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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느 Apr 01. 2021

절망속에서 발견한 희망

넷플릭스 미드 <호프밸리> 리뷰


세상이 시끄러울 때나 일상이 지루하면 떠나는 곳이 있다. 바로 넷플릭스 드라마로~~ 대개는 하루에 에피소드 한두 개를 보게 되는데 예외적으로 몰아서 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드라마가 있다. 흔히 드라마의 재미라는 것은 흥미로운 캐릭터와 숨 막히는 긴장감, 극적 전개와 예측불허의 결말일 수 있는데 <호프 밸리>는 참 특별하다.


재미라는 게 별로 있을 것 같지 않은 조그만 마을 하나에 식당과 잡화점과 술집, 작은 학교가 등장하고 가끔 나타나는 숲과 달리는 말이 다이기 때문이다. (하긴 생각해 보면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식당, 잡화점, 술집, 숲, 학교가 세상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그런데 매 순간 그 드라마와 함께 하면서 진심으로 마음이 따뜻했다. 처음엔 배경 설정이 지루할 듯하여 에피소드 몇 개로 끝내버릴려고 했으나, 나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어간 이유는 뭘까? 그렇고 그런 미드를 많이 봤지만 추천한다면 단연 <호프 밸리>이다.


원작의 제목은 <When Calls the Heart>이고, 자넷 오크(J. Oke)의 원작 소설로 홀마크 채널이 시리즈로 제작하여 히트했다. 요즘 미드에선 보기 드물 정도로 전 연령이 가능한 폭력, 선정성 제로인 무공해 콘텐츠이며 자녀 교육과 사회 통합, 기독교에 대한 건강한 메시지를 전해 준다. 


 하나 불편한 사실은 이 미드를 다 보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 즐거움을 조금씩 오래 즐길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다. 한 에피소드가 42분쯤 되는 이 미드를 한 번에 보려면 4박 5일쯤 달콤한 휴가가 필요하다. 현재 시즌 6까지 나온 상태. 한 시즌에 10개~12개라면 시청 소요시간은 계산될 듯. 미국에선 본방으로 4월에 시즌 7을 방영했다는데 아무래도 넷플릭스에 들어오기에는 시간이 걸리는가 보다. 감질나게 기다리느니 아마존에서 시즌 7의 영상을 구매할 것인가 주저하다가 그 대신 원작을 주문하여 읽어보기로 했다. 대체 누가 쓴 것인지 원작이 궁금할 정도로 끌리는 드라마이다.

작가는 1935년생의 캐나다 작가로 개척자 시대의 여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주로 썼다.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는 그녀가 기억하는 1900년 초 개척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많이 쓴 분이다. 추정해 보니 작가는 44세 즈음에 첫 소설을 썼고 1983년 캐나다 서부극 시리즈인 이 소설을 출판한 듯. 2016년까지 75개의 소설을 집필했다니 노년에 창작의욕을 불태운 분이다.


충분히 읽지 않았기 때문에 작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1년에 100권이 넘는 책을 읽고 아이들이 10대가 되었을 때는 이야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수집하여 깨끗하고 재미있는 로맨스 장르를 쓰기 시작한다.  타고 난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더니 TV 드라마로 제작되기 시작된다.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과 평범한 사람들의 순수한 로맨스와 일상 이야기는 요즘 사람들의 마음도 훔쳐간 것일까! 모든 게 불완전하던 시절 서로가 서로를 믿으며 일상을 지켜 나갔던 탄광촌의 이야기는 TV 드라마로 제작되어 계속 후편이 제작되는 중이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조용히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즐긴다는 그녀! 뵙고 싶은 멋진 분이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캐릭터 스케치

작품의 주인공은  내레이터로 가끔 등장하는 1910년 캐나다 서부 탄광촌으로 교사가 되기 위해 떠난 부유한 집안 출신의 엘리자벳의 새처이지만 호프 벨리라는 공동체가 주민들의 힘으로 꾸려지는 만큼 모두가 이야기속에서 주인공인 듯한 기분이 든다. 그중에서 비중이 큰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스케치해  본다.


교사가 되기 위해 서부의 개척자 마을을 선택한 엘리자벳은 학부모들의 신뢰를 받으면서 학생들에 대한 애정으로 그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헌신을 다하는데, 여기에 당시 마을의 치안을 담당하는 잭의 활약이 그려지고, 서로 계층이 다른 그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그 간격을 좁히고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고 함께 하는 삶을 꿈꾸게 된다. 엘리자벳의 교육관은 한 사람도 놓치지 않는것! 학생들에게 흥미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 열정적인 수업을 하면서도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소명의식으로 대하며 생계에 지친 사람들이 자식 교육을 방치하지 않도록 버려진 아이들을 찾아가고 기꺼이 돌봄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게다가 베짱이 보통 아니어서,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면 누구와 맞서도 굽히지 않고, 어디든 찾아가서 담판을 지을 만큼 물러서지 않는 강단 있는 집념을 보여 준다.


모험이 넘치는 곳으로 가길 원했다가 작은 마을에 오게 된 기마경찰 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진 경찰관으로 등장하며 크고 작은 위험한 일에서 주민과 마을을 구하는데 역량을 발휘한다. 엘리자벳을 위해 포상금을 기부하여 멋진 학교를 지어줄 만큼 연인을 위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아는 로맨틱 가이. 그녀의 마음을 사기 위해 프러포즈할 때마다 감동적인 이벤트를 할 줄 아는 사람이며 일도 사랑도 최선을 다하는 마을 주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경찰관이다.  결국 지역에서 성공한 사업가이고 대단한 집안인 엘리자벳의 아버지에게 결혼 승낙을 받아낸다.

<잭과 엘리자벳>


교직 말고는 모든 게 처음인 실수로 집을 홀랑 태우고 오갈 데 없던 엘리자벳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지혜롭고 따뜻한 이웃으로 아비가일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데 마을 남자 주민의 대부분이 갱이 무너지면서 하루아침에 남편과 자식을 잃은 비극적인 역할이지만 늘 어려운 사람들을 기꺼이 돕는 희생과 봉사를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사고 이후에 집을 잃을 위기에 놓인 탄광촌 부인들을 모아 갱도를 뚫는 등의 위험하고 궂은 광산 일도마다 하지 않고 집을 사수할 만큼 용기와 집념이 대단하다. 수사관 빌과 함께 비극적인 탄광사고의 비밀을 캐는데 큰 역할을 한다.


돌아올 수 없는 아들과 남편저 세상으로  떠나 보내고 남은 인생 자신을 위해 아비가일은 새로운 일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 추억이 서린  집 대신 빈 집을 인수하여 훌륭한 음식 솜씨로 식당을 운영하여 지역 명소로 만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 된다. 오갈 데 없는 고아 둘을 입양하고 죽은 아들과 깜짝 결혼을 한 며느리를 딸처럼 대하면서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여 다시 행복한 가정을 꾸린다. 후에 부패한 전임시장을 대신하여 시장대행이 되는 그녀는 분열되려는 마을을 하나로 합치고 발전시키는데 탁월한 지도력을 보여준다.

<아비가일>


탄광 사고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공이 세우는 수사관 은 처음으로 그녀의 마음에 다가가는 데 성공한다. 잭에게는 아버지처럼 든든한 조언자이면서 크고 작은 사건에서 마을을 위험에서 구하는 데 일조한다. 남다른 촉과 노련한 경험으로 여러 차례 위험을 넘기며 틀에 박힌 수사 관행을 벗어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괴짜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불행한 마을을 구해내 준 보안관에게 깊이 감명받아 사회정의 실현에 늘 앞장선다. 범죄자를 추적하는 데 강한 집념의 소유자이며 후에 엘리자벳의 아기에게 대부가 되어준다.


매사 에너지가 넘치고 아름다운 배우 출신의 로즈메리는 잭의 오랜 친구로 그와 로맨스를 이루려고 왔다가 엘리자벳과 잭의 인연에 좌절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탄광촌이 문을 닫은 후에 새로운 목재소로 주민들을 고용해 준 고마운 사업가 콜 터와 새로운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룬다. 배우로서의 꿈은 접었지만 패션에 대한 안목과 예술가적인 감성으로 마을의 행사를 주관하고 다정다감하여 남편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도 그녀의 걱정과 보살핌을 거부하기가 어렵다.


<콜터와 로즈 메리>

마을 의상실의 디자이너가 되어 멋진 옷을 만드는 것으로 재능을 꽃피우는 데 돈 욕심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지역신문 상담 칼럼 가이기도 하다. 잭과 엘리자벳의 결혼을 누구보다 지원하며 두 사람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절친 이웃이며 아기 잭의 후견인이 된다.


페이스는 업무능력이 탁월하고 사랑이 넘치는 간호사로 잭의 동생을 치료하면서 잭과 인연을 이어간다. 전업주부를 원하는 은행가와 파혼하고 호프 밸리의 의료사에 눌러 앉을 만큼 자기 일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미모와 친절한 마음씨로 주위 사람들에게 신망을 얻다 보니 초반에 잭과의 인간적인 관계를 오해하여 엘리자벳의 질투를 받기도 한다. 마을 남자들의 은근한 구애를 받는 매력적인 여인이며 어렵게 자신의 일을 되찾은 의사 카슨과 동료이자 연인으로 결합한다. 위험한 뇌 수술로 아내를 잃고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던 카슨은 아비가일의 아들의 맹장염을 치료하고 처제를 구해 주면서 이 마을 주민들을 질병의 위험에서 구하는 데 큰 몫을 해 낸다.

<페이스와 카슨>


나단루카스는 후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각자 재력을 갖춘 매력적인 사업가인 나단과 잭의 후임으로 기마경찰이 되는 루카스는 잭을 대신하여 엘리자벳의 새로운 로맨스 상대가 될 모양이다. 시즌 7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듯하다. 현재 넷플릭스는 시즌 6까지 제공 중이다.




1900년대의 캐나다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자동차가 아직 보급되지 않았을 때 그들이 말을 타고 죄인을 호송하고 작전을 수행한다면? 전화가 처음 들어오고 자동차가 이제 들어오기 시작한 시절 우리나라는 알다시피 폐쇄적인 조선시대로 서양문물에 문을 닫고 살았다가 정신없이 이리저리 외세에 휩쓸려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고난의 세월이었다. 같은 시간 다른 역사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의 개척시대 이야기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데 광활한 땅에 이주하여 자리 잡고 사는 것도 엄청난 고행의 역사였던 것 같다. 국가가 자신들을 잘 보호해 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은 무엇에 기대어 살았을까?


잘 살아 보겠다고 마지막 희망을 품은 탄광촌에서 폭발사고로 가장을 잃고 어린 자식과 함께 생계의 불안 속에 남겨진 여인들에 관한 이야기는 시작부터 불행의 밑바닥부터 시작한다.  학교 건물도 없는 곳에 술집 한 칸을 빌려서 궁핍한 어머니들의 주머니를 털어 아이들을 위해 교사를 초빙했다면~~?  이런 곳에서 희망이 싹튼 이유를 알고 싶어진다.  그들은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싸워줄 사람이 절실히 필요했다.

<탄광에서 숨진 어느 아버지가 남긴 메시지>


결국 47명의 남편들을 탄광 폭발사고로 잃었지만, 이 용감한 여인들은 무모한 새내기 여교사와 함께 아이들과 손을 잡고 비극적인 석탄 마을을 기어이 희망촌으로 바꾸어 놓는다. 호프 밸리의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내 일처럼 챙기고 모두가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 모인다. 기부와 봉사와 선행이 누군가의 제안으로 시작되면 모두 한 힘을 보태어서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해 낸다.


목사가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시장이 중요한 일을 결정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구심점은 서로에 대한 깊은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 어려운 사람을 보면 절대로 외면하지 않는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와 헌신이 늘 새로운 문을 열어준다.

남에게 빼앗아야 자기 것을 가질 수 있는 척박한 환경에서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던 사람도 이 마을 사람이 되면 2번째 기회를 얻는다. 봉사하고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은 사람들이 이 마을에서 인정받고 가족과 함께 단란한 행복을 찾는 모습이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한다. 양쪽 의견이 팽팽한 지점이 되면 아비가일은 항상 자신의 표를 한 쪽으로 던지지 않는다.


그녀의 개인적 바램이 어느 한 쪽이었더라도 항상 자신이 지지하지 않았던 남은 한 쪽의 이익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이 안에 대한 당사자의 수용 여부를 물어본다. 하마터면 버려질뻔한 요구를 적절한 수준에서 들어주는 것이므로 상대방 역시 기꺼이 받아들이게 한다. 공익을 위해 나의 이익을 양보하고 타협할 줄 아는 사람들이 무슨 일이나 마을 일에는 내 일처럼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가 생기면 누군가의 잘못을 비판하기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서로 힘을 합치고 대책을 논의한다. 고통과 슬픔 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치유와 해결을 위해 노력할 줄 안다. 이런 이웃을 만날수 있다면 지금도 사람들은 이삿짐을 꾸려서 떠나고 싶을 것이다.



호프 밸리에서 행복의 의미와 꿈꾸는 공동체를 생각해 본다. 세월이 변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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