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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Aug 29. 2020

1.

2020.08.29

오늘은 내가 뉴욕에서 다니고 있는 회사 입사 후-현재까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2019.

2019년 12월 연말 바로 직전에 대학 졸업 후 3년 정도 다니던 디자인 스튜디오를 나와 지금 다니고 있는 건축 사무소의 인테리어 부서에 이직/입사했다. 첫 2주를 우왕좌왕 적응하며 보내고 바로 회사에서 주는 열흘 남짓의 연말 베케이션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연말 주간 앞에 extra 휴가를 내어 본인들의 고향에 가거나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직원들이 많고, 연말 시즌인 만큼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관대하게 휴가를 내어주는 편이라서 회사의 반 이상이 비었던 굉장히 어수선 분위기였다.


그런 데다가 내가 조인하고 바로 이틀 뒤, 우리 팀 전체가 함께 소외계층에 음식을 배달하는  'Meals on Wheels'이라는 봉사활동을 했다. 보통 때에는 끼니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인데, 우리는 혹시 모를 겨울 snow storm을 대비한 통조림 캔 들을 담은 박스를 나눠주는 일을 했다. 소 그룹으로 나눠져 명단에 적힌  10명 정도의 사람들의 집에 방문하면서 내 소개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던 봉사활동이 ice breaker 역할을 꽤나 톡톡히 해주었다.


그리고 그다음 주에는 회사 연말 파티가 있었다. 한국도 그렇지만 이곳 회사들도 크고 작은 송년회를 한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다 같이 크리스마스트리 꾸미기와 선물 교환을 하고 보통 같은 날 레스토랑의 프라이빗 다이닝룸을 빌려 저녁 식사를 했었다. 새로운 회사는 선물도 주고받고, 매년 다른 컨셉을 잡고 몇 달 전부터 사내 프레젠테이션을 할 정도로 꽤나 성대(?)하게 파티를 연다(고 봉사활동 날 들어서 알게 되었다). 2019년 theme은 'Winter Garden'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플로럴 드레스나 화관으로 멋을 내었는데 보스를 포함 몇몇 사람들은 할로윈을 방불케 하는 커스튬을 입고 왔다. 뒤늦게 알게 된 나는 부랴부랴 플로럴 원피스를 구해 입었다. 파티 장소는 Meatpacking area에 있는 통째로 대관한 어느 바였다. 입사한 지 일주일이 겨우 지난 나는 정말 몇몇 얼굴들을 빼놓고는 대다수가 모르는 사람이었고 심지어 직원들이 한 명의 게스트를 데려올 수 있어서 동료인지 아닌지 조차 구분할 수도 없었다. 쿵쿵거리는 디제이의 음악과 이미 텐션이 한참 업 된 사람들 속에 나 혼자 괜시리 민망해하며 한편에서 눈알만 도르륵 굴리며 서 있었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아는 체해 주었다. 뒤돌아 보니 같은 부서 동료들이었고 한잔 하자며 반겨주어 함께 얼굴, 이름도 익히고 칵테일과 핑거푸드를 즐겼다. 조금 정신없던 데다가 술의 알딸딸함 까지 더해져 더 쉽게 어색함을 무너뜨렸던 듯 하다.

몇몇 직원들과 다 같이 회사에서 출발해서 지하철을 타고 장소로 향했다. 사진은 보스의 파티 복장.


2020.

그렇게 첫 시작을 마치고 2020년을 맞이하며 새해 출근을 했다. 차차 익숙해지며 연초를 지냈고 3월을 맞이 하면서 한국에서는 이미 시작되었던 코로나가 뉴욕에 속출하기 시작했다. 이미 뉴스를 포함, 한국에 계시는 가족과 지인들을 통해서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걸 들어왔던 나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내 인박스에 들어오는 구독 중인 뉴스 기사에도 ‘South Korea' 로 시작하는 헤드라인들이 심심찮게 늘어났나. 그리고 그 당시 여기 뉴스에서 한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그 사람이 다니는 회사 빌딩이 우리 회사 거래처랑 같은 빌딩이다’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도 회사 안에 난무했다. '어느 건축 회사는 재택근무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들도 들려오면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라며 서로 눈치 아닌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3월 16일 월요일 오후에 긴급으로 사내 전체 미팅을 갖고 17일부터 2주간 재택근무라고 통보받았다. IT부서 직원들이 당장 내일부터 재택이 가능하게끔 직원들 컴퓨터 시스템을 일일이 손 봐주고 사람들은 필요한 서류와 물품들을 챙기며 분주한 하루를 마지막으로 8월 28일 24주째 재택근무 중이다. 뉴욕은 초반에 비해 그리고 미국 내 다른 주에 비해 많이 호전되고 있지만 백신도 없는 데다 얼마 전 종식을 선언했었던 뉴질랜드가 현재 다시 13명의 확진자를 보이고 있고, 또 한국의 상황만 보더라도 쉽사리 회사 reopen을 정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아직까지는 별다른 업데이트는 없다. '잘 지내지? 아프지 말고 건강 챙겨!'라는 다소 상투적으로 쓰이던 인사가 팬데믹 시기에 서로의 안부를 묻기에 최적화된 문장이 되어버린게 꽤나 우울하다.


다음 글에는 재택근무에 대해서 쓸 계획이다. 사실 머리에는 떠오를 듯 말 듯 한 표현이나 문장들이 무수한데 막상 타자로 쳐서 글을 써내려 가려니 쉽지 않다. 이번 글도 간결하게 써내려 가야지 라고 시작하고는 주저리주저리 글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마무리하며

모두가 서로를 위한 배려가 절실할 때인데 그렇지 않은 몇몇 사람들과 집단들을 보면 답답하다. 전 세계 모든 사람과 특히 지금 한국에 계신 모든 이들이 무탈하게 8월을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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