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하루를 담다,
동이 트기도 전 잠에서 깨었다
요 며칠간 잠을 깊이 자지 못했다. 알 수 없는 걱정들로 머릿 속이 복잡했던 까닭일까. 채 다가오지도 않은 불행들을 곱씹어보다가 이부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릴때만 해도 잠이 많아 아침을 그닥 좋아하진 않았는데 이제는 새벽녘의 어스름한 풍경을 좋아한다. 아직 모든 게 고요히 잠들어있는 풍경을 바라보자면 마음이 편안하다.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을 보고 있자면 마음 속 일렁임이 가라앉는 기분이다. 또 하루를 조금 일찍 시작했기에 시간을 좀더 길게 쓸 수 있으니 조바심이 나지 않아 좋다.
갑작스레 오랜만에 글을 쓰고 싶어졌다. 어제 누군가에게 전할 편지를 시작으로 다시 글이 제법 써지기 시작했다. 반가운 일이다. 그 동안 종종 글을 쓰며 누군가에게 보일 만한 대단한 기록은 아닐지라도 홀로 감정을 털어내기에 참 좋았는데 한 동안 말이 더 앞선 바람에 글이 주춤했던 것 같다. 그 만큼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데 진심이었고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너무 즐거웠다. 웃고 떠드는 시간 동안 현실의 어려움은 잠시 잊었고 나중에 제법 그리울 법한 작은 추억들을 많이 쌓았다.
하지만 다시 쌀쌀한 바람이 불고 마음이 어지러워지니 글이 다시 생각났다. 털어버리지 못한 고민에 끙끙대다 결국 상대에게 전할지 어쩔지 모를 편지 한 통을 쓰고 잠을 청했는데 또 다시 새벽녘에 일찍 눈을 떴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나의 현재는 어떻고 미래는 어떻게 될 거고 하는 걱정에 휩싸였다가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분명 얼마 못가 다시 잠에 취하게 될 게 뻔했지만 그래도 눈을 뜨고 일찌감치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쓸데없이 나를 짓누른 고민들과 함께 밤새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기를 돌렸다. 미뤄두었던 빨래를 돌린 뒤 오랜만에 아침을 먹고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천천히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며 오롯이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다.
새로운 시작을 주저하게 된다
전에는 꽤 용감하게 도전을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안정감이 훨씬 더 중요해진 까닭인지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늘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고 자주 다니던 길만 다니고 새로운 뭔가가 있어도 전만큼 관심이 가지 않는다. 간혹 안 해봤던 걸 한 번 해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생각 또한 잠시 스쳐지나갈 뿐이다.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도 영 내키지 않고 뭔갈 배워보고 싶다해도 꾸준히 할 자신이 없어 시도조차 망설인다. 전에는 한 번이라도 경험해보고 싶단 마음으로 너무 쉽게 새로운 것들을 쫓아다녔다. 그렇게 사소한 경험이 쌓였고 많은 에너지가 소모됐다.
이제는 일회성으로 뭔갈 하거나 누군갈 만나는 게 꺼려지고 오래도록 진득하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싶다. 그래서 변함없이 애정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헤맨다. 긴 시간이 들더라도 오랫동안 마음을 주고 내 시간과 정성을 쏟을 수 있는 무언가를. 그렇게 나는 발레에 아주 진심이고 공부라든가 만남이라든가 하는 다른 활동엔 관심을 주지 못하고 있다. 나의 시간과 자원은 유한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집중이다. 대단한 목표가 있어서는 아니다. 그저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쏟고 거기에서 삶의 동력을 찾고 있을 뿐이다.
날씨가 참 춥다. 하지만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맑고 푸르르다. 마음을 줄 거라 예상치 못한 것에 마음을 주게 되면서 혼란스러운 한편 달라질 거라 생각지 못했는데 변해버린 나의 일상을 뒤돌아본다. 부족함이 유난히 눈에 띄어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한편 앞으로는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내 삶을 흔들어 놓을지 알 수 없다. 또 다시 사람과 사건에 울고 웃는 동안 또 성장해 있으려나. 하지만 삶이 변화하는 순간에도 결코 잊고 싶지 않은 게 있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너무 많은 방향으로 휩쓸리고 그러다 보면 한 때 즐거움을 줬던 활동과 인간관계를 놓아버리는 경향이 있다. 사람과 경험이 나를 만들고 삶은 더 많은 차원으로 풍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