경험에 근거하여 해석한다.

    이렇듯 난해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가며 요리를 맛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 혀(Tongue)를 통해 느껴지는 단순한 감각에 의존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전자와 후자 중에서 무엇이 좋고 나쁜지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주는 메시지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는 사람과, '게르니카'라는 작품에 담겨 있는 황홀함과 멋 그 자체에 감동하는 사람의 차이와 같다고 본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도 작품이나 요리에 얽혀있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 순간을 더욱 즐길 수 있다.

    논현동에 위치한 PDR은 그런 곳이다. 맛을 물론, 요리를 뒷받침해주는 각종 퓨레와 가니쉬도 훌륭하다. 비단 맛 뿐만 아니라 이곳의 분위기, 메뉴판의 글씨체, 음식의 담음새 등이 굉장히 섬세하고 정갈하게 갖추어져 있다. 이 음식점의 오너 셰프, 최지형 셰프님의 철학이 너무 좋다.


PDR

Lamb Soondae - 24,000원

Fresh Egg Carbonara - 22,000원

Beef Tartar Truffle - 24,000원

해산물 크루도, 고수 퓨레, 토마토 살사
양고기 순대, 방울양배추, 애호박 퓨레
유정란 까르보나라, 스모크드 비프, 페코리노, 생면
비프 타르타르, 우둔살, 블랙 파우더, 생 트러플

    양고기 순대는 양고기 자체의 맛도 훌륭하지만, 이를 보조해주는 애호박 퓨레의 맛이 환상적이다. 까르보나라는 흔히 크림 소스를 사용한 한국식 까르보나라가 아닌 이탈리아 정통 까르보나라이다. 고전적인 레시피를 참고하여 계란 노른자와 구안찰레(돼지 볼살을 이용하여 만든 베이컨) 그리고 페코리노 치즈를 넣어 만들었다. 더 나아가 PDR에서 직접 로스팅한 고기와 knolive oil를 첨가하여 특색과 풍미를 더하였다. 마지막으로 한우 타르타르에는 생 트러플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요리 공부를 하던 시절의 셰프님의 스토리가 한 스푼 담겨 있다. 그저 셰프님께서 자신의 철학을 고수하고 욕심을 버리지 않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폭식 칼럼] 제 3화. 와인바 - PDR

작가의 이전글 음식을 앞에 두고 대화하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