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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얼 Jun 22. 2024

토요일 오후의 상상

두 노인 이야기


토요일 오후. 저녁 피아노콘서트에 초대받아서 평소와 달리 일찍 스포츠센터에 갔다.

70대 후반~80대로 보이는 두 어르신이 실내에 마련된 트랙을 걸으시는 모습이 문득 눈에 들어온다.

중풍을 맞으셨는지 상체를 꾸부정히 숙이고 겨우 걸음을 떼시는 분 옆에서 건장하신 다른 한분이 잡아주시며 걸음걸이를 지도하고 계신다. 가까이 다가가긴 겸연쩍으실까 하여 먼발치에서 유심히 지켜만 보았다.


하나 둘 셋…여섯일곱. 자~ 허리 좀 펴시고~ 다시 하나 둘 셋넷…



젊은이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고, 그냥 동년배인 듯 보이는 두 분이 저리 지도하고 따르며 함께 걷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짠해졌다.



나의 상상~~


저분들은 여기서 20여 년 이상 친분을 맺어오셨을지도 모른다. 경쟁하듯이 바벨 무게를 키워가며 제법 근력을 자랑했을지도.. 선거 때마다 사우나탕에 마주 앉아 시국을 논했을지도..


이분들의 이전 스토리가 어찌 되었든..

지금 이 순간 저리 약해진 친구의 곁을 함께 걷고 있는 저 보랏빛 셔츠 어르신!

아래 알통 박인 단단한 종아리가 믿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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