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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Apr 30. 2023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용화산의 암릉미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 산행기 제97화 용화산

30 여 분이면 오를 수 있는 800m급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이 있다.

화천의 용화산이다.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인 용화산 산행을 계획한 날 최악의 황사 현상 때문에 그 최단코스로 용화산을 오른다.


큰고개주차장이 그 최단코스의 출발점이다.

큰고개 주차장은 고도가 800m이기 때문에 높이로는 80여 m 거리로는 700m만 오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최단거리인 대신 등산로는 시작부터 바로 거친 오르막이다.

거기에다 등산로는 거대한 바위들 사이로 열악하게 조성되어 있다.

마치 둘 다 가질 수 없다는 세상 이치를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나무들은 거친 바위들 사이에서도 튼실하게 자라고 있었다.

올 겨울 혹한을 견뎌냈을 그 나무들의 가지에 막 피어나기 시작한 연초록 새순이 햇빛에 보석처럼 반짝였다.


아무튼 등산로는 쉴틈을 주지 않고 거친 줄타기를 하게 했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지천에 피어있는 연분홍 진달래꽃 풍경이었다.


그렇게 쉴 틈 없이 거칠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10분 남짓 오르면 나오는 곰바위 전망바위다.

곰바위는 큰고개에서 올라오는 코스의 첫 번째 조망점이기도 하다.

그 곰바위 전망바위에서 먼저 반겨주는 것은 멋진 '명품송'이었다.

바위틈을 비집고 살아내고 있는 소나무의 생명력.

역시 소나무의 생명력은 대단하다.


조망점이지만 산객들은 이 명품송에 반해서 조망 즐기기는 뒷전이고 인증숏 담기에 정신이 팔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나무 아래 곰바위는 반질거리다 못해 제법 많이 깎여나갔다.


곰바위 전망대를 지나면서 길은 잠시 완만해졌다가 다시 거칠어졌다.

암릉길을 좋아하는 산객에게는 아주 매력 있는 길일 듯싶다.


그리고 나오는 직벽에 가까운 암벽은 큰고개 코스의 최고의 난코스 구간이다.

로프를 타고 올라야 하는 직벽에 가까운 암벽.

입버릇처럼 이런 산은 다니지 말자고 했던 아내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럴 땐 그냥 '유구무언'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거대한 암벽을 오르고 나서도 길은 연신 굽이쳐 오르내렸다.

그러다가 발가락을 닮은 바위를 만났다.

아무튼 거친 산길이지만 가끔씩 나오는 기암들은 수고하는 산객들에게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했다.


발가락 바위를 지나면서 마주하게 되는 하늘벽이다.

하늘을 쳐다보는 듯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 모습이 마치 인수봉의 매끄러운 바위결 같다.


그 하늘벽을 우회해서 오르는 등산로다.

역시 스테이플러를 박아놓은 듯 한 쇠 발판을 설치해서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흙이 없는 바위에 거머리처럼 붙어서 살아가는 나무.

그 모습이 마치 캄보디아 앙코르톰의 사원을 감싸고 살아가는 나무와 비슷했다.


하늘벽은 앞에서 보면 거대한 암벽인데 뒤쪽은 이렇게 흙길이다.

그래서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덕분에 잠시 진달래 산행을 했다.


진달래 꽃밭을 지나자 다시 조망이 트이기 시작했다.

하늘벽 윗등에 올라선 것이다.


하늘벽 윗등은 용화산 최고의 조망 터다.

기암괴석과 예술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천길 낭떠러지 바위 위에서 건너편  만장봉과 촛대바위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신선이라도 된 듯하다. 


여기도 거대한 바위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소나무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하늘벽 정상에서 본 새남바위와 촛대바위다.

새남바위는 옛날에 바위가 높아서 새가 날다가 부딪혀 죽었다고 해서 새남바위라고 했다는 설과 새가 앉았다 날아가는 바위라고 해서 그리 불렸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그러다가 근래에는 도봉산의 만장봉과 비슷하다 하여 만장봉이란 이름이 더 유명해졌단다.


등산로는 하늘벽 정상부를 따라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쇠줄이 설치되어 있다.

아무튼 하늘벽 정상은 주변 풍경도 전망도 모두 빼어난 용화산 최고의 명소다. 


이쪽은 멀리 춘천시내쪽이 조망된다는데 오늘은 황사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늘벽의 윗등은 무려 50m쯤 이어졌다.

그 구간동안 명품 소나무 풍경과 기암괴석, 그리고 멋진 조망이 펼쳐졌다.


하늘벽이라고 부르는 바위 절벽이다.

아찔한 바위 절벽 아래쪽 연둣빛 풍경이 일품이다.

일 년 중에서 딱 이맘때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산의 색감이다.


하늘벽 윗등을 지나 정상으로 가는 길.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길은 이제 모처럼 흙길로 이어졌다.

그리고 흙길 옆으로는 노랑제비꽃이 지천에 피어 있다.


이 바위는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주변에 바위가 없는데 덩그러니 홀로 있는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조각달이 떨어져 있는 듯하다.


이제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나무계단을 오른다.

언제 그리 거칠었냐는 듯 정상부는 오히려 부드러운 흙길이다.

그러나 정상부는 아직도 겨울 모드다.

그래서 부드러운 흙길이지만 오히려 더 삭막했다.


이윽고 용화산의 정상에 올라섰다.

산행 시작 40 여분 만이다.

올라올 때 보았던 다이내믹한 바위들이 어우러진 산세와 달리 정상은 아주 평온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평범하지만 이곳이 주봉인 만장봉의 가장 높은 곳이다.


용화산은 춘천시 사북면과 화천군 하남면에 걸쳐있는 산으로 높이는 877.8m다.


그런데 이름은 왜 '용화산(龍華山)'이라 부르게 되었을까?

"옛날에 이 산에 사는 지네와 뱀이 서로 싸웠다고 한다.

그래서 이긴 쪽이 용이 되어서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 때문이란다.


그러나 또 다른 일설에 의하면 이곳 용화산이 통일신라시대의 불교 성지였다고 한다.

당시 불교 화엄종의 성지로 미래불인 미륵이 용화수 아래에서 성불한다는 의미로 '용화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용화산을 이루고 있는 화강암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곳의 화강암은 원래는 땅속 깊은 곳에서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바위라고 한다.

그 바위들이 지각변동을 하면서 위로 솟구치고, 비바람에 의해서 깎여나가면서 지금의 형태가 되었단다.


정상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하산길에 들었다.

하산도 왔던 길로 한다.

등산로가 비록 거칠기는 했지만 비교적 쉽게 올라왔던 길이라서 하산은 더욱 쉽다.

그러나 길이 거칠어서 안전산행은 기본이다.

조심조심 내려서다 보니 어느새 하늘벽 윗등이다.

다시 한번 발길을 멈추고 촛대봉을 감상해 본다.

황사만 심하지 않다면 30분쯤 앉아서 멍이라도 때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 마음을 접고 가던 길을 간다.


그렇게 또다시 조심조심 내려서다 보니 어느새 곰바위 전망바위다.

곰바위는 하산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이다.


아무튼 하산은 너무 쉽게 끝났다.

그래서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용화산의 등산코스는 주로 4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 내가 오늘 이용한 코스는 1코스다.


*1코스: 큰고개 ㅡ만장봉(정상)[700m 40분]

*2코스: 용호리 ㅡ매봉산 ㅡ성불령 ㅡ만장봉[7.2km 3시간 30분]

*3코스: 유촌리 ㅡ수불무산 ㅡ고탄령 ㅡ만장봉[5.3km 2시간 50분]

4코스: 용호리 ㅡ매봉산 ㅡ성불령 ㅡ만장봉 ㅡ안부 ㅡ고탄령 ㅡ사여령 ㅡ배후령[16.2km 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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