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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나 Mar 10. 2023

#5 검정치마 <big love>

'정확한 사랑'이 비현실적인 이상이라 할지라도

so much love 너와 나 사이엔

남들 닿지 못할 깊이가 있어

so much love 우리 떨어질 때도

걱정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


널 멀리 떠나 보내고

나는 항상 같은 자리만 지켜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나는 한눈에 널 알아 본거야


내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해

한 번도 틀리지 않아

실처럼 가늘 때에도

절대로 엉키지 않아


so much love 너와 나 사이엔

혀에 녹지 않을 것들이 있어

so much love 언제는 달랐나

마치 처음 그때보다 훨씬 더


내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해

한 번도 틀리지 않아

실처럼 가늘 때에도

절대로 엉키지 않아


Baby I Love you

I Love so Much

Baby I Love you


내 내 내 내 내 큰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해
내 내 내 내 내 큰 사랑은
한 번도 틀리지 않아
내 내 내 내 큰 사랑은
실처럼 가늘 때에도
내 내 내 내 내 큰 사랑은
절대로 엉키지 않아


사실 개인적으로 이 노래의 백미는 가사보다 사운드에 있다고 생각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전개와 리드미컬한 밴드 사운드가 매번 전율을 일으키는 노래다. (특히 위의 가사 중 '내 내 내 내 내' 하는 부분이...내겐 그렇다.)


한편 가사 내용을 들어본다면, 첫인상은 사실 좀 '재수없네'였다. 뭐야, 너가 그렇게 매번 사랑을 정확하고 완벽하게 한다고? 자기자랑을 이렇게 대놓고 뻔뻔히 늘어놓다니. 그래 당신 잘났수다. 뭐 이런 사랑 해보신 분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난 절대 못 해봤기에 그런 마음이 들었겠다 싶다. 적어도 공상이나 이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는.


하지만 반복해서 들을수록 이 노래의 멜로디나 리듬의 경쾌함이 가사 내용으로까지 스며들었는지, 더 이상 '재수없다'고 느끼기 보다는 '아 그래 참 이런 사랑 누구나 꿈꾸지. 누구든 뭐 항상 그럴 순 없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자기가 잘 하고 있다는 귀여운 착각에 빠지지 않나?' 하는 너그러운 생각에 보다 '노래를 노래로써' 즐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목표는 달성 유무 자체를 평가하기 위해 존재한다기보다는 매 순간의 선택과 행동에 방향성을 부여해 주는 것만으로도 존재할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자로 잰 듯이 반듯하고 완벽하게 행해지는 사랑.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아 상대방도 사랑이라 느낄 수 있는. 그런 목표를 가진다면 평소 조금 더 상대를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노랫말에서까지 현실성을 들먹이며 '너 잘났다'하고 시샘하고 있는 내가 조금은 옹졸해 보였다고나 할까. 예술의 영역에서까지 그런 상상력을 제한할 필요는 없겠구나.


그러다 내가 결혼할 시점에도 이 노래를 즐겨 듣곤 했는데, 그저 자연스럽게 이 노래를 내 결혼식 행진곡으로 정했다. 한 배를 타고 새 출발을 하는 부부가 함께 걸어 나가는 '신랑신부 행진'은 첫출발이라는 상직적 의미를 담은 중요한 의식이다. 미래를 누가 알겠냐만은, 지금 출발선에 선 이 순간만큼은 '정확한 사랑'이라는 이상적 바람이 배경 노래로 흘러나와도 좋겠다 싶었다. 그게 실현되냐 마느냐의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의 결혼생활에 일종의 나침반처럼 방향성을 부여해 주는 작용을 해주십사 하는 마술적 바람과 함께.


그런데 공교롭게도 행진하는 당일 아쉽게도 이 노래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는 후렴구로 넘어갈 때 음악이 끊겼다. 하우스 웨딩이었기에 행진 구간이 상당히 짧았던 것이다. 아뿔싸, 거기까지는 내가 계산을 못했다.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느리게 걸어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노래는 '나는 한눈에 널 알아본 거야' 이후로 fade out되었고 '내 사랑은 자로 잰 듯이 반듯해'는 식장에 울려 퍼지지 못했다. 둘 만의 각별함을 느끼고 첫눈에 알아는 봤으나 자로 잰 듯 반듯한 사랑으로까지는 나아가지는 못한 것이다. 이게 두고두고 한이 됐다. 식 이후 아무도 행진곡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데, 나 혼자서만 한이다.


나의 결혼 생활은 당연하게도 이 노랫말과는 다르게 때로는 엉키고, 틀리고, 헤매고 있다. 그러고는 있지만 아주 가끔은 정확한 사랑을 행한다고 스스로 어깨를 으쓱거리기도 한다. 생색내지 않고 그런 착각을 혼자서 하고 흐뭇해하는 거면 귀엽게 봐줄 만하지 않을까. 정확한 사랑, big love라는 이상을 꿈꾸는 다른 이들에게도 연대의 마음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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