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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이어깨동무 Apr 22. 2020

11. 통합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코리밀라에서 전합니다 

만 3살 때 결정을 내리는 거지 


북아일랜드에서는 만 3-4살 때 ‘nursery school’(어린이집/유치원)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nursery school이 단독으로 있기도 하고, 초등학교와 같이 있을 때도 있다. 코리밀라가 있던 밸리카슬에는 모두 초등학교와 같이 있었다. 코리밀라에서 만난 한 사람이 가볍게 이야기했다.


아이가 3살 때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거지. 가톨릭계, 개신교계, 통합학교 중 어떤 학교로 아이를 보낼지.


아이의 어린이집을 고를 때, 공·사립, 커리큘럼, 거리, 비용, 초등학교와 같이 다니는지 등을 고려한다. 중고등학교는 더 복잡해진다. 입학시험이 있는 중고등학교를 갈 지, 대학 입시 결과는 어떤지 등을 고려하여 학교를 고른다. 여기다가  가톨릭계, 개신교계, 통합학교, 갤릭어 교육을 하는 학교의 선택지가 추가되는 것이다. 개신교계와 가톨릭계가 함께 사는 지역인 경우, 대로변을 사이에 두고 두 학교가 마주 보고 있어 두 학교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원을 거닐던 북아일랜드 학생들. 


자연스럽게 가족들이 나온 학교로 아이를 보내기도 하고, 본인들의 정체성과 맞는 학교를 찾아 일부러 먼 곳의 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좋은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은 통합학교로 보내기도 한다. 코리밀라에서 만났던 분이 사는 곳은 가톨릭계가 많은 지역으로 남편도 아일랜드 여권이 있는 아일랜드계였다. 하지만 자신이 개신교계였기 때문에 아이를 어떤 학교에서 보낼지 큰 고민을 하고 있었다. 통합학교가 아닌 이상, 한쪽의 비율이 70%를 넘는다. 그런 학교 안에서 아이는 어떤 것을 보고 배우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사람으로 자라날지가 고민이었던 것이다.


곧 초등학교를 졸업할 아이의 학교 진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대학 입시나 수업, 아이 흥미를 고려했을 때, 가까운 가톨릭계 중고등학교가 나을 것 같긴 한데 개신교 계인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물론 더 이상, 학교가 가톨릭계인지 개신교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무력분쟁도 끝났고, 통합학교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두 커뮤니티의 아이들을 한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때와 달라진 사회 분위기 탓도 있을 것이다. 


일상을 바꾸는 선택 


코리밀라에서 만난 사람들의 공통적인 아쉬움은 통합학교보다는 공유교육이 주류가 된 것이다. 한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를 바꾸거나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따로 있는 두 학교가 교류수업을 하거나 특별활동 등을 함께하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두 학교가 함께하는 공유교육에는 두 학교가 협의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 제약이 있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교류만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평화교육이나 다양성 측면에서 통합학교가 더 많이 생기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코리밀라에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통합학교 친구들과 통합학교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북아일랜드 바깥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었는데, 한 번은 어린이어깨동무에서 온 분들과, 한 번은 미국, 잉글랜드에서 온 분들과 함께였다. 


통합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다양한 친구들과 공부했으면 한다고 부모님이 통합학교를 초등학교 때부터 권유했다는 친구도 있었고, 영국계인데, 주변에 가톨릭계 학교 밖에 없어서 일부러 먼 곳에 있는 통합학교를 선택했다는 친구도 있었다. 등하교에 왕복 2시간을 넘게 쓴다고 했다. 어린 시절에 북아일랜드로 이민을 와서 가톨릭, 개신교 학교 대신 통합학교로 온 친구도 있었다. 통합학교의 좋은 점으로는 북아일랜드 사회에 대해서 자유로운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으로 꼽았다. 중간에 전학 왔다는 친구는 예전 학교에서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친구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과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통합학교 이야기를 해주었다. 학교와 사회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 있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이야기했다. 북아일랜드 바깥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던진 질문에 북아일랜드 사회에 대해 솔직하게 대답해주기도 했다. 이야기를 함께 듣던 다른 자원활동가 친구가 저런 아이들이 코리밀라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통합학교로 온 선택이 아이들의 일상을 바꾸고 있었다. 통합학교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겠지만, 통합학교를 선택했다는 것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3-4살 어린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아이의 인생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서 고민하는 것부터 자체가 어떻게 이 사회에서 살아갈지, 어떻게 사회를 바꾸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by 파랑

2013년에 ‘어린이어깨동무’에서 '동아시아 어린이 평화워크숍' 모둠교사를 하면서 회원이 되었고, 2018년 9월에 어린이어깨동무에서 코리밀라로 파견하는 첫 번째 자원활동가가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은 어린이어깨동무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한반도가 더 이상 갈등과 분쟁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는 평화로운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북녘 어린이 지원, 평화교육문화활동, 남북어린이 교류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는 단체다. 코리밀라는 북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평화단체로, 북아일랜드의 갈등 해결과 평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코리밀라를 서울로 초대하여 평화교육 심포지엄을 진행하였고, 자원활동가도 파견하는 등 교류활동을 하고 있다. 두 단체 모두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다.

코리밀라에서 2018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자원활동가로 있으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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