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스님은 봄을 타지 않으세요?
연기 대사가 창건했다는 지리산 화엄사
국보인 각황전과 각황전 앞 석등엔 불빛이 보이지 않고, 홍매화가 검붉은 불을 밝힌다.
조선 숙종 때 심어졌다는 매화가 이 봄엔 더 인기가 좋아 보인다.
온종일 일제 니콘과 캐논 카메라가 매화를 노려보면서. 스마트폰은 가란다.
화엄사 각황전 옆 108배라도 할라치면, 은은히 스며드는 매화향이 어떤 의미를 다가갈까?
나이 50이 문턱을 넘어서면서
꽃잎이 하나하나가 떨어질라치면 이성도 더 무너지는, 봄밤
화엄사 스님들은 봄을 타고 어디로 서둘러 속세로 떠나지는 않을까?
그래 봄이다.
홍매가 만개하면 광양 매화마을의 매화는 시들 거리고, 섬진강 밸트엔 벚꽃들이
팝콘처럼 튀밥을 터트린다.
구례읍 서시천엔 개나리가 노란 비명을 지르며, 찡그려 윙크를 해댄다.
운조루 장독대를 지키던 하얀 목련도 하나 둘 먹다 버린 바나나처럼 버려지는
봄날,
꽃들은 짧은 대화를 마치고 하나 둘 신록으로 표정을 바꿀 것이다.
이 봄,
문턱을 넘어선 나는 어떤 옷으로 갈아입고 들판에 서서 허공에 헛스윙을 날릴지?
나의 이성적 타율은 몇 푼이나 될지?
이 밤 문턱에 서서 서둘러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