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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son Dec 17. 2021

모든 삶은 PK로 이루어져 있지

그런 시

 모든 삶이 PK 이루어져 있다. 삶이란 희노애구애오욕. 사람의 감정 속에서 비치는 타인에 대한 마음.  도덕심은 영화 매트릭스처럼 되어가는 디지털 세상에서 게임과 비유된다. 비유는 얼굴 보고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사회적인 아날로그에서 오는 정겨운 단절처럼. 그만큼 타인에 대한 관심은 시들어진 꽃잎이 되어 떨어지고. 견디기 힘든 혹독한 겨울의 시련은 캔버스에서 화사하게  꽃잎이 되어 극복처럼 보인다. 외면과 내면이 다르듯 내재된 세월의 풍속은 여러모로 보내왔던 나날의 문자로 남았다. 그런 시이었다.


 흔히, 운동은 쉬운데 공부는 어렵고. 공부는 쉬운데 운동은 어렵고.   비슷한 마음으로 비유하면 부족한 점이 채워지지 않을까? 이런, 마음처럼 드라마, 영화, 게임이란 문화에 대해서 현실과의 괴리감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당신은 육체의 다른 점을 증강현실 아바타로 극복하려는 과학자의 마음을 아는가? 또는 잃어버린 가족을 가상 아바타 속에서 마음을 치유하는 어머니의 슬픔을 아는가? 질문을 하는 나는 모르기에 섣불리 입에 담기가 신중하고 어렵다. 내가 하고싶은 말은 저자의 삶에 대한 시집도 그렇다는 점이다.






p.12-p.13 싸 보여?


세 살 어린 여동생과 오랜만에 외출했다

옷을 사주려는데 동생이 묻는다


-오빠, 이렇게 입으면 싸 보여?


한 뼘 정도 되는 미니스커트였다

예전의 나라면 입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남자들 눈요깃거리 되고 싶냐?


여자라는 이유로 언제든 성적 대상화가

될 수 있다는 끔찍하면서도 그럴듯한 소리


스물여섯, 꽃 같은 아이 입에서

싸 보이냐는 말이 나오게 한 건

내 과오도 있는 것 같아


-네가 입고 싶으면 입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잘못된 거야.


여동생은 고민하다 결국 다시 걸어놓는다


지금꺼지 살면서 싸 보이는 남자를 본 적이 있었나

한 뼘 정도 되는 미니스커트가 다시 눈요깃거리가 된다


p.18 에스컬레이터


나는 우주의 흐름인가 왜 나는 토성의 띠에서 떨어져 땅을 감고 자전하는 것일까 잔잔한 계단이 파도처럼 일어서 지상으로 출렁인다 어디로 밀려가는 밀물일까 그럼 반대편 파도는 돌아올 조류인 걸까 그것도 아니면 입 없는 몸짓일까 내 고향 속초의 갯배은 왜 개처럼 늘 묶여있는 걸까 목줄이 풀렸다면 바다를 몇 바퀴나 뛰었을까 제주도에 있는 말은 모두 행복한 걸까 그럼 검은 눈금을 밟고 있는 건 누구일까 분침을 밟고 있을까 시침에 멈췄있을까 인간의 삶은 어딘가 초침과 닮았다 나는 어디쯤 공전하고 있을까 어딘가를 바라보며 자전하긴 하는 걸까


p.92 잠


우린 세상에 잠시 깨어있을 뿐이다

현실이란 꿈속을

안개처럼 거닐며

기뻐서 울어도 보고

슬퍼서 웃어도 보다가

밤이 문을 두드리면

끝내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편안한 잠에 빠질 것이다


p.104 지우개


너는 기억하겠지

내가 쓴 글들이

너에게 묻어 나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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