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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Nov 21. 2022

나의 가을 유청량산기(遊淸凉山記)2ㅡ 장인봉 편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산행기 제94화 청량산 2

청량산은 크고 작은 수많은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 산이다.

그중에 조선 중기의 학자인 주세붕이 12개의 봉우리 이름을 원래 불교식 이름에서 유교식 이름으로 다시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퇴계 이황에 의해서 장인봉(丈人峯).선학봉(仙鶴峯).자란봉(紫鸞峯).연적봉(硯滴峯).탁필봉(卓筆峯).자소봉(紫霄峯).연화봉(蓮花峯).향로봉(香爐峯).금탑봉(金塔峯).경일봉(擎日峯).탁립봉(卓立峯).축융봉(祝融峯) 등 12개의 봉우리를 청량산 육육봉이라 부르게 된다.

그 육육봉은 연꽃 모양으로 원을 그리며 배치되어 있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자소봉에서 내려와 이제 하늘다리를 향해서 간다.

자소봉 암봉을 돌아서 가는 길에 능선에 우뚝 솟은 암봉 하나를 만났다.

그 생김새가 마치 붓끝 같다고 해서 필봉이라 불리다가 주세붕이 중국 여산의 탁필봉과 비슷하다 하여 탁필봉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 봉우리다. 



그리고 탁필봉을 지나면 같은 능선상에 또 다른 암봉 하나가 있다.

벼루에 물을 따르는 연적을 닮았다고 해서 연적봉이라 이름 붙은 암봉이다.

암봉으로 되어있는 연적봉엔 철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어서 올라갈 수도 있었다.



2평 남짓한 암봉 정상에는 멋진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워낙 흙이 없어서 척박한 때문일까?

가운데 있는 소나무들은 모두 고사목이 되어버렸다.

저 열악한 바위 위에서 저 정도의 크기로 자라기 위해서는 100년쯤은 살았을 텐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연적봉 정상에서 본 자소봉과 탁필봉이다.

그러니까 연적봉까지 3개의 암봉이 일직선상에 있는 것이다.



연적봉에서 내려와 다시 하늘다리를 향해서 간다.

능선길을 걷지만 크게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야 하는 제법 힘든 코스였다.



그 능선상의 단풍이 최적기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청량산엔 활엽수 계통의 나무가 많아서 갈색이 바탕을 이루고 군데군데 붉은 단풍나무가 울긋불긋 입체적인 풍경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떡갈나무 잎이 붉은 소나무와 어우러져서 싱그럽고 아름답다.



다시 아찔한 철계단을 내려간다.

철계단을 내려가면 청량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뒷실고개 삼거리다.

뒷실고개코스는 청량사에서 하늘다리로 오르는 최단코스이지만 계속 계단만 올라야 해서 극한의 코스이기도 하다.



이제 하늘다리가 있는 자란봉을 오른다.

정상석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란봉은 새가 춤을 추는 모습 같다고 해서 역시 주세붕이 이름 붙였다고 한다.



 청량산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주세붕.

그럼 여기서 잠시 주세붕에 대해서 알아보자.

주세붕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학자였다.

1943년 사림을 교육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백운동 서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그가 풍기 군수로 재임하게 되면서 청량산과 인연을 맺게 된다.

그 후 청량산에 반해서 일주일간 청량산을 유람한 후 '유청량산록'이라는 유산기를 남긴다.

그 '유청량산록'에서 지금의 대부분의 봉우리 이름과 지명을 가져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절정의 단풍길을 오르내리다 보니 어느새 하늘다리가 눈앞에 있다.

가히 하늘다리라는 이름에 걸맞은 위용이다.



하늘다리는 해발 800m 높이의 자란봉과 선학봉을 잇는 90m 길이의 현수교다.

산에 설치된 현수교로는 국내에서 가장 길고 높은 곳에 있는 다리라고 한다.



하늘다리 건너에 있는 선학봉이다.

그 모양이 학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듯하다 하여 주세붕이 붙인 이름이다.



하늘다리를 건너면서 본 풍경들이다.

하늘다리는 흔들 다리는 아니지만 바람이 불자 제법 흔들거렸다.

주말이었더라면 수많은 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룰 텐데 평일이라서 산객이 거의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서 다리 건너서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메뉴는 아내표 김밥이다.



꿀맛 같은 점심을 먹고 다시 정상을 향해서 걷는다.

이제 길은 다양한 색감이 혼재해서 더욱 아름다운 완전한 절정의 단풍길이다.



하늘다리에서 장인봉까지는 500m쯤의 거리다.



그렇지만 제법 가파르게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역시 만만한 거리는 아니었다. 



20여 분 만에 청량산의 정상인 장인봉에 올라섰다.

장인봉의 높이는 870m다.

자소봉의 873.7m보다 3.7m가 낮다.

그럼에도 장인봉을 정상으로 보는 이유는 자소봉이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높이가 낮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인봉 정상부는 멀리서 보는 청량산의 암봉 느낌과는 달리 육산이다.

그래서 조망이 전혀 없는 정상이었다.



장인봉의 원래 이름은 대봉(大峯)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주세붕이 중국 태산 장악의 장인봉과 비슷하다 하여 장인봉이라 부르게 되었다.

전망이 없는 장인봉 정상석을 지나서 2~3분만 더 진행하면 최고의 조망점이 나온다.



그 조망점에서는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상류의 모습과 알프스풍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마침 갈색 물감이 흘러내리듯 아래로 단풍 들어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 옆에는 예술 소나무 한 그루가 그 풍경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원래 2코스는 장인봉에서 금강대로 바로 하산하는 코스다.

그러나 하산 후 다시 차가 있는 입석대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아서 우리는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간다.



다시 하늘다리를 지나고 뒷실고개까지는 조금 전에 왔던 길이다.

그리고 뒷실고개에서 청량사로 내려간다.



뒷실고개에서 내려오는 계단이다.

청량사까지 600여 m를 대부분 이런 계단으로 내려가야 한다.



말 그대로 끝이 없는 계단길이다.

거기에다 음지라서 음습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아직 단풍은커녕 짙푸른 늦여름 풍경이다.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지루한 계단 내려서기 끝에 청량사에 도착했다.

청량사에 내려섬과 동시에 눈앞에 펼쳐진 압도적인 풍경에 피로는 온데간데없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청량사는 663년 원효대사가 창건했다.

보물 2점이 있는 등 역사성과 불교문화적으로도 유명한 절이지만 정갈하고 입체적인 절마당이 일품이었다.

어찌 이렇게 이쁘게 꾸며놓았을까?

특히 여승들이 계신 곳이어서인지 섬세한 아름다움이 여느 사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보물인 건칠약사여래좌상이다.

흙으로 형태를 만든 뒤 그 위에 삼베를 입히고 다시 칠을 바르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서 일정한 두께를 얻은 후 조각하여 만든 불상이라고 한다.

상상하기 힘든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왼쪽 전각이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있는 유리보전이다.

원형은 아니지만 원효대사가 지었다는 원래의 법당이다.

다른 사찰의 대웅전에 해당하는 전강이다.



청량사 절마당에는 '삼각우송'이라는 소나무 한그루가 우뚝 서있다.

청량사 창건 설화가 있는 소나무다.

그 설화에 의하면

「원효대사가 의상대사와 함께 청량사 창건을 위해서 골몰하고 있던 어느 날 마을 논길을 걷다가 일하는 농부를 만났다.

농부는 소를 데리고 논을 갈고 있었다.

원효대사가 자세히 보니 소가 뿔이 셋이 달린 소였다.

그런데 뿔이 셋 달린 소는 무슨 영문인지 농부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날뛰고 있었다.

이때 원효대사가 영감을 얻어 농부에게 이 소를 절에 시주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자 농부가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워낙 말을 듣지 않은 소였기 때문이다.

원효대사는 소를 몰고 절로 돌아왔다.

그런데 절마당에 들어서자 그렇게 제멋대로 날뛰던 소가 고분고분 말을 잘 들었다.

이후 소는 청량사 절을 짓는 동안 목재를 나르는 등 밤낮없이 일을 했다.

그러다가 준공을 하루 앞두고 생을 마쳤다.

그 소는 다름 아닌 지장보살의 화신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원효대사는 그 소를 절마당에 정성껏 묻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소의 삼각뿔을 닮은 가지가 셋인 소나무가 자라났다.

그 소나무를 후세 사람들은  '삼각우송', 그리고 소를 묻은 자리를 '삼각우총'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소나무가 실제 삼각뿔을 닮았다.



삼각우송 앞에 있는 청량사 오층석탑이다.

설악산 봉정암 사리탑을 연상시키는 탑이다.



30여분에 걸쳐 고즈넉한 산사 유람을 하고 다시 하산을 한다.

청량사는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여기서도 1.3km나 더 내려가야 한다.



하산길에 만난 쓰러진 고사목이다.

어느 시인이 서있느라고 수고했으니 이제 편히 쉬라는 헌시를 붙여 놓았다.



이제 나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은 산방을 지나간다.

여기서부터는 올라올 때 왔던 길과 겹치는 구간이다.

사실상 오늘 청량산 유람이 끝난 셈이다.

그래서 하산하는 속도를 낸다.



입석

오후 4시 30분.

산도 청량하고, 공기도 청량하고, 단풍도 청량하고, 물도 청량하고 기분까지도 청량했던 청량산의 유람 같은 산행을 마쳤다.



*산행코스:입석 ㅡ응진전 ㅡ김생굴 ㅡ자소봉 ㅡ탁필봉 ㅡ연적봉 ㅡ하늘다리 ㅡ장인봉ㅡ하늘다리ㅡ뒷실고개 ㅡ청량사 ㅡ입석(8.8km 천천히 점심 사진촬영포함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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