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고 Apr 14. 2023

부산의 진산 금정산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 산행기 제96화 금정산

왜놈들의 우리나라 침략 행위는 그 시작을 알 수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삼국사기에는 신라시대인 5세기에만 17번이나 신라를 침략했다고 하니까 거의 5년에 한 번 꼴이다. 

급기야는 신라 16대 홀해이사금의 아버지를 불태워 죽인 충격적인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단다.

그렇게 수천 년 침략을 일삼던 그들은 결국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하기에 이른다.

식민지화만 한 게 아니라 그들은 온갖 수탈과 만행을 저질렀다.

그렇게 오랫동안 왜구의 침략사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 부산이다.

그 부산에는 왜구를 방어하기 위한 산성이 있다.

금정산성이다.

오늘은 금정산성이 있는 금정산을 오른다.


금정산 정상으로 오르는 보편적인 등산로 입구는 범어사다.

그래서 천년고찰인 범어사는 금정산 산행과 함께 관람하기 좋은 여행지이기도 하다.


금정산 당일 산행을 위해 광명역에서 아침 6시 ktx고속열차를 탔다.

열차가 빠르게 터널을 빠져나오자 창밖으로 봄기운이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기차는 대전을 지나갔다.

더 남쪽으로 내려온 열차의 차창밖은 개나리는 물론 화사한 벚꽃도 피기 시작했다.

다시 열차가 대구를 지나자 목련도 만개하고 복숭아꽃 살구꽃이 화사하게 핀 시골풍경이 펼쳐졌다.

그중에 제일은 낙동강변 연둣빛 버드나무 풍경이었다.

강변 따라 달리는 기차의 차창밖 풍경은 살아있는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고속열차는 역시 빨랐다.

2시간 20 여분만에 부산역에 도착해서 다시 택시로 범어사로 이동했다.

그리고 범어사를 빠르게 둘러본 후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금정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범어사를 기점으로 양쪽으로 오를  수 있다.

나는 그중에 왼쪽으로 올라서 오른쪽으로 내려올 예정으로 오른다.


범어사 절마당을 지나 산길로 들어서자 길이 온통 돌길이다.

이 돌풍경을 일명 '범어사 돌바다'라고 한단다.

돌바다에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자라서 숲을 이루고 있었다.

독특한 풍경의 아름다운 숲이다.

말 그대로 돌바다에서 나무들은 어찌 저리 튼실하게 자랐을까?


이 돌바다(암괴류)는 폭이 70 여 m, 길이가 2.5km나 된다고 한다.

돌바다는 바위가 물리적 화학작용에 의해 절리를 따라 물이 스며들어 얼고 녹는 과정을 통해 깨어지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중력에 의해 주저앉으면서 만들어졌단다.


대성암이다.

돌바다 위에 지어진 암자라고 한다.

그래서 대성암의 각해선림(전각이름) 구들장 아래로 물이 흐르고, 선(禪)의 경지에 이르면 줄줄 흐르는 그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단다.

우리의 선조들은 그 현상을 금정 8경 중 하나인 '대성은수(大聖隱水)'라고 표현했다.

구들장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

누워서 그 물소리를 듣는다면 그보다 감미로운 자장가가 또 있을까?


대성암을 지나면서 너덜길이지만 평지와 다름없던 길은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등산로는 암괴류 너덜길을 벗어나 돌계단으로 조성되어 있다.

돌계단과 흙길이 반복되는 비교적 걷기 좋은 길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등산로는 보통의 산길로 돌아왔다.

그 길가에는 봄 산의 대명사인 진달래가 연분홍 꽃망울을 수줍게 터트리고 있었다.


산행 시작 후 40여분이 지났지만 등산로는 아직도 특별히 가파른 경사구간이 없다.

산책하듯 오를 수 있는 완만한 등산로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넘듯 조금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평지 같은 흙길이 나왔다.

아래쪽이 돌바다라는 너덜길이었던 것과는 대조를 이루는 길이다.

40 여분을 올라왔다는 느낌이 전혀 없는 평지 같은 산 풍경이다.


그렇게 흙길로 된 평지길을 5분쯤 걷자 성곽과 성문이 길을 막아섰다.

 금정산성 북문이다.

북문만 보면 마치 평지에 지어진 성문 같았다.


북문은 범어사에서 1.6km 올라온 지점에 있는 성문이다.

금정산성의 4개의 문 가운데 가장 투박한 형태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주변 경치와 잘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북문에서 본 정상 방향 성곽이다.

길게 이어지는 성곽 끝에 금정산 정상이 보인다.


그리고 반대쪽 원효봉 방향 성곽이다.

금정산성은 임진왜란의 혹독한 피해를 입은 동래 주민들이 쌓은 피난 겸 항전을 위한 성곽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원래는 동래성이라고 불리던 성이다.

당시 왜군의 첫 상륙지점이었던 동래는 가장 희생자가 많았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를 괴롭히기만 했던 일본을 요사이 우호적인 시각으로 보려는 위정자들이 많아서 큰일이다.

그 정점에서 행해지고 있는 대통령의 친일 외교의 결말이 걱정될 따름이다.


금정산성의 시초는 알 수 없으나 신라시대에 왜구를 막기 위해서 쌓았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현존하는 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후 1,703년 숙종 때 시작되었단다.

아무튼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셈이지만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성벽의 총길이는 1.8km가 넘고, 총면적은 8.2㎢로 우리나라 산성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산성이라고 한다.

공원 같은 분위기의 북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서 간다.

이정표에는 정상까지 1km가 남았다고 표기되어 있다.


산성 성곽과 나란히 하는 등산로는 북문을 지나서도 걷기 좋은 평지길이 얼마동안 계속되었다.

완만한 등산로를 10분쯤 오르자 비로소 경사도가 조금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직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정도의 경사도다.

오히려 간간이 나오는 활짝 핀 진달래가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고 있었다.


정상이 가까워질 무렵까지도 등산로의 경사도는 비교적 완만했다.

800m급 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완만한 등산로다.

그리고 정상부가 가까워질 무렵에서야 경사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암릉을 오르는 계단이 나왔다.

그런데 나무계단을 수리 중이었다.

그래서 계단으로 오르면 정상이 300m쯤 남은 지점이지만 공사 때문에 금샘방향으로 우회를 해야 했다.


금샘

금샘이다.

금정산이란 산 이름과 범어사라는 사찰 이름의 유래가 된 샘이다.

금샘 바위는 풍화혈 중 하나인 '나마'라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이 우물은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으며 황금색을 띠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금빛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이 황금색 우물 속에서 놀았단다.

그래서 금빛 우물, 즉 금정(金井)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산은 금정산, 절은 범어사로 불렸다는 전설의 바위다.


보수하지 않은 원래의 성곽이다.

사실 복원해 놓은 깔끔한 성벽보다 형편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백성들이 맨손으로 높은 산정에서 절박감을 가지고 피땀으로 쌓았을 이 성곽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정상 바로 아래 계단 앞에 섰다.

직선 계단을 오르면 원형 계단으로 이어지고 원형계단을 오르면 바로 정상이다.


여기서도 계단공사를 하고 있었다.

요즘 산길에서 자주 보는 모습이다.

우리가 편히 오를 수 있는 것은 저분들의 수고 덕분이다.


계단과 나란히 하는 정상부로 연결되는 암릉이다.

마치 거대한 성벽 같다.

그래서 실제로 이 구간은 자연성곽으로 쓰였다.


이제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원형계단이다.

금정산 정상은 바위가 불꽃처럼 솟아있기 때문에 이렇게 수직의 계단이 필요하다.


아래쪽에서 담은 정상부 모습이다.

금정산은 정상부 암봉군을 제외하면 대부분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정상부 아래에 다다르기까지는 오르기가 쉽다.


드디어 정상 고당봉에  올라섰다.

범어사에서 1시간 50분 만이다.

원래는 1시간 30분이면 천천히 올라도 오를 수 있는 난이도라고 한다.

우리는 천천히 그리고 사진 촬영시간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공사 때문에 우회하지 않았다면 원래 올라와야 했을 계단이다.

멀리 내가 걸어왔던 성곽과 북문이 보인다.


파노라마로 담아본 정상이다.

금정산 정상인 고당봉은 높이가 801.5m다.

주봉인 고당봉을 중심으로 북으로는 장군봉, 남으로는 상계봉이 길게 이어져 있다.

고당봉 아래에는 산신 할머니를 모셨다는 고모당이 있다고 한다.

하늘에서 천신인 고모(姑母) 할머니가 내려와 산신이 되었다 하여 ‘할미 고(姑)’에 ‘집 당(堂)’을 써서 고당봉이라 부르게 되었단다. 


금정산의 정상인 고당봉은 여러 개의 바위군으로 형성된 암릉이다.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지만 길게 이어지는 금정산성이 한눈에 들어오고 사방팔방을 두루 조망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천혜의 조망점이다.

다음은 정상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어느새 정상에도 연둣빛 봄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와 있다.

봄기운 감도는 정상에서 휴식 겸 조망을 즐기고 하산길에 들었다.

하산은 올라왔던 북문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해서 범어사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로 잡았다.


하산하면서 뒤돌아 본 정상부 모습이다.


하산길은 임도처럼 완만하고 걷기는 좋았지만 특별히 운치가 있다거나 볼거리가 있지는 않았다.


누구의 소원탑일까?

무려 12층이나 쌓아 올렸다.


하산길에 있는 범어사 청련암이다.

사실상의 하산이 끝난 지점이다.

정상에서 하산 시작 40 여분 만이다.


몇 년을 살아 냈을까?

청련사 절마당을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소나무다.


그리고 600년이나 되었다는 범어사 은행나무다.


범어사 입구에서는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소나무는 항상 찍고 싶은 피사체이지만 언제나 맘에 들지 않은 피사체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어떤 사진작가는 소나무만 촬영해서 유명해졌다는 분도 있지만...

아무튼 소나무 사진을 끝으로 오늘 금정산 산행을 마친다.


등산코스:범어사 ㅡ대성암 ㅡ북문 ㅡ고당봉(정상)ㅡ장군봉 삼거리 ㅡ청련암 ㅡ범어사 주차장(천천히 휴식포함 3시간.)


작가의 이전글 하늘하늘 억새길 걸어 영축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