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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짜장 Jul 09. 2021

막걸리 한 잔

[폭식 칼럼] 제 4화. 파전과 막걸리

비가 내리는 날

    비 소식을 반긴다. 집 안에서 에어컨을 틀어놓고 창밖으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감상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슬리퍼를 신고 우산을 든 채로 첨벙 대며 걷는 것을 더 좋아한다. 어릴 적에는 비 오는 날이면 우산도 없이 뛰쳐나가 놀았다. 물놀이만 할 수 있다면 이곳이 워터파크든 집 앞이든 크게 상관이 없었다. 지금은 몸도 마음도 훌쩍 자라 몸이 젖으면 몸살을 걱정하고, 머리가 젖으면 머리숱을 걱정하는 나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비 소식은 항상 반갑다.

    굳이 단점을 하나 꼽으라면, 하늘을 새까맣게 덮은 먹구름 때문인지  세상이 어둑어둑하다. 평소에 햇살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막상 하루 종일 어두우니 마음까지도  쳐지는 기분이다. 설상가상으로 습하고 더운 장마철에는 부정적인 에너지가 배로 쌓인다. 그럴 때일수록 우산을 들고 비를 맞으며 가슴속의 무거운 공기들을 시원하게 씻어내야 한다.  좋은 기운들을 한바탕 씻어 내리면 몸속 어딘가에서 공허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아무래도 배가 고픈 모양이다.


단비, 약비 그리고 꿀비

    단비는 적절할 때 내리는 비를, 약비는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를, 꿀비는 농사짓기에 적합하게 내리는 비를 일컫는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 내리는 비는 수십, 수백 가지의 이름으로 불린다. 대부분은 단비, 약비 그리고 꿀비와 같이 농사를 짓는 것과 연관 지어 붙여진 이름이며, 그만큼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농경을 통해 재배되는 파와 벼는 파전과 막걸리의 모습으로 비가 오는 날이면 날마다 한국인들의 관심을 독차지한다. 더 나아가 비 내리는 날의 운치와 파전은 생각보다 배합이 좋다. 비를 맞으며 온갖 잡념이 쓸려 내려가고, 몸속 어딘가 허전한 감정이 느껴진다면, 다시금 빈 속을 채워줄 만한 음식으로는 기름진 파전과 달달한 막걸리가 제격이다.


북촌 도담

2인 한상 - 40,000원

(보쌈 반반 소 + 부추전 + 약주 or 막걸리)

달달한 맛이 일품인 밤 막걸리
보쌈
부추전

    북촌 도담 주위는 문전성시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줄 선 사람들로 붐빈다. 1인당 2만 원이라는 비싸지 않은 가격에 보쌈과 부추전, 막걸리까지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쌈의 맛은 과하지 않고 담백하며 보들보들한 식감이 일품이다. 부추전은 질기지 않고 많이 기름지지 않아 막걸리 안주로 제격이다.


[폭식 칼럼] 제 4화. 파전과 막걸리 - 북촌 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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