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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이어깨동무 Apr 08. 2020

10. 새로운 이웃을 환영합니다.

언제나 왁자지껄한 가족캠프  


북아일랜드에서 ‘통합’을 위한 프로그램을 한다면, 보통 가톨릭계와 개신교계, 두 커뮤니티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민, 난민 등 새로운 이웃들이 늘어나면서 코리밀라도 새로운 이웃들도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가톨릭계와 개신교계, 제3 커뮤니티 여성들과 계속 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가족까지 코리밀라로 초대하여 주말 가족캠프를 하기로 했다. 


이 캠프는 여성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성인 여성과 성인 남성을 따로 했지만, 보통 연령대별로 유아부, 어린이부, 청소년부, 성인부로 나눈다. 모두가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특히 아이들이 울면서 엄마를 찾아가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다른 가족캠프에서는 아이들과 말이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아서, 청소년부를 했었다. 그런데 계속해보니, 3-4살 아이들과 어휘 수준이 비슷해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아 이번에는 유아부 프로그램을 했다. 유아부의 가장 큰 목표는 아이들이 엄마를 찾으면서 울지 않도록 함께 노는 것. 버스에서 아이들이 내리고, 다른 자원활동가인 C와 함께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Please와 Catch me 


장난감 창고를 열고, 텐트와 붕붕이, 공, 장난감을 꺼내서 어린이집처럼 꾸몄다. 만 3살, 4살 아이들이 들어온다. 몇 살이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아이는 손가락을 두 개만 편다. 옆의 언니가 3살이라고 말해준다. 눈앞에 펼쳐진 장난감 동산에서 아이들은 신이 나서 뛰어다닌다. 3살 친구가 장난감 미끄럼틀을 타는 것을 도와주고, 서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겠다고 하는 아이들을 순서를 정해준다. 이번 캠프는 조금 쉽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 아이가 장난감 보드에 나를 그려줬다. 


왜 그런 일이 많지 않은가. ‘엇, 좀 쉬운 것 같네’라고 하면 힘든 일들이 몰려오는 것. 장난감이 재미있는 것도 한두 시간이었다. 프로그램이 있긴 했는데, 3-4살 아가들과 생각한 대로 프로그램이 돌아가지 않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려고 밖에 나섰는데, 도중에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다시 안으로 들어와서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기 시작했다. 키가 큰 C가 아이들을 높이높이 안아줬다. 아이들이 앞다투어 C를 바라보며 “Please”라고 외쳤다. 한 아이도 C의 이름을 외치며 안아달라는 표시를 했다. C는 아이에게 Please라고 하지 않으면 안아주지 않겠다고 했다. 나이가 어린 3살 아이에게서 장난감을 빼앗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는 친구였다. 난민캠프에서 영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이 높이높이 나는 모습을 본 아이가 Please라고 말했다. C와 나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아이들과 복도를 질주하며 술래잡기도 했다. 원래는 아이들이 엄마가 다른 방에 있는 것을 알고 엄마를 보려고 뛰어나가던 것을 쫓아가기 시작한 것인데, 아이들이 내가 쫓아오는 것이 재미있던지 “Catch me! Catch me!” 하며 계속 뛰어다녔다. 이때를 위해서 5km 달리기 연습을 한 것인가… 다른 자원활동가들이 월요일 달리기 모임에 가지 않아도 되겠다며 농담을 건넸다. 결국 마지막에는 아이들에게 뽀로로 영어 더빙판을 틀어주었다… 


아이들과 종이에 그림 그리기. 어디서나 아이들은 똥 그림을 좋아한다. 


모두가 하나 되는 시간 


우리가 이렇게 아기들과 몸으로 노는 동안, 다른 그룹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청소년부에서는 처음 만나는 아이들에게 북아일랜드에 오기까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린이부는 저녁 시간에 모두 앞에서 손수 만든 인형으로 멋진 공연을 완성했다. 엄마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바다를 산책하고,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대망의 저녁 레크리에이션 시간. 전국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듯한 자원활동가의 재치 있는 진행으로 장기자랑 시간이 있었다. 어린이부가 자신들의 인형극을 먼저 보여줬다. 몇몇 자원활동가들이 함께 춤을 추며 분위기를 달구었다. 기타를 치며 아일랜드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 고향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여러 나라의 음악이 울려 퍼지며, 다 함께 춤을 췄다. 


캠프 저녁시간에 마시멜로 굽기는 빠지지 않는다 


다른 지역 커뮤니티의 다른 가족들도 초대해서 여러 번 비슷한 캠프가 있었다. 모두 마지막에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건 상관없이 함께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자신의 고향 음식을 바리바리 준비해서 나눠주는 분도 있었고, 마지막 식사에서 대표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거듭 건네는 사람도 있었다. 나중에 프로그램 담당자인 D가 적은 홈페이지 글을 보았다. 코리밀라에 있었던 시간을 통해 사람들이 더 단결할 수 있었고,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라고. 


마지막 날, 캠프 참가자들이 돌아가면서 우리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한 가족은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벨파스트에 놀러 오라며 초대하기도 했다. 수줍게 볼에 뽀뽀를 해주는 아가들도 있었다. 저녁에 자원활동가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 왔다간 캠프였다고. 



by 파랑

2013년에 ‘어린이어깨동무’에서 '동아시아 어린이 평화워크숍' 모둠교사를 하면서 회원이 되었고, 2018년 9월에 어린이어깨동무에서 코리밀라로 파견하는 첫 번째 자원활동가가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은 어린이어깨동무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한반도가 더 이상 갈등과 분쟁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는 평화로운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북녘 어린이 지원, 평화교육문화활동, 남북어린이 교류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는 단체다. 코리밀라는 북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평화단체로, 북아일랜드의 갈등 해결과 평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어깨동무는 코리밀라를 서울로 초대하여 평화교육 심포지엄을 진행하였고, 자원활동가도 파견하는 등 교류활동을 하고 있다. 두 단체 모두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다.

코리밀라에서 2018년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자원활동가로 있으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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