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의 카페에 가서 아이들과 오랜만에 자연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이 막 앞서 뛰어가던 터라 오래 지체할 여유가 없어 사진을 찍자마자 확인할 새도 없이 지나쳐왔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역시나. 초점이 나갔다. 자연은 수없이 그러할테지만, 오랜만에 자연을 만나는 삭막한 내 눈에는 마냥 신기하기만 한 이 장면을 놓치기 싫어 사진을 찍었더랬다.
한 가지에서 났는데 색색이 다른 열매.
지금은 우리 모두 어떤 색이어야 하는 거라고 시기를 못 박지 않고 누가 빠른지 굳이 비교하지도 않는 자연을 본다. 저마다 자기 속도로 자라며 자기 삶의 속도로 세상을 느끼며, 그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고 그 나무의 열매로서 할 일을 다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