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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Sep 08. 2020

2.

2020.09.07

저번 글에선 간단하게 새로운 회사에서의 시작부터 9월을 앞둔 시간들을 간단히 작성해 보았다. 오늘은 그 보다 훨씬 이전인 학부를 졸업하고 첫 인턴 자리를 찾던 시점을 써내려 가려고 한다.


OPT 신청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OPT (Optional Practical Training)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아주 간략하게 오피티는 실무 실습의 기회를 받는 것인데, 이미 학업을 위해 받았던 학생비자의 일부로 졸업 후 1년간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이다. 미니멀한 조건들이 있지만 대개 4년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문제없이 충족되고, 구비 서류와 신청비를 내면 큰 심사 없이 (범죄와 같은 결격 사유가 아니라면) 얻을 수 있는 고용 허가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오피티의 시작 예정 날짜다. 원하는 시작 날짜를 기재해서 신청하지만 이민국의 판단(이라곤 하지만 일방적인 결정. 보통 이유도 알 수 없다)에 의해 그 보다 더 늦게 혹은 일찍 조정이 되어서 오피티 카드가 발급되기도 하고 허가된 날짜 이전에는 절대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예정일을 잘 예상해야 한다. 오피티의 신청에서 승인까지 약 3개월 정도 걸리고 시작 날짜를 기준으로 90일 동안 미취업 상태라면 비자가 소멸된다. 이미 고용이 확정이 된 상황이라면 회사와 협의된 날을 시작 날짜로 정하고 오피티 카드 발급 후 1년간 일을 하면 되지만 보통 신청을 하는 시점에서는 대부분이 아직은 고용도, 정확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내가 가장 피하고 싶었던 두 가지 시나리오는 (1) 나의 실수이던, 이민국의 결정이던 또는 그 어떤 경우의 수로 인해 회사와 일하기로 한 날짜까지도 오피티가 발급되지 않거나 원했던 날짜보다 현저히 늦게 시작일이 조정되어 되어 나왔을 때 앞으로 일 할 회사에 '그게.. 제가 아직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제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하게 되는 매우 뻘쭘한 상황 그리고 (2) 오피티를 받은 후 90일 동안 취업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2012의 봄

4년의 인테리어 학사 과정을 마치고 이제 졸업을 코앞에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피티 신청도 꽤나 압박을 주고 있었고 졸업 작품과 다른 수업들의 기말 고사도 앞두고 있었는데 욕심이 나서 시험도 놓치기 싫었고 포트폴리오에는 학교 작품이 주를 이루게 될 테니 졸작도 중요했다. 그 어느 것에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이제 곧 사회에 뛰어들게 될 우리들을 준비시켜주는 클래스에서 만든 내 명함, 텅텅 빈 레져메와 포트폴리오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것들을 들고 학교에서 열리는 직업 페어에 참가해 방문한 회사들 부스에 다닐 수 있는 만큼 돌아다니며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지 묻고 삼키기 힘든 쓴소리를 들으며 말 그대로 '현타' 오는 시작으로 일자리 찾기에 뛰어들었다.


사실 직업 페어에서 나에게 연락이 오는 건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고 그저 어떤 회사들이 오는지, 그 회사들을 대표로 온 사람들은 누구이며 어떤지, 학생들이 와서 어떻게 이 페어를 이용(?) 하는지 느낌을 알고 싶었고 나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구인 사이트를 이용했다. 인턴 자리를 찾고 있는 나에게 1-2년의 경력을 갖춘 사람을 찾는 꽤나 많은 회사들은 넘사벽이니 패스했고 물불 가릴 수 없던 나는 무급 혹은 교통비 지급이라는 회사들도 마다하지 않고 올라온 모든 인테리어 회사에 인터뷰를 따기 위해 원서를 냈었다. 내가 오피티 1년의 시간 동안 일 하고 배움을 경험할 수만 있다면 어떤 조건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었다. 워킹 비자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이곳에서 1년 동안 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꼭 잡고 싶었다. 그리고 지원했던 곳 중 20%가 채 안 되는 정도의 회사들에게서 연락이 오고 실직적으로 인터뷰를 봤다. 어떤 날은 준비를 많이 해 갔는데도 불구하고 어버버버 했고 어떤 날은 생각보다 준비가 안돼 긴장했는데도 불구하고 물 흐르듯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혼자서 안도하던 날도 있었다. 그리고 역시 후자의 회사들에게서 더 많은 심층 면접 기회나 오퍼들이 돌아왔다. 그렇게 몇 달 동안 비슷한 과정들을 반복하면서 최종적으로 세 군데의 job offer 앞에 두고 내가 가장 잘 녹아들어 일 하고 최대의 아웃풋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그리고 제일 중요하게는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주된 업무로 하는 곳을 선택했고 그해 5월 졸업을 했다. 약 3개월의 인턴사원의 시간을 마치고 주니어 디자이너로 타이틀을 새로 받았다. 그렇게 1년의 오피티를 끝냈고 인연을 이어가 새로운 워킹 비자를 발급받아 3년을 함께 했다.


돌아보며 생각해보니 회사 입장에서도 내가 이제 졸업을 압둔 인턴사원에 지원해 일을 배우려는 학생이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고 실현 가능성이 제로인 conceptual한 학교 작품이 빼곡한 포트폴리오의 소유자라는 걸 이미 알고 나를 인터뷰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회사 입장에선 훤히 보일 내가 얼마나 이 회사와 잘 맞는지, 다른 사람과 융화되어 팀워크를 잘 소화해 낼 것인지, 도움이 될 노동인력인지 파악하는 자리라는 것인데 그런 것들은 포장하거나 꾸미는 것엔 한계가 있을 것이니 자연스레 대화에서 나타나는 나의 '바이브'를 눈여겨보는 것 이 또 다른 인터뷰의 포인트 인 셈이다. 간단하고 힘 있게 자신을 표현하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어떤 커리큘럼에 의해 이 작품을 탄생시켰는지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impactful 하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3개월 인턴을 했었다. 정말 재밌게 많이 배우던 시간이었고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몇 번이고 돌아가고픈 소중한 경험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때 배운 실무 경험이 내가 인턴 자리를 얻는 데에 있어서 정말 크게 작용했고 인턴을 하면서도 요긴하게 쓰였다. 그리고 괜히 경력 있는 인턴/ 신입을 찾는 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이미 내가 6개를 알고 있다면, 회사 입장에선 알려줘야 할 20개가 14개로 줄어드는 시간적/ 금전적인 이득인 것이다. 어떤 기회든 마다 하지 말고 그 안에서 최대치를 끌어내면 언젠간 자양분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결론적으론 작년 말 새로운 회사로 옮겼지만 대학교 3학년 때의 인턴 시간만큼이나 정말 배운 것이 많은 지난 3년이었다. 내가 첫 회사에서 '배운 것'과 디테일한 부분은 오피티 후 워킹비자를 받은 부분까지 조금 더 세세하게 다뤄보려고 한다. 2020년 9월 7일이 져가는 오늘은 Labor day 었고 (매년 9월 첫 재주 월요일) 보통 여기서는 '여름이 끝나가네'라고 표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길고 추운 뉴욕의 겨울이 오기 전 반짝 스치는 가을날이 오고 있는 게 느껴질 정도로 아침저녁이면 선선하다. 노동절 덕에 짧아진 이번 주에 위안을 느끼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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