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산은 영남알프스 산군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가끔 오르는 산이라고 해서 더 유명해진 산이다.
사실 오늘 조금 무리해서까지 영축산에 오른 것도 물론 걷기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그 이유가 일정 부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튼 나는 퇴임 후 욕심 없이 시골살이를 하시겠다는 그분을 응원한다.
그분뿐만이 아니라 이제 우리나라 전임 대통령들이 특별한 잘못이 없다면 퇴임 후 자유로운 삶을 보장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더 유능한 인재들이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려고 할 테니까 말이다.
이제 은빛 억새가 일렁이는 아름다운 신불재를 지나 영축산을 오른다.
신불재를 지나서도 억새평원은 계속되었다.
끝없이 펼쳐진 억새풍경, 정말 대단한 억새 평원이다.
그렇게 양쪽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억새평원을 감상하면서 데크 계단을 오른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다.
그렇게 오르다가 뒤돌아 본 신불산 편에서 언급되었던 신불재 풍경이다.
그리고 그 뒤로 신불산으로 오르는 억새바람길이 이어지고 있다.
장터가 열렸다는 신불재는 영축산과 신불산으로 오르는 길은 물론 불승사 방향과 신불산자연휴양림 방향으로 나뉘는 산상 사거리다.
그 계단이 끝나고 다시 뒤돌아본 모습이다.
조금 전 가야 할 영축산까지의 길이 궁금해서 마주 오는 산객에게 물어봤을 때 그 산객이 했던 말이 생각나는 풍경이다.
"살방살방 걸으면 됩니다"
그분의 표현처럼 살방살방 걸으면 된다는 표현 이상 그 어떤 표현이 있을까?
산상에서 이런 길을 걷는다는 건 어쩌면 축복인지도 모른다.
그것도 1000m 정도의 고도에서.
이 풍경을 보면서 걷는 것이다.
말 그대로 「억새 하늘길」이라는 표현에 손색이 없는 길이다.
억새길과 조망만 좋은 게 아니다.
기암과 어우러진 만추의 단풍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아쉽게도 억새는 때가 지난 듯 하지만 단풍은 절정인 것이다.
대부분의 동쪽에 있는 산들이 그렇듯 신불산과 영축산도 서저동고(西低東高) 형 지형이다.
그래서 두 산의 동쪽은 대부분 완만한 서쪽지형과 달리 거친 암벽으로 되어있다.
완만한 서쪽지형과 걸어온 길이다.
이제 신불산 정상이 저 멀리 아득하다.
그리고 아직은 더 가야 할 영축산 방향이다.
동쪽의 절벽과 서쪽의 완만한 경사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게 고도 1000m 높이의 산길이라니 정말 믿기지 않는 풍경이다.
신불산에서는 2.9km, 신불재에서는 2.2km의 구간이 대부분 이런 길이다.
하루종일 걸어도 지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길을 걷다가 모처럼 산객 두 분을 만났다.
그분들의 뒷모습이 마치 그림 속을 걸어가는 듯하다.
우리네 인생길도 이런 길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도 숲을 이루고 있는 동쪽 경사면에는 단풍으로 가득 차 있다.
다양한 색이 적당히 섞인 단풍이 꽃처럼 아름답다.
그 모습이 마치 오색 물감이 흘러내리는 듯했다.
설악산의 한 줄기를 방불케 하는 멋진 풍경이다.
부드러운 사면으로 이루어져 있는 서쪽 방향에서 보면 이런 풍경이 있으리라 짐작이 가지 않는 풍경이다.
그 절벽 위 능선길 옆에는 소나무 두 그루가 아늑한 쉼터를 제공해주고 있다.
억새밭에서는 이 보더 더 요긴한 쉼터는 없다.
그래서 쉬어가고 싶은 곳이지만 우리는 갈길이 멀어서 그냥 지나친다.
이 광활한 신불평원에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성이 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밀려오는 왜군을 맞아서 싸운 단조성이다.
당시 대부분이 의병이었던 이곳 단조성의 조선군은 왜병의 기습을 받아 대부분 전사를 했다고 한다.
그들이 흘린 피가 이 신불평에 못을 이루었다니 갑자기 숙연해진다.
룰루랄라 걷기 좋은 길은 계속되고 있다.
그사이 영축산 정상이 제법 가까워졌다.
저 그림 같은 길 끝에 보이는 봉우리가 영축산 정상이다.
그리고 뒤돌아 본 신불산 방향이다.
키 작은 소나무가 청일점처럼 길 한가운데 버티고 살아가고 있다.
아마도 바람을 이기기 위해서 잔뜩 엎드려서 살아내고 있는 듯하다.
능선길에서 가장 큰 나무인 듯하다.
척박하고 바람이 세서 대부분의 나무들이 크지 못하는 조건에서 제법 크게 자란 나무다.
그러나 다른 나무보다 크기는 했지만 수형을 보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냈는지 알 것 같다.
이제 정상을 향한 마지막 계단을 오른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산세는 다시 거칠어지고 다이내믹해졌다.
억새평원의 평화로운 풍경과 기암괴석의 나이나믹한 풍경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드디어 정상석이 있는 암봉을 오른다.
영축산 정상은 뭉툭했던 신불산 정상과 달리 거대한 암봉이다.
그래서 제법 정상 맛이 나는 봉우리이다.
취서산이라고도 부르는 영축산은 높이가 1081m다.
역시 영남알프스 산군에 속한 산이다.
유명한 대사찰 통도사를 품고 있어서일까?
영축산이라는 명칭 유래는 석가모니가 화엄경을 설법한 고대 인도의 마다가국에 있던 산 이름에서 따왔다고 알려져 있다.
영축산의 정상에서는 사방팔방 거침없는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빼어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인생 샷을 담기에도 최적화되어 있다.
거기에다 오늘은 아무도 없어서 우리 부부가 독차지하고 셀카를 찍어댄다.
정상에서 본 신불산 방향 조망이다.
내가 걸어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세상을 다 가지면 이런 기분일까?
아무튼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아무튼 한적한 정상에서 충분히 쉬고, 충분히 즐기고 하산 길에 든다.
하산은 지내 마을로 할 예정이다.
거리가 가장 짧아서 선택한 하산 코스다.
서쪽방향의 평평한 지형에는 나무가 없는데 동쪽방향은 아이러니하게도 절벽구간인데 나무가 울창하다.
단풍이 한창인 숲 구간이다.
그런데 하산 시작 10분도 되지 않아서 하산 코스에 실망을 하고 만다.
너무 가파르고 위험한 하산길이었던 것이다.
하긴 시간관계상 어차피 가장 짧은 하산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급경사 구간을 30분쯤 내려서자 취서산장이 나오고 길은 가파른 지름길과 임도길로 나뉘었다.
그런데 표기된 거리가 제각각이다.
위에서 3km로 알고 내려왔는데 다시 3km인 것이다.
아무튼 시간이 여유가 있다면 임도길로 쉬엄쉬엄 내려가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거리가 짧은 지름길을 택했다.
아래쪽으로 내려서자 숲은 소나무 숲으로 바뀌었다.
그 조성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소나무 숲.
역시 자연스러운 자연은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다운 숲과 달리 길은 무릎에 무리가 갈 정도로 가파르고 거칠다.
거의 하산이 마무리된 지점에서 올려다본 영축산 정상이다.
저 위쪽에 그토록 운치 있는 풍경이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은 평범한 산세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 하산을 완료했다.
대단한 하루였다.
한 가지 흠이라면 하산길이 너무 힘들고 지루했다는 것.
그래서 산정에서 룰루랄라 기분 좋게 걸었던 그 기분은 온데간데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무튼 어마어마한 대장정이었다.
무려 15km를 걸은 셈이다.
그러나 하산은 마무리했지만 이번에는 또 교통편이 문제였다.
일단 카카오 택시를 불러보기로 하고 앱을 켰다.
그런데 웬일.
시골이지만 생각보다 택시가 빨리 왔다.
그 넘의 택시는 때로는 짜증 나게도 하고 때로는 기분 좋게도 한다.
아무튼 덕분에 기분 좋은 산행의 마무리를 했다.
*산행코스: 배내고개 ㅡ간월재 ㅡ신불산 ㅡ신불재 ㅡ영축산 ㅡ지산리(15.4km. 천천히 휴식포함 6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